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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되버린 게임, 문제의 본질은?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악당이 되버린 게임, 문제의 본질은?

무량수won 2011. 4. 26. 20:52


게임을 주제로한 영화들은 종종 나타난다. 가끔은 게임으로 유명한 이야기가 영화로 성공을 하기도 하고, 영화로 유명한 이야기가 게임으로 성공을 하기도 한다. 게임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영화로 성공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던 툼레이더가 가장 유명하면서 성공적이었고,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사례는 많이 있지만 대박이라 할 만한 것은 없었던 듯 싶다. 대표작이라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이 있긴 하지만 게임으로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좀...

여하튼 이렇게 주제가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게임 자체를 하나의 주제로 영화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게임 자체가 주제가 되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간의 혼돈이다. 게임이 가져온 아니 게임 뿐만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것이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한다는 사실이 가져온 세계적인 화두는 누가 뭐라해도 "어디까지가 가상세계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라는 것이다.




이글을 읽는 당신은 어디까지가 가상세계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가? 만약 자신이 있다면 이 이야기도 한번 구분지어주기를 바래본다. 당신이 은행 계좌를 만들고 은행에 돈을 넣어둔다. 그것은 컴퓨터를 통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인터넷을 통해서 당신은 어떤 물건을 구입한다. 실제로 돈을 건내주지 않고 컴퓨터로 결제를 한다. 현실의 돈을 직접 지불하지 않았는데, 물건이 배달이 된다.

또한 당신이 인터넷을 통해서 누군가와 채팅을 한다고 하자. 아니 좀 더 확장시켜서 어떤 형태로든지 인터넷을 통해서 글을 주고 받는 상대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과 어찌하다보니 정이 들었다. 실제로 만남을 가졌고, 실제 만남 이후 결과가 좋아서 결혼을 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이 만남을 가상의 만남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현실의 만남이라고 해야할까?

또 다른 이야기를 더 해보자. 당신은 이 글을 읽고 있고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글을 써서 누군가 보도록 공개를 했고 당신은 그 공개된 글을 읽고 있다. 당신은 내 이야기에 동감하거나 혹은 불만을 가질수 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고 당신은 가상 공간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감정을 느끼는 것이 웃긴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건 실제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현실이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컴퓨터에서 노래를 들을 때 받는 파일명은 보통 엠피쓰리(MP3)라 한다. 이에 대해서 불과 15년전만 해도 사람들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아니 있긴 했지만 극히 일부의 일이었다. 가상현실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소리바다라는 사이트를 통해 음악이 대대적으로 공유가 되었고, 지금은 음악하나를 인터넷을 통해서 들으려면 인터넷을 통한 결제를 통해서 지불해야 한다. 앞서 말한 인터넷 결제 처럼 말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의 일이 일상생활에 밀접해진 것이 2011년의 한국이다. 그리고 2011년의 세계다. 이제는 가상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 영화가 하나있다. 스테이 얼라이브(stay alive)라는 영화는 게임을 하던 청년들의 이야기다. 주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게임을 하던 청년들이 있다. 공포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공포게임을 하다 중간에 끝난 사람들이 게임 속의 죽음과 같은 모습으로 죽어 나간다. 그리고 주인공 무리는 게임과 현실의 혼돈을 오가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간다.

그냥 게임은 나쁜 것이니까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란스러워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고 쉽게 치부해 버릴 수있다. 하지만 이것을 그렇게만 바라볼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게임이 나빠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주제로 가상세계와 현실을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공포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을 하면 저렇게 된다는 식의 교훈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와 현실사이에 어떤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공포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게임이기에 게임이 주로 사용되는 것 뿐이다.

이렇게 게임을 통해서 보여지는 현실과 가상세계간의 혼란을 보여주는 영화중에는 헐리웃 상업영화도 많이 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의 아발론(avalon)도 주목해서 볼만 하다. 지루한 감이 많이 있는 영화이기에 사실 영화로서의 가치는 많이 못느낄 수 있지만 게임이란 것을 주제로 혼돈을 이야기 하는 초창기 실사 영화이기에 한 번쯤 언급될 만한 가치는 있는 영화라고 본다. 비록 오시이 마모루의 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오래된 영화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은 악(惡)이라고 울부짖는다. 사실 영화를 통해서 게임을 가상현실과 현실을 혼돈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도구로 많이 묘사가 되었다. 앞서 설명한 스테이 얼라이브라는 영화와 아발론 이란 영화를 단편적으로 보고 있으면 게임은 나쁜 것이라 쉽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들을 만든 감독들의 제작의도에는 그런 것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습만을 바라봐야 함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있는 단어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비교해 가면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영화에서 게임하던 애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니까 "이건 게임 하는 아이들을 향한 경고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영화들이 담고 있는 혼돈, 혼란이란 단어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현실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서 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물과 세상 그리고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단편적인 면을 혹은 보이는 것만을 바라보게 되면, 이 이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 볼 수가 없다. 숲을 바라봐야 하는 시점에서 나무의 뿌리를 관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숲을 바라봐야 보이는 것인데 나무 뿌리를 보면서 다른 것을 지적하는 꼴이다.

운동경기에서 볼수 있는 플랜카드 응원전에서 실제 단어 혹은 어떤 이미지를 보려면 플랜카드가 펼쳐진 상공에서 혹은 먼 거리에서 살펴봐야 하는데, 플랜카드를 드는 사람 옆에서 구경하면서 이건 어떤 단어 또는 이미지다라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격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이야기 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본다. 물론 게임 자체에도 어떤 문제가 있다. 그것까지 무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를 게임에게 그 원죄를 묻는 다는 것이 웃기고 황당할 뿐이다. 이제는 굳이 게임을 주제로 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와 현실 사이의 혼란을 표현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다. 2010년에 개봉한 인셉션은 그것을 꿈을 오가는 것으로 보여줬고, 써로게이트라는 영화에서는 브루스 윌리스가 노익장을 과시하는 액션을 통해서 보여줬다.

내가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자는 소리에 니들이 뭘 안다고 나서느냐며 귓 구멍을 막아버리고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화가나서다. 사람들 사이에서 가상현실과 현실사이의 실질적인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보지못하면서 이런 착각은 게임을 많이 하니까 나타난다는 식으로 매도 하는 사람들에게 화가나서다. 이미 다들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혼란이 심해지고 있음을 인식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죄를 게임에게 몰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나기 때문이다.

게임을 비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한국의 게임 산업이 조금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한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게임들에 문제가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그리고 게임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악으로 매도하는 것은 좀 너무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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