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다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다

무량수won 2020. 5. 10. 13:08

일요일 아침부터 자주가는 커뮤니티에서 신나게 키보드배틀을 붙었더랬다. 후...

 

주제는 "게이는 욕을 먹어야 하는가"였다.

 

우선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2020년5월)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처를 잘해서 세계 곳곳에서 칭송을 받고 있고, 조만간 이 코로나19가 발병자 수가 0이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연휴가 있던 지난 주말 사람들은 마치 이 사태가 끝났다는 듯이 놀러나갔다. 젊은이들의 성지(?)같은 클럽도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클럽에 방문했던 이에게서 코로나19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 클럽 방문자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상한 쪽으로 튀었다. 그가 그날 방문했던 클럽 중에 "게이들이 모이는 클럽"까지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이상하게 게이에 대한 욕설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나 주말이 다가오면서 그 강도가 심해졌다.

 

이쯤에서 정리 해야 할 것이있다.

 

코로나19는 어느 곳에서 잘 전염이 되는가에 대한 여부다. 코로나19는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 가장 활발하게 전염이 된다. 코로나19가 초반 발병되고 대거 늘어났던 것은 신천지라 불리는 종교의 특성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종교모임은 다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에 가득차기 마련인데, 이 신천지란 종교는 그 집중도가 더 심했다. 단순히 그런 문제였다면 전국민적 분노가 가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초기에 신천지 신자임이 밝혀졌을 땐, 사람들이 그저 여러 성격의 교회 중 하나로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이 신천지 사태의 문제는 의료행위를 위해 파악해야되는 것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를 했다는 증거들이 나와서 심화되었다. 교주라 불리는 이가 사과를 했지만 그 사과엔 진정성이 없었고, 정치적 이용만을 노렸다는 증거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그 교수의 사과 이후에도 신천지란 조직은 여전히 신도들의 행적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대구에선 쉽사리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았다.

 

이번 클럽에서의 발발도 시작은 비슷했다. 좁은 공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 있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잘 퍼질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정부는 연휴기간 동안 제발 좀 조심해달라 부탁했다. 다소 느슨하게 대처했던 것은 이 때문에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어쩔수 없는 느슨함이었다. 물론 발병자수가 잦아들고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 점을 이용해 곳곳의 클럽은 다시 활발하게 운영을 했고, 수 많은 젊은이들은 그곳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우려했던 그곳에서 전염병 환자가 발생했다.

 

신천지는 발병 이후 조직적 방해가 존재했고, 클럽의 경우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로 감추고 있는 상황이 다르다.

 

요기까지가 이 사태의 핵심이다.

 

 

내가 댓글로 싸운 이유는 이 핵심을 벗어나서다. 사람들이 게이타령을 하게 된건 클럽을 다녀 온 이가 게이들이 가는 클럽도 방문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게이들이 가는 클럽도 방문했단 이유로 당사자를 게이라 지칭했고, 게이라는 존재 자체가 코로나19의 확산의 원흉처럼 이야기했다.

 

이는 사건의 본질에서도 벗어난 비난이었고, 그저 혐오에 기반한 비난이었기에 사람들이 투닥거리고 있는 댓글 전에 참전(?)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저 시기에 클럽을 간 이들에 대한 비난이었다면, 욕 좀 먹어도 싸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게이 문화가 어쩌고 저쩌고, 게이들이 사회의 악인냥 비난을 가했다. 지금도 커뮤니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저런 음모론이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나는 아직 그들의 음모론까지 발을 담그고 싶진 않다. 이렇게 각 커뮤니티 게시판이 시끄러운 것은 수면 아래 감춰두었던 소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혹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사건의 본질엔 관심이 없고, 게이들의 존재를 자꾸 부정하려고 드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이들이 본질을 흐리는 이들에 대한 대응을 꾸준히 해주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논란(?)이 얼마나 진행될지는 모른다. 일단 내가 한판 붙은 커뮤니티쪽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긴하다. 뭐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해도 누군가 불을 붙여버리면 또 활활 타오를 주제인지라 걱정이 되지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