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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한명숙을 버려야만 하나? 본문
아 이런 어이없는 결정...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총 선거가 끝났다.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서 패배라 했다. 나도 투표결과에 많은 실망을 했다. 화도 났고 궁시렁거리면서 욕도 섞을 정도로 요즘 말하는 멘탈붕괴까지 나타났다.
4월 13일 아침 민주통합당의 한명숙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했다. 새누리당에게 과반 이상을 내준 것에 대한 책임 때문이란다. 그녀의 이런 결정이 있기 전, 인터넷에서는 한명숙 책임론이 불거졌었다. 여기저기서 누군가의 탓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투덜거림이었다. 아마 최근까지 총선 대승이라는 신기루를 만들어준 트위터에서도 사퇴하라고 그들(?)이 난리를 쳤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나는 민주통합당 당원도 아니고, 정당투표에서는 민통당을 찍지도 않았고, 후보에 대해서는 단일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민통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하지만 그동안 술자리에서나 인터넷에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민통당에게 투덜댔던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만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그렇기에 그 민통당의 걸음걸이에 대해서 또 이렇게 투덜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자 보자. 한명숙은 누가 뽑아주었나? 그리고 한명숙이 대표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한명숙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투덜되고 있다고 해도, 한명숙이 총선 전에 박근혜 만큼의 결단력을 보이지 않아서 혹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인가? 잘못으로 따지면 한명숙 보다는 박근혜가 총선동안 실수를 더 많이 했다.
한명숙의 실수와 박근혜의 실수의 차이점이라면, 그 자체의 경중 보다도 TV언론장악으로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박근혜보다 더 욕을 먹었다는데 있다. 그리고 진보 언론이라 하는 곳들도 한명숙에 대한 철퇴를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휘두르고 있었던 탓도 있다. 물론 결과론 적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이상을 차지했기에 총 책임자인 한명숙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녀가 모든 죄를 옴팡뒤집어 써야 할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으로 인터넷 상의 신기루에 모두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그 신기루에 속은 것에는 나도 포함된다. 투표율이 55%를 넘지 못했다. 인터넷의 분위기만 봐서는 70%가까이는 나올 것만 같았는데, 현실은 55%도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런 것일까? 인터넷 상의 바람이 인터넷에서만 머물렀고, 정치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들만의 바람이었고, 그들만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그럼 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치뤘던 지난 보궐선거는 인터넷의 힘이 컸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보궐선거라는 것 자체가 투표율이 워낙 낮은 탓에 보수표도 같이 줄어들어 트위터로 대변되는 인터넷 상의 민심이 쉽게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도시라는 특성상 이런저런 무가지와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탓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MB심판 바람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있었다. 다만 그것을 전국적으로 또한 한국이란 나라 구석구석까지라는 것으로 파악했을 때의 상황이 달랐을 뿐이다. 스마트폰 열풍이라고 해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한계가 있는 것이고, 또 트위터가 인기라해도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한계도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와 오프라인의 대표적인 언론인 TV와의 이야기 단절은 트위터를 중심으로한 인터넷상의 바람과 이야기가 전달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명숙이 사퇴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민통당이 한명숙을 감싸안아 줬으면 했다. 민통당원이 뽑은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뽑아준 대표니까. 대선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좀 더 믿어주고 같이 가자고 했으면했다. 물론 인터넷 상의 그들이 시민들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투덜거리는 것을 왜 다 받아주지 않았던 것인가?
왜 꼭 이렇게 사람들의 기대치보다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고 큰 죄를 진 사람도 아니고, 결정적인 패배(내가보기엔 완전한 패배라고도 보기 힘든)의 원인이라 볼 수도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단죄의 칼을 내렸어야 했느냔 말이다. 과거 기성정치가 그랬듯이 그 타성에 아직도 젖어서 일단 결과론적으로만 바라보고, 그 책임을 사퇴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냔 말이다.
지금 민통당에게 필요한 것은 인물과 이야기다. 그러나 민통당에게 박근혜만큼의 인지도와 새누리당이 만들어냈던(비록 TV언론이 받아서 뿌린 탓도 있지만) 이야기 조차도 구경하기 힘들다.
내가 지난 서울 보궐선거의 영향력을 조금 낮게 평가한 감은 있지만, 어찌되었든 더 낮을 수도 있었던 투표율이 높아졌고 안철수 바람은 일어났다. 장악당했다 생각되었던 TV언론이 안철수의 입을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었던 것은 안철수가 만들었던 이야기였다고 본다. 사람들이 투표하고 싶은 감동적인 이야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몸이 그 마음을 따르게 했던 원동력은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탓이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그래왔듯이 한명숙을 쫒아내고 대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 보다, 한명숙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사람들(패배감에 젖어있는)을 추스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또 하나의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그녀가 대표자리에서 대권에 나서는 후보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대선을 위해 뛰는 박근혜와 대비되는 이미지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명숙 책임론을 자꾸 되풀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한명숙이 대표가 된 지 1년이 지났는가? 아니면 2년이 지났는가? 냉철하게 생각해서 한명숙이 대표를 사임할 정도의 죄를 저질렀는가? 박근혜 만큼의 권한이나 한명숙이 가져보고, 혹은 그렇게 휘둘러 보고 선거에서 그들이 말하는 패배를 한 것인가?
안철수가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보여줬던 드라마가 보고 싶나? 그러면 이미 있는 사람들부터 챙기자. 쓰러진 사람부터 챙기자. 새 인물이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명숙에게 맡겨졌던 기간이 그런 새 인물이 필요할 정도로 오래되었는지도 생각해보자.
특히 민통당 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그대들이여. 인터넷을 들먹이면서, 그리고 트위터를 들먹이면서 한명숙을 단죄하지 마라.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 느낀 절정의 패배감은 당신들 탓이 제일 크다. 탓을 하려면 큰 목소리인 당신들 스스로를 반성하고 상처입은 당신들 주변 인사들을 챙겨주기를 바란다. 당신들이 민통당을 휘두르면서 언제까지 안철수와 문재인 입만 바라보고 살것인가? 그대들에게 주어진 목소리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를 좀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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