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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 부분 읽기 - 겉모습만 따라하려는 이들 본문
김 장로의 서재는 양식으로 되어있다. 그가 일찍 미국 공사로 갔다와서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서양식 생활을 하려한다.
......
김 장로는 방을 서양식으로 꾸밀 뿐더러 옷도 양복을 많이 입고, 잘 때에도 서양식 침상에서 잔다. 그는 서양, 그 중에도 미국을 존경한다. 그래서 모든 것에 서양을 본받으려 한다. 그는 과연 이십여 년 서양을 본받았다.
그가 예수를 믿는 것도 처음에는 아마 서양을 본받기 위함인지 모른다. 그리하고 그는 자기는 서양을 잘 알고 잘 본받은 줄로 생각한다. 더구나 자기가 외교관이 되어 미국 서울, 워싱턴에 주재하였으므로 서양 사정은 자기보다 더 자세히 아는 이가 없거니 한다. 그러므로 서양에 관하여서는 더 들을 필요도 없고 더 배울 필요는 무론 없는 줄로 생각한다.
그는 조선에 있어서는 가장 진보한 문명 인사로 자임한다. 교회안에서와 세상에서도 그렇게 인정한다. 그러나 다만 그렇게 인정하지 않하는 한 방면이 있다. 그것은 서양 선교사들이다. 선교사들은 김 장로가 서양문명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는 줄을 한다. 김 장로는 과학을 모르고 철학과 에슬과 경제와 산업을 모르는 줄을 안다.
그가 종교를 아노라 하건마는 그는 조선식 예수교의 신앙을 알 따름이요., 예수교의 진수가 무엇이며, 예수교와 인류와의 관계 또는 예수교와 조선 사람과의 관계는 무론 생각도 하여 본 적이 없다.
문명이라 하면 과학, 철학 종교, 예술, 정치, 경제, 산업, 사회 제도등을 총칭하는 것이다. 서양의 문명을 이해한다 함은 즉 위에 말한 내용을 이해한다는 뜻이니, 김장로는 무엇으로 서양을 알았노라 하는고.
- 무정 - 이광수 지음. 79번째 장면 중에서...
주인공 형식이 영어 과외를 하던 김 장로의 딸 선형과 혼담을 나누기 위에서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 장면은 작가가 서양문화의 본래 뜻은 이해하려하지 않고 그저 겉모습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지금 한국에는 소설에 나온 김 장로와 같은 이들이 매우 많다. 기독교는 한국식으로 바뀌어서 처음 기독교가 내세웠던 뜻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서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쓰려고 한다. 분명 한글이 있고 한국어로 대체되는 단어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천시하고 영어를 숭상하는 문화가 생겨버렸다.
그러한 것을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부는 대놓고 영어단어를 섞어 쓰고 있으며, MB정부 초기에는 영어를 국어화 하자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특히 재미나는 점은 잘난척을 하는 사람들은 꼭 영어단어를 많이 섞어쓴다는 것이다. 가끔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저들이 정말 저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알고나 쓰는지 궁금해지기 까지한다. 그러한 허세는 대중가수를 보면 많이 느낄수 있는데, 요즘 그들의 노래 가사에 반은 영어로 이루어져있다. 그들도 그들이지만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중에 정작 그 영어를 제대로 그 영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쓰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그저 멋있게 보이게 하려고 영어를 넣어두는 것이 아닌가? 그런 그들에게 환호하는 대중 또한 그들과 다름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부분을 읽어내려가면서, 사실 나도 뜨끔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나 또한 서양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 있는 사람이고, 그들의 겉모습을 따라하려 애를 쓰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음에도 말을 하는 이유는 나도 그렇지만 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소설 속 김 장로와 같이 되어버린 사람이 너무 많아져버린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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