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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본문
한동안 책 감상문을 적는 것에 소홀했었다. 책 뿐만 아니라 영화며 게임이며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열심히 끄적거리겠노라했던 다짐이 무색해질 만큼 글 쓰기에 둔감해졌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상 요즘 무언가 쓰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며 영화와 게임 등이 없었던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끄적거리지 않고 보아왔던 그리고 느꼈던 것들이 모두 쓸모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 내가 느끼기에 나에게 글을 쓰도록 움직이게 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고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내 쓸데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두기로 하자. 그런 와중에 길지 않게 조금이나마 끄적거리고 싶은 책이 생겼다.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끄적거리는 이유는 무언가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도 되는 지라 그 책을 읽고 나서 투덜거릴꺼리가 너무 많아서 담아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동의어로써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불만은 아니다. 오히려 책은 나에게 꽤 괜찮은 이야기를 던져주었다. 더불어 내용 구석구석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며 참 재미나게 읽었다. 이미 읽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이번에 내가 그 책을 처음 읽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이야기 할 책은 장하준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다. 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최근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경제학에 대한 허상에 관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이것을 자유 자본주의라 말했지만 이것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는 경제학에서 시작했지만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 온 이야기다. 한마디로 지구상의 사람들을 쥐고 흔들었던 이런 저런 철학 만큼이나 큰 파괴력을 지닌 것이라고 보면된다.
이것을 장하준 교수의 책은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그 근본을 흔들어 버리는 것이다. 경제학이 시작한 이야기니까 경제학으로 뒤흔들어 버려서 그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것들인지 말해서 그 뿌리를 건들어 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나였기에 장하준 교수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경제학이론을 경제학이론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설명하는 부분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이지만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란 기본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놓아 두자는 의미의 사상이다. 이건 경제학에서 시작되었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 시켜보려는, 다시 말해 정부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규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경제학에 뿌리를 둔 사상이다.
이 사상은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는데, 한국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사람들 사이에게 만연해 있는 약자들에 대한 외면이 될 것이다.
"약자들은 그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며, 그들을 구제해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생각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빚어진 사건의 대표적인 것을 나는 홍익대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손에 꼽는다. 사실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될 꺼리는 아니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것은 이들을 대하는 홍대 총학생회장의 행동 때문이었다. 더불어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한 대학가에 만연해 있던 대학생들의 생각이 수면위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을 대표해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시험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멈춰달라는 요구를 했다. 굳이 시험기간에 그래야 하는 지를 하소연 하는 학생들을 대표한 것이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들도 꽤 상당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언론과 사람들이 집중하기 시작하자 여론의 방향은 논쟁에서 "이기적이고 못된 대학생들"로 바뀌어만 갔다.
특히나 그저 그렇게 약자들의 이야기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분개를 했다. 자신들의 비겁함 보다 아직 어리다 생각했던 대학생들이 이런 이기적인 생각에 똘똘 뭉쳐있다는 것이 분개했고 더 화를 냈다. 자신들이야 사회에 적응하느라 당장 먹고 살기에 바빠서 외면했던 세상이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에게 이미 만연해져 있었기에 더 화가 났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이기적인 마음과 신자유주의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가장 큰 관련은 바로 이 이기심에 있다. 얼핏보면 단순한 이기심 같지만 대학생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단순한 이기심이 아닌 어떤 사상에 바탕이 있는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임을 알 수 가 있다. 그렇다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다.
기본적으로 그 대학생들, 홍대 뿐만이 아니라 대학생들 전반적으로 흔히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적 사상이었다. 그들은 못사는 사람들과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특히 돈을 벌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노력하지 않은 자의 결과라고 쉽게 생각한다. 나는 이것이 어른들 다시말해 그들을 키운 부모세대들의 교육과 세상과 언론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아이들 다시말해 홍대 사태가 일어났을 때 대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던 대다수의 아이들은 공부를 가지고 하는 심각한 경쟁에 시달리며 자라온 아이들이었다. 소위 말하는 스팩시대가 도래했기에 대학에 왔어도 끊임없이 사람들과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이었고, 그 전에는 중학색 시절부터 좀 더 이른 아이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을 준비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경쟁하라고 부모와 학교와 사회가 부추겼고, 그런 경쟁에서 도퇴된 사람들의 결과물로 흔히 그런 육체노동 혹은 돈을 벌지 못한 사람들을 콕 찝어서 이야기 하면 가르쳤다.
그렇다. 약자 특히 돈을 벌지 못하게 된 사람들을 같이 껴안아야 할 상대보다는 경쟁에 도퇴된 게으름뱅이로만 묘사해왔다.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농담처럼 쓰는 표현 중에는 지잡대학에 들어가서 백수나 되라고 이야기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흔히 쓰는 욕지거리인데, 여기에도 이런 경쟁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담겨있다.
백수를 욕의 한 종류로 표현하고, 학교의 순위를 매겨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의 출신들을 욕의 한 종류로 만들어버리며 사회의 낙오자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니 아이들과 더불어 대중적인 생각의 바닥에는 돈을 번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고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라는 것이 깔려있는데,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적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과도한 연결이 될 수도 있지만...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이 경제 사상의 기본이 무엇이기에 자꾸 연결 시키는가?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경제학적 기본은 정부가 규제하지않고 기업들이 알아서 경쟁하면 못난 기업은 스스로 도퇴되고 잘난 기업은 승승장구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이런 경쟁은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며 또 당연한 결과라고 이야기하며 정부가 이런 자유로운 경쟁을 막으면 막을 수록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쟁과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경쟁을 통한 이기심에서 이 두 이야기가 맞닿게 되는 것이다.
장하준의 글은 이런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에 대해서 비판하는 비판서고, 그것을 경제학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 대해서 짧게 쓴다고 하고서는 글이 많이 길어졌다. ㅡㅡ;;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병적으로 혐오(?)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기에 좀... 흥분한 탓이다.
여하튼 이 책을 보면서 예전에 독서토론으로 다루었던 책이 생각났다. 바로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이란 책인데 저자는 피트런이라는 사람이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경제학이 말하는 그리고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투성이라고 지적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경제학이 말하는 대로 이상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이기심에 모든 것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행동하는 심리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두 책 모두 사실상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최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긴 하지만 조금 다른 면이 있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경우는 경제학이란 틀 안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면,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은 경제학 밖에서 경제학 자체를 흔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토론 중에도 경제학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 덕에 <경제학이 숨겨운 6가지 거짓말>에 대해서 심한 반감을 표시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저자 장하준도 전체적인 맥락은 동의해도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이 추구하는 행동경제학에 대해서는 많은 반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경제학적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 경제 위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쟁"이라는 것이 만능이 아니었고, 결코 만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켜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2008년 세계적인 불황이 가져온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경험했기에 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이런 이야기들이 대중의 호평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마치 소련이 무너지며 냉전시대가 끝나는 시대부터 자유주의적 이론 다시말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야기가 전세계적인 호응을 얻어서 마치 그것이 이 세상을 구원해줄 이론처럼 떠받들게 되었던 것 처럼 말이다.
세상의 여기저기서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사람들의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분명 또 언젠가 다시 경쟁의 시대로 부추기는 이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이들이 이런 흐름 자체를 계속 막아내서 결국 변화의 시도조차 못하고 다시 "그래도 경쟁이 최고야!"라면서 세상이 열광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무엇에 사람들이 열광하든 경쟁에서 패배한 혹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또는 그것이 개인의 노력 부족이든 사회적 시스템 때문이든 사회적으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같이 살 수밖에 없고 살아야 할 사람들로 인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바람 때문에 경쟁을 최고로 치며 경쟁에서 진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낙인 찍어 눌러버리는 신자유주의 사상을 극도록 혐오하고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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