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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은행이 고졸 출신을 뽑았다는 뉴스를 보면서

무량수won 2011. 7. 21. 22:57


은행이 고졸 출신을 뽑았다는 뉴스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이런게 뉴스가 되야만 하는 현실이 웃기고, 기껏 대통령이 찾아가서 하는 이야기가 "나도 해봐서 안다"의 새 버전을 내어 놓을 뿐이라는 것이 웃겼다. 뭐 물론 의도는 대통령이 상고출신의 신입사원들을 위로해주는 말이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왜 은행에는 고졸이 사라졌을까? 시간을 잠시 98년으로 돌려보자. 한국이 망해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영삼이 아저씨가 제대로 망쳐놓은 한국 경제는 외국에 헐값에 기업을 넘기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직원을 짤랐다.

누구 먼저 잘랐을까? 당연히 가장 만만한 고졸 출신 먼저다.
왜 만만했냐고? 일단 고위층에 연줄이 없고, 핵심 업무지만 가장 단순한 업무였기 때문이었다. 연줄이 없다는 것은 짤라도 아무소리 못한다는 것이고, 가장 단순한 업무였다는 것은 다른 직원들이 대신 하기 쉬웠다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곳곳에서 하루 아침에 회사에서 잘린 그녀들의 음성이 들려왔고 세상은 어렵다며 애써 무시했다. 신문에서 연일 보도를 했어도 그녀들의 일은 그녀들의 일 뿐이었다. 그녀들과 같은 처지의 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떠밀려 나왔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떠밀려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교육을 가지고 장사하는 장사치들도 늘어났다. 늘어난 대학만큼 대학을 운영하는 장사치들이 늘어난 만큼 대학을 들어가기도 쉬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대학을 나온 사람들에 의해 인력시장은 새롭게 재편되었다. 과거 고등학교 출신들이 있던 자리에서 대학 출신들이 일을 시작했다. 대학 출신들만 가던 자리가 포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은 이리저리 통합되어 규모가 커졌고, 경제가 좋아지자 규모가 커진만큼 벌이가 커졌다. 은행이 대기업이 된 것이다. 대기업들은 우수인력을 채우기 위해 임금을 올렸다. 대신 많은 부분에서 비정규직을 늘렸다. 정직원들의 벌이는 같이 커졌지만 비정규직들과 하청 업체들은 피와 땀을 빨렸다.

그래서 홍대 청소 아주머니들 같은 사태가 일어나고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다.


고졸 출신들을 다시 뽑는단다.

그리고 그녀들의 일자리를 늘린단다. 마치 선심이나 쓰는 척. 세상을 바로 잡는 척.
정말 좋은 일일까? 정말 세상이 바로잡힐까?

사람들은 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로 잡히지 않을 것임을. 이것이 또 다른 쇼임을. 설사 제대로 늘어난다해도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임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일을 보고 콧방귀를 낀다.

나는 말이다. 그녀들이 정치쇼에 희생양이 될까 무섭다. 괜히 희망을 주다가 더 큰 고통을 줄까봐 무섭다. 나는 보아왔다. 정치쇼에 의해서 전문대로 진학했던 이들의 현실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수 있다고 희망을 심어주던 2000년도의 일들을. 하지만 세상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잘 살았고, 좋은 대학을 나올수록 잘 살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노력하면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수 있다고. 그렇게 성공한 사람을 보라고 한다.


생각해보자.

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평균 임금과 평균적인 생활을. 그리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평균 임금과 평균적인 생활을. 마지막으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평균 임금과 평균적인 생활을. 무언가 보이지 않는가? 사람들이 그리고 당신의 부모가 왜 대학을 가라고 했는지 알겠는가?


2011년. 고졸 출신이 대기업이 된 은행에 정직원이 되었다고 뉴스가 나왔다. 그녀들이 엄마가 되어 자식을 대학에 보낼 2030년 혹은 2040년에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자식들을 닥달할까? 아니면 대학따위는 안가도 된다고 말을 할까?

미래 따위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현실이 이어진다면, 그녀들은 자식들을 대학을 보내야만 한다고 닥달하고 좀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돈을 벌러다니는 지금의 부모들과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아마 그 시간이 되면 지금 보다 더 심해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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