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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다.

서울을 거닐다 - 열번째 이야기

무량수won 2012. 4. 19. 20:08


총선이 끝난 어느 봄 날. 강동구.


몸이 꽤 좋아진듯한 느낌이 들자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한 것은 카메라 가방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카메라 배터리도 충전시켜놓고 이것 저것 집을 나서기 전에 해야할 일을 서둘러 해치운다.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한동안 거울에서 망설인다. '모자를 써야하나? 날도 덥다던데 벗고 나가야 하나?' 사진을 찍기위해 집을 나설 때면 항상 써왔던 모자다. 편한 옷차림에 머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봐줄만하다는 자체적인 평가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해 한해 지날수록 심해지는 탈모로 인한 걱정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왜냐면 편한 옷차림에 머리를 고정시키는 헤어왁스 같은 것을 바르는 짓은 오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결국 모자를 포기한다. 매연이 가득한 바람이겠지만 그래도 봄바람을 머리카락으로 느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떠오른 문장... '내가 언제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을 썼었냐! 내가 편하고 좋은게 우선이지!'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꽤 기분이 좋다. '마치 미친년 치맛자락이 펄럭이듯이 휘날리네' 이렇게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버린다. '아무리 옛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라고 해도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면서 마치 써놓은 글을 삭제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한참을 흔든다.


머리카락으로 바람을 느끼면서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이어폰으로 전해져오는 음악은 셔터를 누르는 내 손가락에 리듬을 실어준다. 왠지 음악에 따라서 카메라에 담기는 모습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신나게 찍으면서 돌아다다. 한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세시간이 지나간다. 쉴새없이 걸은 느낌이다. 내가 걸음을 멈췄던 순간은 오직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뿐이다. 오래 걸은 탓인지 조금씩 두통이 몰려왔지만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면 그런적 없었다는 듯이 사라진다. 내가 어디로 걷는지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르는채 걸어가면서 찍는다.



그렇게 세시간이 넘었을 때 쯤...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호출이다. 제사음식 만들어야 하니까 빨리 돌아와서 일손 도우라는 전화다. 그때가 되서야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오래 걸었는 지를 인식하게 된다. '어쩔수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가는 방향을 잡는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내가 어디 쯤에 와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잠긴창을 열고 지도를 확인한다. '가까운 지하철역이 어디있나... 아 좀 걸어야 되는구나!' 뚜벅뚜벅 걷다가도 '이거하나만'이라는 생각에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지 못한다. 지하철역에 다 도착해서야 카메라가 가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왠지 모르게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듯이 몸이 무거워져만 간다. 하품 한번하고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저 눈 한번 깜빡였는데 어느새 내려야할 역을 알리는 방송이 들린다. 몸이 무겁다. 좀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쩔 수 있나? 집으로 향한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올려다 본 하늘이 잔뜩 인상을 쓰고 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가면 될거 아니냐.'


나는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간다...








































위에 쓰여진 글은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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