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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사진 공모전에 사진을 내면서...

무량수won 2012. 11. 14. 15:47

티스토리 사진 공모전에 사진을 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안될 것은 알지만 그래도 한 번 내봐야지. 많은 사람들이 환호해주지 않을 테지만 뭔가 의미를 담은 사진을 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자. 내 사진은 사진 자체의 작품으로써는 질이 매우 떨어진다.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일 사진찍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쁜 것을 찍지도 않고... 


그런데 나는 이쁘지 않은 내 사진을 사랑한다. 가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 내가 찍었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 반하는 사진들이 있다. 분명 내가 찍을 때는 아무생각없이 찍었는데, 그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면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그래... 나르시즘인지도 모른다.



내 사진은 여러번 변화한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볼때의 풍경과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통해서 받아들일 때와 그것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았을때.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가만히 내 사진을 바라볼 때. 


나라는 인간이 사진 속에 사회적인 의미를 끼워 넣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사람들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렇게 찍혀진 사진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내가 찍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시간이 지난 후 혹은 찍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찾아내거나 만들어 생각해본다. 


그러다보면, 내 사진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사진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왠 미친 놈인가 싶을 정도로 내 사진에 내가 반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이다. 이건 사진을 찎으면서 돈을 벌 수도 없는 내가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이유인 것이다. 



이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진을 공모전에 냈다. 


역시나 이쁘지는 않다. 가끔 이쁜 사진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질투는 나지만, 난 내 사진이 결코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다. 이쁘지 않지만 그들이 담지 않는 세상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난 결코 부끄럽지 않다. 


궁금하진 않겠지만 각 계절 사진과 그 이유를 적어 보려고 한다. 





이것이 내가 봄을 대표하는 사진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꽤 지저분하고 을씨년스러운 이 사진을 봄의 대표사진으로 꼽은 이유는 아현동 재개발 지역의 봄을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철거 예정지인 이 동네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이미 옆동네는 집들이 흔적없이 사라졌고 깔끔하고 높은 아파트와 건물들을 짓기위해서 한참 공사 중이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풀과 곧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잠들었던 나뭇가지가 내 가슴을 쳤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화려하고 화창한 봄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쓸쓸하고 아쉬운 봄이었다. 






이건 여름을 대표하는 사진이다. 그냥 사람 많이 있는 사진이 어떻게 여름을 대표하는 사진이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나름의 사회적 이야기가 녹아 들어간 사진이다. 이 장소는 왕십리다. 2012년 최고의 기대작이었던 디아블로3라는 게임이 출시되던 날의 풍경이다. 물론 몰려든 사람들은 이보다 두배 정도는 많았지만.


이 사진을 여름의 대표로 꼽은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왜 게임에 이토록 열광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이들이 국내게임도 아닌 외국게임에 이토록 기대를 하는 가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밤새워 줄서는 열정. 이후 이어진 전국의 마트에 일반 게임보다 두배 더 비싼 한정판을 사기 위해 뛰어다닌 이들의 열정. 이들이 왜 게임에 빠질수 밖에 없고 게임에 이렇게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이 사진은 작년 가을에 찍은 사진이다. 왜 이 사진을 가을의 대표로 올렸냐면, 올해 내내 시끄러웠던 아동에 대한 각종 사건사고 때문이었다. 무엇이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가?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고 또 어떻게 보호해야만 하는 것일까? 끝나지 않을 물음이지만, 유독 올해 그 질문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어른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사진은 내가 사진을 막 찍기 시작하던 시절에 찍은 아파트 단지의 눈 사진이다. 집을 가진 사람이나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 모두 힘들게한 한해였다. 아마 앞으로 더 지속이 될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이제는 아파트가 아닌 집은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언제쯤 집에 쏟아진 폭설들이 녹아 사라질까? 






2012년과 사진. 


리고 세상. 


당신이 지금까지 본 세상은 어떤가? 


그리고 당신은 이 사진에서 무엇을 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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