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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와타야 리사 본문

독서 토론 모임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와타야 리사

무량수won 2011. 3. 31. 12:28




가슴 깊숙히 남는 것이 없는 소설들을 읽을 때면, '내가 왜 읽었을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든다.  '읽다가 그냥 그만 읽었어도 되는데 뭐하러 끝까지 읽었을까?'란 질문으로 이어지면 그 때 부터는 내가 이상한 녀석이란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의 소설이다. 이런 저런 수식어가 붙었지만 나는 왜 이책이 상을 받았던 것인지 사실 이해가 안간다. 그동안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것인지 혹은 글쓰는데 있어서 보여주는 기술적인 기교에 사람들이 감동을 한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말 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엔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이와 비슷한 소설을 일본이 아닌 프랑스 작가의 소설 왕자의 특권에서도 본 것 같다. 아멜리에 노통브는 이야기를 가볍게 그리고 많이 쓰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세가와라는 여자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과의 가식적인 친밀함이 싫어서 스스로를 멀리 두려고 한다. 그녀와 비슷한 듯한 남자아이 니나가와. 그 아이는 올리라는 여자 모델을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아이였다. 그녀가 바라보기엔 집착인듯 싶을 정도로 광팬인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하세가와.

둘은 가까워 졌지만 니나가와는 올리라는 모델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하세가와는 자신도 모르게 니나가와를 향해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니나가와의 등의 모습을 자주 이야기 한다. 소설에서는 두번 정도 하세가와가 니나가와의 등을 발로 차게 된다. 뭐 나중의 한번은 건드리는 정도지만.

이런저런 해석을 붙이자면, 깊이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런 깊은 이야기를 찾아내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상도 받고 팔리기도 엄청 팔렸다고 광고해놓은 책의 띠지를 보면서 자꾸만 내가 이상한 녀석같아 진다. 너무 고지식한 혹은 오래된 상식으로 똘똘뭉쳐 있어서 작가가 소설에서 보여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세세한 표현들을 너무 무시하고 바라본 것일까?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결론은 하나다. 내가 보기엔 가벼운 내용이었고, 만약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그녀에게 상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


다소 불만섞인 이야기를 했지만 그 와중에도 괜찮게 본 점은 있다. 일상의 단면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는 점, 성급하게 이야기가 결론을 내거나 모두 설명하지 않고 이런저런 상황과 주인공의 행동으로 그들의 심리를 말하고 있다는 점은 이래서 소설가를 하는 구나 싶은 마음을 들게 했다. 사실 이런 점은 전문적으로 글 쓰는 이들에게서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다. 특히 쉽게 읽혀지도록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은 내가 가지지 못한 장기인지라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관찰"이란 단어를 붙여주고 싶다. 니나가와는 올리라는 모델을 관찰하고 있고, 이야기 화자인 하세가와는 니나가와를 관찰한다. 그리고 하세가와의 친구 키누요는 이런 하세가와를 관찰한다.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는 광경. 그리고 그들의 관찰자 같은 태도와 행동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하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면, "누군가를 관찰하는 10대들의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면은 소설의 첫 부분에서 나타나는 과학시간의 현미경을 통해 무언가를 관찰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같은 반 친구들과 이야기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관계를 관찰해서 정의 내린 주인공의 행동에서도 볼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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