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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의 우경화와 쉽게 흔들리는 대중.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인터넷 커뮤니티의 우경화와 쉽게 흔들리는 대중.

무량수won 2011. 6. 4. 10:15


우경화된듯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글루스

한때 인터넷이 너무 좌경화 되어서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던 어르신들이 엄청 많았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논의는 대부분 좌경화된 이야기 뿐이었고, 그것이 옳다고만 이야기 되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대통령도 몇번 바뀌니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니 바뀌었다기 보다는 균형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옳을 수도 있지만, 우경화된 사람들이 인터넷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경화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매우 커진 곳중에 이글루스가 있었다.

우경화란 것과 좌경화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정치색을 나누는 것은 사실 불필요한 작업이다. 문제에 따라 혹은 사건에 따라 각자의 의견이 있는 것이고 그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좌측과 우측으로 나누어 니편 내편을 나눌 필요가 없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본다. 특히나 냉전시대가 끝난지 20년이 지나가는 상황인 지금까지 좌우로 나누어 싸운다는 것이 좀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 자체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자는 것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도 정치는 좌우로 나누는 싸움질에 연연한다.


이글루스의 이오공감이란 공간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글이 올라온다. 나는 그렇게 올라온 글을 읽고 있는데, 꽤 괜찮은 숨겨진 글들이 올라오기에 열심히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가끔 정치적인 글이 올라오는데, 요즘은 흔히 말하는 우경화된 쪽의 이야기가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래도 타당성 있고 납득할 만큼 괜찮은 글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면서 읽어보지만 다수는 편을 나눠서 쌈질하는 글이다.

우경화된 사람들이 욕하는 좌경화된 사람들을 공격하는 논리와 비웃는 수준이 그들이 흔히 비난하는 좌경화된 이들이 했던 짓거리와 같은 것을 보고 있자면 역시 극과 극은 통한다는 농담은 진리인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비단 이글루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모든 생각과 의견에 논리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이야기 할 생각이 있다면, 애초에 말을 하면서 혹은 글을 쓰면서 "절대 내의견이 옳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가면 안된다. "내 의견은 이렇지만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는 식의 태도가 있어야 소통이 되고 대화가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일단 내가 옳고 나와 다른 것은 모두 잘못된 것임을 미리 알리고 이야기를 한다. 이러니 소통이 될리가 있나.

뭐 토론이라는 것이 자신의 의견에 대한 논리를 채워가면서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는 일이 주된 목적이다보니, 소통이란 이야기 속에 이런 모습이 들어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의 잘못과 자신과의 다름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 하는 것은 절대 만날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같다. 흔히 볼수 있는 TV를 통한 정치적 토론만봐도 쉽게 알수 있고, 종교를 맹신하는 이들과 종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사람들만 봐도 쉽게 알수 있으리라.


무식해진 대중, 쉽게 흔들리는 대중.

지식의 쇠퇴란 책이 있다. 오마에 겐이치라는 일본의 유명한 사업가인데, 그는 책을 통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대중들이 무식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만을 염두해두고 쓴 책이라 한국과는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나는 한국도 일본 만큼이나 대중들이 무식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누군가의 이야기에 우르르 몰려는 가지만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건들을 잠시 살펴보자면, 타블로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했다. 나도 의심했다. 그러나 타블로를 유명대학을 나온 사람으로써가 아닌 가수로써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다수는 학력의 진위여부에 집착을 했고, 그것을 발화점으로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중들은 쉽게 휩쓸렸다. 이 사건이 종결되고 타블로가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증명을 하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이 되서야 사람들은 타블로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야기가 끝나자 타블로를 공격했던 사람들에게 집중포화를 날린다. 대세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괜한 의심쟁이로 치부하고 그저 나쁜 놈들로만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흔히 넘어가는 사실은 그들의 말에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왜 타블로에게 그들이 미운 감정을 실어서 공격을 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유명 대학 나온 가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가 공격을 당했는지 고민하는 대중과 언론은 없었다. 그저 타블로를 향해 의심한 사람들은 나쁜 누리꾼일 뿐이었다.

이외에도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대중들은 가벼운 언론의 글에 속아 혹은 분위기에 속아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었다. 수 많은 블로거들도 이런 분위기에 낚여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을 그저 남들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한번 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휩쓸리는 블로거들은 대다수가 방문자수에 민감한 이들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슈 검색어가 뜨면 앞뒤 안가리로 일단 끄적이고 보는 블로거들의 행태는 어휴... 어디가서 블로깅을 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대중이 다양한 의견을 보고, 듣고, 이해해야 할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경화되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최소한 이쪽 이야기를 들으면 저쪽 이야기도 들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변화가 좋은 의미의 변화가 아닌 그저 편을 갈라서 싸우는 모습으로만 나온다면, 그건 변화하나 마나라고 본다. 그저 이쪽이 아니면 저쪽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의 논리는 점점 다양함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모습이 아닐까? 언제까지 냉전시기의 이데올로기에 같혀서 싸움을 해야하는 것일까?

북한이 아직 버티고 있다는 특수한 상황까지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주민들도 껴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북한체제가 무너지면 그냥 중국의 또 다른 지방으로 내어주고 말것인가? 이런 것을 원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극단으로만 달려가려는 사람들의 인식은 다양성의 인정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가볍게 펜을 놀리는 혹은 타자를 치는 언론들에 휩쓸려 스스로를 가볍게 하기보다,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해야한다.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하려면 다른 생각과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한다.

물론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다지기가 힘든 것은 안다. 특히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시간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이런 저런 언론의 이야기에 쉽게 휩쓸릴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꼭 해야하는 것은 다른 의견과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거부반응을 보이기 보다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주는 것이고 봐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는다면, 대중은 언제나 무식하고 지혜롭지 못하며 조종하기 쉬운 것들로 취급을 당할 뿐이고 당신도 쉽게 그 대중 속에 포함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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