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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일어나는 단체란 이름의 폭력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대학에서 일어나는 단체란 이름의 폭력

무량수won 2011. 2. 3. 12:05


설날이 끝나면 대학교는 새로 배움터(줄여서 새터)라고 해서 신입생과 재학생이 같이 어울리는 여행을 떠나게된다. 이는 처음 대학생활을 하는 신입생들에게 좀 더 빨리 학교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자리이며, 학생들간에 단합을 위한 자리다.


그런데 이런 좋은뜻을 가진 새터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이제 막 성인이된 아이들과 한두살 더 먹었다고 하지만 별반 다를 것 없는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주도하는 행사이다보니 이런 저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이 새터라는 행사다.

오늘 이글루스를 보다가 새터와 관련되어 문제가 불거진 글을 보았다. 어느 대학에서 새터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신입생들의 새터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선배라 하는 이들이 신입생들에게 미래의 학교생활을 빌미로 협박을 한 것이다. 새터를 참여하면 어떤 점에서 좋은지를 이야기 해야 옳음에도, 그러지않고 참여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이익을 나열하면서 협박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군대식 문화가 대학가에 스며든 가장 나쁜 폐해라고 생각하하고 있다. 이런 식의 협박은 주로 남자들이 많은 학과에서 많이 이루어진다고 느껴왔었다. 물론 내가 모든 대학과 모든 학과를 다 다닌것이 아니라 모두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비율이 상당수 되는 집단 또는 남자들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곳에서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공대와 인문대 모두를 다녔었다.



선배들의 이런 협박에 코웃음 치며 넘겨버려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이제 막 성인이라는 단계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런 협박은 꽤 위협적이다. 사회에 나오면 3~4살 차이는 그리 큰 나이차이가 아닌것을 알게되지만,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의 눈에 많아봐야 2~3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선배들은 엄청나게 나이 많은 어른처럼 보인다. 이점을 생각한다면 선배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약간이라는 강압은 신입생들에게 있어서는 협박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체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강압이 있어야 함은 인정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정도는 해야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수 있다. 그런 강압이 같이 무언가 해보려는 의사를 표현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강압인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지만, 그런 의사 조차 표현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리 겁을 주는 방식을 동반해 억지로 자신들의 행동에 함께 하기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결국 새터를 가느냐 가지 않느냐는 개인의 의사가 먼저 존중 되어야 하는 것이지 강압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을 억지로 끌어다 앉히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행위는 단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락 볼수 있다.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고등학교 교실에서 힘센 동급생이 옆반의 동급생과 축구내기를 한다고 한다. 물론 이건 미리 반 친구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힘센 녀석 혼자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자 얼마씩 돈을 걷어서 내기 돈을 마련해야 한다. 누군가는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내기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힘센 녀석의 강압에 의해서 자신의 돈을 내기 돈으로 지불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우리는 쉽게 "한반이 단합하는 것이니까. 그정도 내기돈을 내는 것은 상관 없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일종의 폭력이라고 봐야할까?

폭력이 아닌거 같다고? 그럼 좀 더 심화시켜보자. 당신이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동네 건달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일정량의 금액을 가져가야한다고 말한다. 그 상황에서 당신은 그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자치를 위해서 보호비를 내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경우의 심화 정도가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먹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건 비단 새터를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문제 뿐만아니라 이후에 행해지는 대학 내 행사들과 그 중에 마시게 되는 술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매해 3월이 되면 대학가에서 술에 관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런식의 강압으로 병들어서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점점 시대가 변하고 있다. 단체의 단합도 좋지만 그전에 개인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우선시 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까지 과거 군부독재 시절처럼 단체만을 우선시하고 사람들에게 단체를 위해서 하라고 강압하고 있을것인가? 이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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