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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끔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 시키는 글을 보면서... 본문

잡담 및 답변

나를 가끔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 시키는 글을 보면서...

무량수won 2012. 10. 16. 19:21




인터넷의 역사 관련 게시판을 보다가 종종 글을 올리는 환단고기 찬양자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흥분하게 됩니다. 마치 타도해야할 절대 악당이 나타난 것 처럼 말이죠. 이렇게 저렇게 길게 글을 쓰고나서 글을 올리려고 하는 순간!!!,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계속 지우죠.


어짜피 예전에 썼던글을 쓰고 쓰고 또 쓰고, 했던 주장을 하고 하고 또 하는 일의 반복일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죠. 오늘도 대여섯번은 그런 장문의 글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그중 하나를 올리긴 했는데, 그것도 같은 이야기를 쓰기 싫어서 환단고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면에서 접근을 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저는 그들이 환단고기에 빠져드는 이유를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른 분야를 통해 자신을 만족스럽고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위한 심리 중의 하나라고 해석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환단고기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유혹에 자주 빠져들게 되는데요.


요즘 주로 많이 빠져드는 것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과 여성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들입니다. 대부분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스스로를 칭송받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심리지요. 자신이 칼을 빼들고 나섬으로 인해서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



저에게도 그렇게 영웅이 되고 싶은 심리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 사실 그들에 대응(?) 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저만의 생각이 있는 것도 존재하지만, "니가 칼을 빼들었어? 그래 한번 붙어보자!!"라는 왠지모를 영웅 심리가 강해서지요. 다만 그런 마음이 굴뚝같음에도 다써놓고 글을 계속 지워버리는 이유는, 최대한 이런 일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뿐이 라서지요. 가끔 미친척 하고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서 전장에 뛰어들긴 하지만요. ㅜㅜ


게다가 똑같은 소리를 또 쓴다는 느낌이 들땐 왠지 모르게 제 자신이 식상해 보이기도 하구요. 어짜피 내가 똑같은 소리 계속해서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처음 보는 것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지우고, 또 써보고, 또 지우고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 그런식으로 망설이다가 게시판에 공개되거나 블로그에 글을 발행되는 것은 그 중에 가장 순화된 글, 혹은 어쩌다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발행을 눌러버린 글들이 뛰쳐나갑니다. 



무조건 옳은 것은 없습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있는 것이고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분명 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은 말이죠. 1만원도 안되는 싸구려 키보드의 먼지를 후후 불고,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따다닥 소리를 내보고, 고개를 한바퀴 돌린 다음에 미친듯이 머리속에 가득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보고 싶어집니다. 내가 오늘 저 녀석과 인생의 끝까지 키보드로 하는 이 무식한 칼부림을 마지막까지 휘둘러 보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물론 제 블로그에는 그 반응이 별로 시원치 않아서 칼부림이 아니라 저혼자 허공에 칼을 휘두를 우스운 꼴이 연출되긴 하지만요.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몸만 풀었습니다. 두부라도 잘라야하는데, 자를 것도 없어서 그저 허공에 휘두르고 마치 칼이 내는 바람 소리인냥 "휙휙"입으로 추임새만 넣었지요.


왜 이렇게 글쓸 때마다 허무해지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앞서 말한 것들은 그저 괜한 핑계일 뿐이고, 글이 안써지기에 글쓰는 행위를 점점 어려워하게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관찰자일 뿐이야!!" 란 마법의 문장을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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