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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제럴드에 대한 생각의 변화 본문

독서 토론 모임

피트제럴드에 대한 생각의 변화

무량수won 2012. 12. 9. 12:20

얼마 전 내가 투덜거리며 읽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실려있던 피트제럴드의 단편이 담긴 책을 다 읽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는 영화의 깊이와 감동에 비해 너무나 엉성해 보였다. 하지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뒤에 있던 단편들은 그나마 '아... 이 사람의 글 모두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얼마 전 짧게 나마 남겼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간다>에 대한 평을 통해 쏟아냈던 혹평이 '왠지 좀 심했었구나'라는마음을 가지게 했다. 뭐 아무리 그렇게 마음이 움직였다해도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여전히 썩 좋은 평가를 해줄 수는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트제럴드의 평가를 살펴보았다. 언제나 유명작가 혹은 작품에게 그렇듯이 광적으로 칭송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글들 속에서 피츠 제럴드에 대한 비평 혹은 투덜거림은 쉽사리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평가는 어쩌면 내가 한글로 된 인터넷 글의 평만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책을 잘 안읽는 한국이란 나라에서 피트제럴드라는 사람의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책 좀 뒤적인다는 사람들이나 피트제럴드를 알지 그렇지 않은 대중들에게는 그저 생소한 사람일 뿐이고, 제대로 자신의 느낌을 글로 옮기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글쓰는 사람들이 많은 인터넷 세상에서 혹평을 찾는 다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그건 그렇고,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도록 만든 것은 컷글라스 그릇이라는 단편이었다. 커다란 쟁반 같은 그릇의 주인 가족의 삶과 사건이 담담하게 나타나는 이 단편은 다른 피트제럴드의 작품처럼 전형적인 미국식 이야기 였지만, 사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너무 새롭게 다가와서 좋았다. 더불어 다른 글에서 보기 힘들었던 그 그릇 주변의 사건과 사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감정선이 잘 나타나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전에 피트제럴드의 대표작인 위대한 개츠비를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그만큼의 인생 경험이 쌓이지 않았기에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이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작품이든지 사람들은 각자의 크기만큼 혹은 경험만큼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깊이가 다르고 볼게 되는 면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마치 대다수 대중들이 열광하는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내가 흔하디 흔한 이야기들을 짜집기 한 듯한 느낌의 소설이라고 감상을 적어버렸던 것처럼, 어쩌면 글 곳곳에 있던 감정선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선들이었기에 위대한 개츠비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혹평을 쏟아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라면 내가 봤던 책의 번역이 그런 감정선을 제대로 녹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좀 더 피트제럴드의 작품을 읽어봐야 하는 것일까?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읽고 그럼 그렇지 했던 내 마음이 다른 단편들로 인해서 조금은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버렸기에 한 번 쯤 다른 작품, 혹은 위대한 개츠비의 원서를 힘이 들더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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