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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는 나쁜 것이 아니다.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백수는 나쁜 것이 아니다.

무량수won 2012. 6. 4. 12:06





원래 글이라는 것이 문득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니 내가 하는 이 뜬금없는 이야기도 그냥 그러려니 해주기를 바란다. 누가 나에게 꼭 뭐라뭐라고 해서가 아니다.



나는 백수 생활을 꽤 오래했다. 뭐랄까... 본업이 백수고 가끔 심심해지면 일을 하는 정도랄까? 이런 입장인 내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심기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어떤 욕을 할때나 상대를 깍아내리고 싶을 때 백수를 넣는 것이다. 안타깝다. 백수라는 것이 왜 욕으로 사용이 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어느자리든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꼭 묻는 것이 있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나는 항상 "백수입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면 상대는 예의를 차린다면서, "아 취업준비중 이시군요."라고 내 상황을 자기 나름대로 고쳐준다. 그러면 나는 "아뇨. 그냥 백수입니다."라고 대답을 꼭 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백수임이 부끄러웠다면, "취업준비중입니다." 혹은 말을 돌려 다른 주제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 이런 대답에 오히려 더 부끄러워하며 내 상황을 굳이 다르게 표현하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고 왜 그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지가 아쉽다.



백수라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고, 또는 욕의 하나로써 사용하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사회가 돈을 벌지 않는 이에 대한 혹은 쉼과 노는 것을 악(惡)한 행동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사회는 그만큼 삶에 여유가 없다는 뜻도 된다. 흔히 말하는 OECD국가 중 일 많이하는 국가로 손꼽히는 것 만봐도 뭐. ㅡㅡ;; 


돈을 벌지 않고, 금전적 이득을 내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꼭 부끄러워야 할 것인가? 더 재미난 사실은 여유와 놀이에 대한 관용도 없는 사회가 창의력을 울부짖는 다는 것이다.


창의력이 꼭 쉼과 놀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과 공상이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그리고 이런 상상과 공상은 마음적 육체적인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다. 상상과 공상을 마음 껏 할 수 있는 백수라는 상태를 죄를 짓지 않아도 죄인 취급하고 욕의 하나로써 사용하는 사회에서 과연 창의력이라는 발휘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는 닌텐도 같은 획기적인 게임기를 못 만들지?, 왜 우리는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기기를 못 만들지?"라며 백날 반문해봐야 그 답이 나올리는 없다. 상상과 공상의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아니 상상과 공상을 범죄 취급하는 사회에서 그런 것은 절대 나올 수 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것.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를 둘러싼 가족에겐 미안한 일이다. 그런 부끄러움까지 잊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백수라는 상황. 무언가 상상하고 공상하고 노니는 것을 악(惡)한 행위의 하나로 취급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상태라는 것이 말이다. 돈을 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고혈을 빨고,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는 것보다는 훨씬 고귀하고 보람찬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닐까? 진짜 죄인 취급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백수가 욕의 하나로 취급 되야 하고, 그런 이들보다 더 부끄러워 해야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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