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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서울을 거닐다 - 여덟번째 이야기 본문

헤매다.

서울을 거닐다 - 여덟번째 이야기

무량수won 2011. 12. 18. 20:08



오늘은 서울을 돌아다닐 계획은 아니었다.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시작된 발걸음이었다. 뭐 그렇긴 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 미리 예상했었지만....

신촌에서 시작된 걸음은 낯선 곳으로 향했다. 커피콩들이 볶이듯 모여있는 곳을 벗어난 걸음이었다.

신촌은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하는 곳 중에 하나다.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며,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신촌을 둘러싼 주변에는 변하지 못하고 남게된 곳들이 종종 있다.

이 집처럼 말이다. 아파트가 서울에서 유행하기 전에는 이런 단독주택이 서울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길이 변하면서 그 변화에 휩쓸리지 못한 집들은 이처럼 뭔가 어색한 느낌으로 남아있게 됐다.


 

일요일이었지만.

추운날이었지만.

쉬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삭막해져가는 서울에서 그들의 하루는 과연 안녕할까?


 

마치 집을 부수고 있는 듯한 풍경. 언뜻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집앞에 있는 거대한 기계는 굉장히 난폭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난폭함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이었다. 단지 폐지를 모으고 있었을 뿐.

그리고 이 폐지들을 모으기 위해서 골목 골목을 휩쓸고 다니며, 움직이기 힘든 몸을 이끌었을 분들을 생각해본다. 그저 단순한 종이 쪼가리 겠지만 그 종이들이 이곳에 모이기 까지 얽혀있는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진 않았을 것이다.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에게 낭만을 주었던 가로수들의 가지가 정리되고 있다. 그냥 보면 나무를 자르고 있는지 전기선을 자르는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복잡한 모습.

확실히 나무를 자르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전기줄은 빠지면 아쉬운 소품중에 하나다. ㅡㅡ;;;

그들이 당신에게 흉물스런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또는 어지러움증을 유발한다고 해도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이 존재할 수 있을까?


 

초점은 집에 있지만 왠지 사람이 이 사진의 핵심이다고 말하고 싶은 사진이다.

왜냐면, 우리가 가끔 지나치는 모습이지만 눈길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초점에서, 그리고 내 초점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의 초점에서 벗어난 사람이 없다면 이 사진이 굉장히 심심해지기 때문이다. 




위에 사진은 사실 내가 빛 조절을 잘못해서 찍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걷다보니...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지난번 비오는 날 미친듯이 걸으며 사진을 찍었던 그 거리였었다. 물론 사진들 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들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되는 동네 사람들은 알겠지만... ^^;;


 

서울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빌라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이제는 추억속으로 사라져가는 건물 중에 하나가 되려나?

이런 빌라와 비슷한 형태로는 원룸이 있는 빌라들은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이제 어디를 가나 에어콘은 필수(?)인듯한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눈길주지 않는 서울의 한 부분.

낡고 오래되서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 옆에 있어도 이런 것들이 내가 사는 서울에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 것일뿐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있다.

서울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절대 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는 모습이다.


 

어떻게든 추위를 막아보려 창문에 폐옷들을 쌓아두고 비닐로 덮어둔 모습.

그나마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듯이 비닐이 다 뜯어져 있다.

자꾸만 뒤에 높게 솟은 아파트와 비교가 된다.  


 

사람이 살지 않아 쓰레기와 잡초가 자라난 모습.

사람이 살지 않는 다는 것이 괜히 사람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아래 어지러운 가게의 모습보다 중간에 신발 백화점이란 간판 때문에 찍었다.

더 이상 골목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 신발을 사는 사람들은 없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간판의 낡음이 그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젊은이 그리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신발을 팔던 곳이 사라지는 것이 왠지 씁쓸하다. 

그건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쳐있지 못하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차들도 잘 다니지 않는 길에 외국인들이 가득찬 관광 버스가 있다. 신촌 주변에서 종종 볼수 있는 장면이다. 화장품 쇼핑을 위해 이렇게 서울 구석 구석에서 외국인들이 단체로 쇼핑을 한다. 가게앞에는 유명 스타들과 드라마 제목이 적혀있다. 

이들은 관광을 하러 온 것인가 쇼핑을 하러온 것인가... 

그들이 보는 한국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인들이 소개하는 한국이란 무엇일까?




캔커피로 유명한 이름의 커피 전문점.

주변에 사무직 빌딩이 많아서 그런지 일요일에는 쉬고 있었다. 예전에 홍보용으로 만든 것이라 얼핏 TV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높은 빌딩 숲 사이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앉은뱅이 병원 건물. 

사실 병원 건물이 낮은게 아니라 주변 빌딩들이 너무 높은 것이긴 하지만...


오늘의 사진은 여기까지다. 더 돌아다니고 싶은 욕심은 있었는데 들고나간 카메라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었던지라 배터리가 금새 닳아 버렸다. 덕분에 이 사진을 찍고나자 배터리가 없다며 사진기가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배터리가 없다는 표시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껌뻑이는 눈망울 같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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