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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유희열 - 어느 예비군의 편지 본문

잡담 및 답변/음악

윤종신, 유희열 - 어느 예비군의 편지

무량수won 2011. 3. 29. 23:23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란 영화의 흥행은 이등병의 편지란 노래를 다시금 사람들이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당시 청춘을 만끽하던 남자 녀석들에게는 노래방에 가면 꼭 한 번 불러야 하는 노래가 되었다.

2002년. [라이터를 켜라]라는 영화가 등장했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 그리 썩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냥 찌질한 인생들의 찌질한 이야기의 정도였으니까. 등장 인물 어느 하나도 의로운 사람은 없었다. 그저 찌질 대다가 얼떨결에 영웅이 되었을 뿐. 등장 인물들에서 나를 쉽게 발견했기에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영화는 그리 좋게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 OST에 실린 윤종신과 유희열의 노래는 나를 흔들어 놓았다. 덕분에 라이터를 켜라를 2~3번은 본 듯 하다.




노래의 제목은 어느 예비군의 편지. 영화의 내용 만큼이나 노래 가사도 찌질하다. 그 멋들어진 이등병의 편지를 예비군의 마음을 담았다. 어찌보면 그냥 웃길 수 있는 노래다, 그냥 패러디 노래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듣고 있으면 내 현실과 맞아 떨어져만가고, 자꾸 내가 이들의 노래에 맞춰지는 것 같다. 아니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예비군들은 그러 할 것이다.

아마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특히 부모덕에 군대라는 곳을 경험해 본 기억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패배자들을 위한 패배자들의 노래 쯤으로 치부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내가 '이 노래 웃긴다.' 정도의 느낌이었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흐를수록. 내 몸에 나이라는 것이 느껴지면 느껴 질수록 꽉 조인 신발 안에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이 노래가 자꾸만 내 가슴속에서 걸리적 거리게 되었다. 점점 그 돌멩이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집 떠나와 버스타고 어디로 가는지
오늘 하루는 나라에 몸을 맡기련다.
우리동네 지켜보려 한다.

부모님께 꾸중 듣고 서러운 아침은
반갑지 않은 한 동네 친구 만나면서
힘든 하루 고된 날 예고한다.

어색해진 군복속에 숨겨진
무력해진 나의 근육은
이젠 말을 듣지 않고 쉬려고만 한다.
피로해지는 나의 젊음이여

가고 있다~ 빠르게 가고 있다
단 한 번뿐인 겁없는 계절이

곧 다가온다 꿈보다 후회많은
아저씨라는 길고 긴 계절
......


입대할 때 그 눈빛은
일생에 단 한 번 그 때 뿐일가
아무리 힘줘 부릅떠도
떠오르는 걱정에 늘어진다.

어색해진 군복 속에 배었던
기대뿐인 나의 출발은
아직 늦은것 같지는 않아
반도 안된 나의 인생을 다시 믿어본다.

오고있다. 빠르게 오고있다.
잡힐것 뿌듯한 계절이

곧 다가온다. 든든히 나를 믿는
아버지라는 길고 긴 계절
......


아깝고 두렵고 기대되고 무서운 시간.

그렇게 나는 그리고 한국에 사는 대다수의 많은 남자들은,

그 시간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언젠가 예비군이라는 이름도 사라질 그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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