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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못난 아들과 주식하는 아버지

무량수won 2011. 1. 13. 15:11


오늘도 아버지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식관련 인터넷 방송을 보고 계신다. 그 방송의 가격은 한달에 50만원 나의 아버지가 이용할 수 있는 돈은 300만원.

그 방송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2~3만원씩 이득을 얻으면 당신들 자식들에게 큰소리 치면서 살수있고 편하게 살수 있다고. 그리고 나에 나이든 아버지는 그것이 진리라며 굳게 믿으신다. 그래서 결론은? 수익 그딴거는 이미 안드로메다에 여행 떠난지 오래고, 아버지는 눈치가 보이시는지 자식녀석 앞에서 당당하게 듣지도 못하고 해드폰을 끼고 방송을 보신다. 그래도 나의 나이든 아버지는 굳게 믿고 있다.



처음 주식에 손을 대신건 아마 2000년대 초반쯤이었을 것이다. IMF를 벗어나서 벤처열풍도 불고 주식열풍도 불고 하다보니 귀가 얇은 아버지는 쉽게 돈 벌수 있다는 말에 혹 하고 넘어갔다. 쉽게 돈을 벌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쉽게 벌리지 않으셨는지 몇년뒤 그만 두셨다.

한참 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내 또래의 친구 아버지들 보다는 적은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풍이 오셨다. 신체 일부가 급격하게 마비가 되는 증상인데, 대처가 빨라서 다행히 일상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괜찮아 지셨다. 그 즘 연예인들도 아버지와 같은 풍을 맞아서 아버지보다 심각한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었다.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고, 아버지도 그들에 비해 괜찮은 자신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돈벌이 할 수 없는 가장이란 생각에 많이 힘이 드셨는지 언제부턴가 다시 주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셨다. 그래도 그전에는 장기투자를 했기에 그럭저럭 괜찮았다. 물론 주식을 직접사서 보유하고 있는 아버지는 매일 매일 주식 가격에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 하셨고 불안해 하셨겠지만 계속 돈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주식 관련 케이블TV를 시청하실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루종일 집에 앉아서 TV를 보시다보니 아무래도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솔깃하셨던듯 싶다. 케이블TV를 보는 것까지도 괜찮았는데, 난데없이 인터넷 결제를 할테니 좀 도와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해오셨다. 인터넷 방송 가격은 50만원 다른 방송은 80~100만원 가는데 그 방송은 그나마 싼 방송이라고 하신다.

그것이 뭘하는 방송이냐 여쭈었더니 매일매일 주식을 살고 파는데 전문가가 자기가 사는거 사고 파는거 팔라며 이야기 하는 방송이라고 하신다. 그사람 말만 따라 다니면 돈을 벌수 있다면서. 아버지가 사용할 수 있는 여유돈을 여쭈어 보았더니 두루뭉술 넘기셨는데 많이 잡아봐야 500만원이라고 하신다. 나중에 300만원이라고 하셨는데 중간 중간 주식으로 조금 까먹으셨던듯 하다.

한달에 50만원씩 6달이면 사라지는 돈 300만원. 그리고 아버지의 믿음. 산술적으로 정말 하루에 2~3만원을 벌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 일주일에 5일이 주식시장이 열린다 치고 4주를 한다고 하면, 한달에 돈을 벌수 있는 날은 20일. 20일에 2만원씩만 번다고 하면 한달에 40만원. 그래 조금 더 쳐줘서 3만원이라고 하면 60만원. 방송보는 값 50만원 나가면 뭐가 남을까? 거기에 매매시에 들어가는 수수료도 계산 해야한다. 주식은 매매할 때마다 수수로가 붙는다. 거기에 나중에 붙는 세금도 떼고 나면.....

말렸다. 당연히 말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말이 좋아서 데이트레이딩이지 까놓고 말하면 야바위다. 주식의 가치? 그딴거 개나 줘버리라고 방송에서 말한다. 그냥 하루에 남길수 있는 수익에만 목숨을 건다. 정말 최고로 불건전한 돈장난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식을 가지고 돈장난 하겠다는 것이다. 돈 벌수 있다.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돈을 잃을수 있다. 그냥 잃어버리느냐고? 기본적으로 주식을 거래한다는 것은 일정 이상의 이윤이 나지 않으면 손해로 본다. 즉 이익이 나도 이익이 아니라 어느정도 손해를 보고 시작하기 때문에 큰 이익이 아니면 무조건 손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은 강조한다 이익이 났다고. 이익이 난다고 큰소리로 외친다. 손해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처음 아버지를 말릴때는 내 말에 수긍을 하셨다. 그리고 본인이 몸이 아프니 이거라도 해서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심산으로 했다고 말씀하셨다. 절대 무리하지 않겠노라 말씀을 하셨다. 약 한달이 지난 지금. 아버지가 하셨던 소소한 일은 관심을 끄시고 그 방송만 보신다. 하다못해 주식과 관련된 다른 정보들이라도 검색해서 보시라 말씀을 드렸지만 그런거 귀찮다고 하시고 그 방송이 옳다 하신다. 그 방송만 보면 돈이 생길 것이라 하신다.

답답했다. 짜증도 났다. 그래서 그 방송이 내 귀에 들릴때 아버지가 듣고 계심을 알면서도 그 방송에 대해서 욕을 해버렸다. 그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졌다. 그런 방송에 빠져드는 아버지보다 그런 식으로 현혹해서 돈을 벌어가는 그들이 싫었다.



하지만 그들 보다 더 싫은건 나이가 있음에도 돈벌이에 나서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글쓴다고 끄적거리는 내 자신을 볼 때였다. 어디 한군데서라도 돈들어올 구멍없는 나이먹은 아들녀석 때문에 나이 많은 아버지는 '나라도 벌어야지' 라는 생각에 주식에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나이먹은 아들녀석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화가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에 슬퍼진다.


왜 나는 돈벌이를 하지 않아서 한달에 50만원도 아버지 마음대로 쓰게 하지 못하고, 못난 자식 녀석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가. 도데체 나란 존재가 무엇이기에 아버지를 저렇게 움츠리게 만드는가.



나는 인터넷 주식 방송을 하면서 돈을 뜯어가는 녀석들에게 욕을 했지만 결국은 내가 나에게 하는 욕이었다. 잘난 것 하나 없고 평생 부모가 뒷바라지하게 만든 나이 많은 아들녀석이 한달에 50만원씩 뜯어가는 녀석들보다 더 나쁘다. 그들은 한달에 50만원만 뜯어면서 그나마 나의 아버지에게 희망이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나이 많은 아들녀석은 눈에 거슬리고 많이 알고 있다고 잔소리나 하고 얼마 있지도 않은 부모의 재산을 축내면서 부모에게 걱정만 안겨준다.

그래서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잘 모르는 주식한다고 열심히 방송을 보는 아버지를 보며, 나라는 못난 아들은 자신을 욕한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은 아버지의 모습. 그 방송 소리를 아들녀석이 신경쓰지 않게 하려고 해드폰을 쓰고 듣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괜시리 눈이 시려온다.




이건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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