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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빅머니 - 이시다 이라 본문

독서 토론 모임

빅머니 - 이시다 이라

무량수won 2013. 3. 30. 01:16




한참을 미친듯이 웃어재끼다가 급하게 정색했다. 오랜만에 참 웃긴 TV프로를 보고 굉장히 진지한 아니 진지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끄적거려야 하다보니 얼굴 근육은 아직도 미소를 띄고 있지만 머리에서는 자꾸 아주 근엄한 호랑이 선생님의 표정을 만든 것이다. 곰곰히 생각하면 굳이 표정까지 억지로 만들며 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서도...



빅머니는 경제에 관련된 소설이다. 가끔 왜 이렇게 단어가 가진 이미지가 딱딱한 것인지, 또 왜 그렇게 딱딱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안타까운 단어들이 몇개 있는데, 경제가 그런 단어 중에 하나다. 누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가? 누가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는가? 이 모든 것을 전문가 탓으로 돌리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만을 신봉하고 그들이 신이라도 되는 듯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빅머니는 소설이지만 어렵다. 왜 경제와 관련된 것들은 이렇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인지... 나는 보통 이런 '어려움'이란 단어를 부르는 것은 그 세계에서 쓰는 단어들이 만든다고 본다. 만약에 빅머니가 그 어려운 단어를 풀어주었거나 혹은 그런 단어들을 버리고 끄적거린 소설이었다면, 내가 이 책을 보고 기립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소설을 보고 기립박수 친다는 건 좀 상황에 어울리지 않나? 다른 표현으로 하면 책을 덮는 순간 "우와!!"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냈을 지도 모른다. 내 평생에 책을 덮으면서 "우와!!"를 입으로 소리냈던 책은 다섯 손가락을 다 접을 수가 없을 정도로 적기에 아무리 그리 쓰였다고 하더라도 그럴일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 책을 일부러 깍아내리거나 혹은 띄우기 위해서 쓰는 건 아니다. 뭐랄까? 내가 같은 소재로 썼다면 '이런 식이 아니라 다른 식으로 풀어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라서 그런 것이다. 왠지 모르게 소설가라는 직업군에 도전하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물론 한국이란 나라에서 소설가란 명함을 달고 사는 것, 그것도 밥을 굶지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가 빅머니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우선 단어 선택이 어쩔 수 없이 혹은 괜히 경제와 관련되 소재로한 소설임을 자랑하고 싶어서 쓴 단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초반부, 주인공을 소개할 때 작가는 그가 경제에 관해서는 그리고 주식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설정했다. 보통 이런 식의 시작은 경제 용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따라 이야기를 보다보면, 소재로 쓰인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괘씸하게도 그런 설명 따위는 안해준다. 


다음으로는 너무나 뻔한 혹은 단어가 어려웠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박에 없었던 이야기 구조문제다.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경제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주인공이 지하세계(?) 아니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에게 우연한 선택을 받아 그의 일생이 담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비법을, 아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비법을 전수 받는다. 이 아무것도 아닌 주인공은 단기간에 마치 그의 선생의 인생을 통해 얻어진 노력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흡수하고 선생님 만큼이나 성장해 버린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절대 악이라 할 수있는 나쁜(?) 은행을 처단한다. 


뭔가 느낌이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물론 내가 요약한 이 글을 일부러 더 그런 느낌이 나도록 쓰긴 했지만, 소설을 읽어보면서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당신이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들을 몇권 읽어봤다면, 굉장히 익숙할 구조다.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구조다.  굉장히 식상하고 굉장히 뻔한 구조, 하지만 잘만 풀어낸다면 푹 몰입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서 보면,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듯하고 내가 영웅이 된듯한 느낌을 주는 구조다.



뭐... 여기까진 그냥 그렇게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내가 너무나 아쉬웠던 건 이것 때문이었다. 나쁜 은행을 혼내준 의도은 정의로웠지만, 결과는 "내 배를 가득히 채우자."였기 때문이었다. 아... 그 옛날 허균의 소설 홍길동 전에서 홍길동은 나쁜 일을 하더라도 의도와 목적, 결과까지 정의로웠지만 빅머니의 주인공과 주인공의 스승님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이야!! 통쾌했지? 그럼 된거야" 였다. 마치 홍길동이 부자들에게 재물을 훔치고 "자!! 내가 못된 양반들을 혼내주고 재물을 빼앗았다. 이제 너희들도 시원하지 남은 재물은 내가 노력했으니 내가 가져가마! 음하하!!"라고 하고 끝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럼 무엇이 되는가? 그건 큰 도둑의 돈을 훔친 그냥 다른 작은 도둑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 놓고 "니들이 속 시원했으니 끝!"이라며 떠나는 것과 같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그런 일을 저지르는 동기부여를 정의에 두지 말 것이지... 내가 괜히 딴죽거는 것 같은가? 맞는 말이긴 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도덕관(?)과는 크게 차이가 나서 그러는 것이니까. 게다가 그냥 소설이 아니던가? 그냥 읽고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 그런 책을 괜시리 심각하게 읽은 내 탓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읽고 넘길 것이라면 내가 뭐하러 이렇게 길게 끄적거리고 앉아있겠는가. 


왜 요즘엔 자꾸만 이런식으로 비판 혹은 비난하는 글을 쓰고 미리 악플을 예방(?)하는 글을 자꾸 달아놓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내 느낌은 그랬다.



이 소설을 읽고 주의 해야할 것이 있다. 무엇인가 하면 소설에서 주인공이 했던 주식을 익히는 방법으로 연습한다면 나도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당신이 무협소설을 보고 그리고 판타지소설을 보고 주인공이 한대로 연습을 하면 과연 무협 주인공 처럼 무림의 고수가 되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냥 경제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주식시장이란 것을 소재로 했을 뿐이다. 그렇게 한다고 당신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주식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했던 방법 중에 하나고, 또 이런 저런 경제학자들이 소설속 주인공 보다도 더 지독한 방법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백만장자가 될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소설에서 전하는 비법(?)은 케이블TV나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주식 강의를 하며 당신은 따라하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꼬득이며 돈받고 이야기 하던 사람들의 말과 같다. 그들의 강의를 들은 모두가 부자가 되었던가? 그렇게 강의 하던 그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는 그 아까운 시간에 비싼(자기들 말로는 저렴한)돈을 받아가며 강의를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자. 


판타지는 그냥 판타지로 남겨두는 것이 좋은 것이다. 어설픈 흉내는 혹은 그런 짓은 스스로를 굉장한 위험에 노출시킨다. 프로레슬링이 쉬워보이고 재미있어보인다고 함부로 따라하다가 크게 다치는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비판만 해놓으면, 뭔가 아쉬우니 장점도 이야기 하나 적어볼까? 그런데 너무 심하게 투덜거려놓아서 그런지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다. 소설치고 꽤 어렵게 읽은 탓일 것이다.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속에서 던지고 싶었는지는 내 머리속에서 멀어진지 오래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머리 속에 남은건 주식시장이 배경이 된 무협소설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쓸데없이 단어들만 어려운 무협소설. 이것이 내가 평가하는 빅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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