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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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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 모임

8월 독서토론 모임 후기

무량수won 2012. 8. 20. 10:22

특별히 바쁜 것도 없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나름 바빠지는 나날의 연속인 나날이었다. 평소에도 귀찮은 일 투성이의 하루하루였음에도 더욱 귀찮게 만든 밤낮으로 더웠던 날이 지났기 때문이었을까? 벼르고 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기에 정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자꾸만 해야만 하는 일을 못하게 만든 날들이었다. 


새벽까지 잠못들고 게임을 붙들었던 탓이었는지, 아니면 하루 왠종일 카메라를 들고 헤매였던 탓이었는지 피곤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토요일 아침에 또 한 번 책을 뒤적였다. 무슨 말을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한참을 뒤적거리지만 좀 처럼 머리에 남는 문장이나 이야기꺼리가 나오지 않는다. 

'동의할 수 없는 명작이다. 내 감수성은 역시 대중적이지 못한가 보다.' 라는 생각만 가득 채워넣은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항상 그렇지만 사람들이 뜸한, 조금은 이른 시간대엔 언제나 젊은이보다 노인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오늘도 여김없이 뒤에 서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를 툭툭 치며 먼저 지하철에 오르시기 일쑤고, 젊거나 늙거나 지하철에서 사람이 내리는 것을 기다리기 보다 내 발을 먼저 지하철에 올려 놓는 것이 우선인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에 뭐라뭐라 할 바는 아니지만,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것들이 기분좋아야할 하루를 자꾸만 힘들게 바꾸어 놓는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면서 그저 무심하게 다시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집중한다. 

건물들 때문인가? 아니면 사람들 때문인가? 신촌에 올때마다 내게 일상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공간들과 너무나 다른 이질감을 느낀다. 좀 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 공간에서 나는 매번 흔하다면 흔하고 독특하다면 독특한 독서토론이라는 것을 한다. 


공중그네에 나온 이라부는 독특하다. 무리에 잘 섞이지만 무리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섞이지만 그는 언제나 달랐다. 이라부는 독특해서 그를 찾아온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하지만 이라부도 그렇고 그를 찾아온 환자들도 그렇고 그들의 관계가 친한 친구로 이어지진 않는다. 환자들에게는 좀 독특한 정신 처방전, 그리고 괴이한 이를 본 신기함에 즐거워 한다. 

나도 모르게 이라부를 나와 동일시 하고 있었다. 독서토론에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변에 책을 가지고 이야기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와서 나를 보고 즐거웠는지 혹은 어떤 해답을 얻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나는 그들이 작더라도 생각의 변화와 깨달음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마치 나는 공중그네라는 단편 모음집 같은 구성처럼 매번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책이라는 주제가 던지는 사람들의 구성의 다양성에 한계를 주지만 의외로 이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더위 끝자락에서 시작한 독서토론은 me님, 김종민님, 안새봄님, 물든흔적님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그나저나 어쩌다 그자리에서 사람들이 본명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는 그 원인이 제대로 생각이 안나지만....





전체적인 느낌.

공중그네를 가지고 한 이번 토론에서는 이 책이 괜찮은 책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버렸습니다. 뭐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이번은 전체적인 그림그리기에 더 여념이 없었던 느낌이었지요. 

저는 아무래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퍼져가면서 항상 언급되었던 유머스러움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me님과 종민님 그리고 새봄님은 이 책이 전체적으로 재미있었고 괜찮았다고 평해주셨습니다. 가볍지만 그것이 읽는데 부담을 많이 줄여주었기에 좋았다는 평이었지요. 

반면 물든흔적님은 과감하게(?) 별로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말한 가벼움과 만화스러운 재미가 저런식으로 소설에 등자하는 인물들의 정신적 고통이 과연 해결이 될까에 대해 의문을 던져주셨지요. 거기에다 소설에서 만들어 놓는 유머스러움이 개인적으로 썩 와닿지 않는다고도 해주셨습니다. 


저도 물든흔적님 의견에 부분적인 동의를 했습니다. 다만 저와 이 소설의 유머스러움이 맞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패턴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에서는 흔하지 않은 유머였지만 이미 TV나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던 유머였다는 것이 제 발목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일본문화 관련된 부분에서도 언급이 되었는데요. 일본 드라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 중에 무언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일 해 나갈때, 으쌰으쌰하면서 힘을 주고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끝나면서 어떤 교훈을 남긴다는 것이지요. 마치 정하진 공식이라는 듯이.

물론 공중그네에서는 특별히 교훈을 남겨야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옴니버스 형식이고 소설이다보니 풀어나가는 방식이 많이 다르지요. 다만 저에게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가 풀어놓은 유머는 식상함이었다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라부는 어떤가?

아무래도 이 소설의 핵심이고 문제적 인물은 환자들 눈에 비춰진 이라부라고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했겠지만요. 

이 이라부에 대해 김종민님은 친구들의 예를 들으시며 오히려 이라부가 보여주는 의사로서의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 행동이 의사들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안새봄님은 이라부가 보여주는 자유로움 때문에 닮고 싶은 인물이라고 이야기 해주셨지요. me님은 이라부를 통해서 자아성찰을 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가 보여주는 환자와의 친근함이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라부에게서 공포를 읽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유쾌한 소설에서 이라부가 가지고 있을 공포(?)를 느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환자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이유는 무언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스트레스, 다른말로 하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공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공포의 근원이 없는 듯한 이라부는 정말 그들과 다른 별난 외계인일까? 소설에서는 그저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비춰질 뿐 그의 내면에 대해서는 한번도 이야기 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공중그네의 단편 중 장인의 가발편에서 이라부에 대해서 아주 조금 알수 있는 단서가 나옵니다. 누구보다 잘난 의사 아버지를 가진 이라부. 정치계나 학계에 대단한 인맥이 있을 듯한 아버지를 가진 이라부. 그러나 괴짜로 장난치기 좋아하고 다른 이들과 좀 처럼 섞이지 못하는 대학 생활을 보내는 모습의 이라부를 보면서, 이라부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런 독특함으로 무장한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버지에 대한 공포가 만들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종합병원 안에서 구석진 자리에 가있는 이유도, 의사라는 간판은 달고 있지만 의사답지 않아보이는 정신과 의사인 이유가 그 때문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그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라부.

여기에 새봄님은 오히려 이라부가 너무 자유롭기 때문에 그런 억압을 못느꼈을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게다가 의사라는 직업과 신경과라는 것도 누군가의 억압에 의한 것이 아닌 그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고 느꼈음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확실히 새봄님의 주장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공포라는 단어를 이끌어내기엔 사실 그 근거가 많이 빈약하거든요. 결국은 과도한 해석이 불러온 단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셨습니다. 






당신에게 이라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리고 만약 이라부가 현실에 있다면 한 번쯤 찾아가보고 싶으신가요?

me님과 종민님 그리고 새봄님은 가볼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반면 물든흔적님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안간다고 말씀해주셨구요. 저는 이라부가 저와 별반 다를거 없어보여서 안간다고 했습니다. ^^;; 그렇게 소설이야기를 하고, 일본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여 이야기 하다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솔직히 전에 예상하던 것 보다는 일찍 끝났습니다. ^^;; 물론 지난달 돈키호테를 가지고 한 모임이 너무 길었던 탓에 일찍 끝났다는 느낌도 있었지만요. 어쩌면 물든흔적님이 제대로 끊어주신 것일수도 있고... 전날 무리하게 돌아다니고 새벽까지 뭔가를 했던 저의 피곤이 한몫했던 것일 수도 있고... 이렇게 말해도 3시간을 했으니 뭐.. ^^:;

여하튼 그렇게 8월의 독서토론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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