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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서울을 거닐다 - 아홉번째 이야기 본문

헤매다.

서울을 거닐다 - 아홉번째 이야기

무량수won 2011. 12. 22. 18:11



신도림역에서 내리면 다른 지하철 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마치 서울이 아닌 듯한 느낌. 바로 좌판을 펼쳐놓고 장사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특히 한강을 경계로 하고 강남쪽에서는 더욱 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 풍경에 대해서 많은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지저분하다 할 것이고, 누군가는 정겹다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그분들로 인한 집값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걱정을 한다.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들을 보고 있으면 이제 곧 그 분들도 어디론가 쫒겨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구로와 매우 가까운 신도림... 그곳에서 발걸음을 시작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다세대 주택 단지들은 그 계단의 형식을 보면 언제 지어진 건물인지를 대충 알 수 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그 건물이 90년대 이후에 지어졌는지 80년대 지어졌는지 혹은 70년대에 지어졌는지 정도는 유심히 관찰만 하면 알수 있다. 특히 그 시대에 따라 유행하던 계단 형태가 있다. 

왜냐하면, 아파트 만큼이나 한국의 다세대 주택들도 거의 비슷한 규격으로 비슷한 모습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한 명의 설계도를 보고 만든듯이 말이다. ㅡㅡ;;;


 

왠지 삶의 고통이 있을 것 같은 새의 집이다.

주변에 숲 하나 없이 온통 건물들 뿐인 서울에서의 삶. 게다가 높은 건물 옆 가로수에 집을 지어놓은 그들의 삶은 어떨까?

그나마 근처 산 덕분에 어렵지는 않은 것일까?

어쩌면 산에서도 사람들의 소란 때문에 그곳이나 도심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근처 김포공항 덕분에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건 축복인가? 불행인가?

렌즈에 뭍어있는 얼룩 만큼이나 불편한 사실일까?


 

한참 강남이 떠오르던 시절 지어진 아파트.

한강의 남쪽에 있어서 강남이라 이름 지은 아파트다. 같은 강남이라며 붙였을 이름...


 
...


 

화려한 도시의 뒷편.

사람들이 눈길주지 않는 골목 골목에는 당신이 눈여겨 보지 않는 풍경이 있다.


 

누군가에게 일탈의 기분을 느끼게 했었을 오토바이.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아 버려진 모습이 안쓰럽다. 

바이크의 주인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 바이크로 그 속을 달래고 쓸모 없어지자 바이크는 내팽겨친 것일까? 그가 주목을 받지 못했듯 이 바이크도 주인의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되어서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큰 행사라도 있는 듯이 사시사철 걸려있는 만국기...

이젠 아무 의미 없이 가구단지임을 알리는 기표가 되었다.


 

옛 영광을 놓친 간판과 건물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준다.


 
 

흐린 구름 사이에서 아직 건재함을 자랑하는 녀석.


 

누군가가 두려워서.

누군가에게 경고하고자.

사람들은 담벼락에 저렇게 깨진 병을 꽂아두곤 했다.  




집이 낡았다고,

사람의 마음까지 낡은 것일까?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오래 된 집들을 바라보면 계속 들었던 생각은 왜 이런 집들이 오래 되었다고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낡은 집에도 누군가의 추억과 마음이 남아있을 것인데...

그런 것을 돋보이게 해줄 여유 따위는 서울에는 없는 것일까? 



 

집 곳곳에 아직도 철조망을 쳐놓고 누군가를 방어해야 할 정도로 모든 사람은 믿지 못할 존재 였던가...

간간히 남아있는 철조망은 마치 누군가에 대한 앙금을 풀지 못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다.

남은 철조망이 마치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 남아있는 것일까?


 

오래 된 건물들이든 새로운 건물이든

공평하게 햇살이 비춰지기를 바래본다.
 



 

분명 같은 서울 땅에 있음에도 너무도 많고, 너무나 높은 아파트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집들.

그리고 사람들...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를 귀기울일 줄 아는 세상이 되기를 다시 한번 바래본다.


 
 

높은 곳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말로만 하고 실제로는 듣기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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