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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거닐다 - 열두번째 이야기 본문
이제는 더 이상 '덜컹'거리지 않는 지하철을 타고 지나다보면, 문득 궁금해지는 곳들이 있다. 내가 보는 풍경은 이런데 저 안은 어떤 모습일까?
뭐 굳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가끔 왠지 모르게 궁금해진다.
그래서 뚝섬역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2호선 창밖의 풍경 속이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걸었던 길의 전체적인 풍경은 이 사진 하나면 모두 설명이 될듯 하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의 나열 끝에 보게 되는 높고 웅장한 새로운 건물들.
아는 사람들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많이 요상해 보이는 이 문장으로 설명하고 싶은 것은 서울에 남아있는 공단 같은 지역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 구로쪽 말고 성수역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지역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외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처에 존재하는 건대역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는 유흥가 때문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조금은 낙후 되었지만 대학이 있는 유흥가 밀집지역(?)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 하나였기도 했으니까.
뭐 여하튼 성수역 주변에는 꽤 많은 공장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건물들이 낮은 편이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덕분에 나는 오래전 한국이란 나라에서 만들어진 건물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흉물스럽다고 생각한다. 사실 좀 관리가 안되는 모습과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 건물들이 종종 눈에 띄긴 했지만.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또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와 배치의 건물들을 보면서 오래 그곳에 살았던 이들을 상상해보고, 지금 살고 있는 이들을 상상해본다. 그들이 내 눈에 보여준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눈앞의 현실. 그 현실을 통해서 나는 미래를 조심스레 상상해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
누군가의 무관심이.
누군가의 불만이.
누군가의 이야기가.
이 모든 것을 만들었고, 또 계속 만들어갈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나이테 같은 복잡한 전기줄이 골목과 골목의 시간을 대신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점점 바뀔 것이다. 높고 커다란 빌딩 숲으로.
오래 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사람들은 떠날것이다.
그리고 오래 된 사람들은, 아니 오래되거나 힘없는 사람들은 그 새로운 것을 위해서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주상복합 건물.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오래 된 도로는 그냥 묵묵히 사람들이 적어내려가는 이야기를 지켜본다.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끔 이쁘지도 않는 사진을 뭐하러 찍느냐는 식의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혼자서 나에게 물어보기도한다. 왜 이런 사진을 찍는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은 그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려고 간다가 가장 적당하다. 단순히 오래 된 전형적인 건물을 통해서도, 또는 전형적이지 않고 엉뚱한 구조의 건물을 통해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연히 버려놓은 혹은 일부러 버려놓은 쓰레기를 통해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그렇게 사람 자체보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할까? 많은 사람들은 사람을 통해서 사람을 읽어내려가고 있으니 나 하나쯤은 그것과 다른 시선으로 사람을 읽어내려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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