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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투표가 끝난 후...

무량수won 2012. 12. 20. 09:47

열광 그리고 흥분의 도가니.


18일 저녁. 사람들은 매우 흥분해 있었다.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을 가릴 것 없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될 거라 믿었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랬었다. 


집에 들어가는 길. 한 무리의 여성들이 헤어지는 인사로 "꼭 투표해"라는 말을 남긴다. 그들을 스쳐지나가며 이번에 내가 생각했던 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누구를 찍으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대다수 여성들이 싫어하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여성들이 헤어짐 인사로 했을 때는 분명 그 사람의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했다. 


19일 투표날이 되었다. 어제 보았던 그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나와 신나게 떠들었던 이들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투표를 하기 전부터 당연히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표장에 갔다왔다. 투표장에서 줄서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사람을 지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줄서있는 것도 꽤 기분이 좋았더랬다. 간간히 어르신들이 너무 오래 기다린다며 투덜거리셨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처럼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투표를 하고 집으로 오는길. 지나가는 사람들 속의 대화에서도 이런 저런 희망을 가졌다.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어 이런 저런 준비를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커피숍에 도착했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날이 날인 만큼 사람들은 대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투표율이 높다는 소식에 모두들 즐거운 흥분상태에 빠졌고, 이야기는 화기애애해졌다. 투표율이 80%까지는 나올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투표 종료시간이 되었다. 간간히 인터넷에서는 종료시간이 끝났음에도 아직 줄서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오후 6시가 지나고 투표율 집게 퍼센트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올라갔다. 마지막은 75.8%를 기록했다고 발표되었다. 


의례껏 투표율이 높으니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그리고 나와 같이 자리를 했던 사람들이, 나와 인터넷으로 대화를 하던 사람들이 지지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들떠있었다. 


사람들과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개표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길거리 곳곳에서 탄식의 한숨과 그래도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이야기가 내귀에 자꾸만 맴돌았다. 사람들은 실망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고 싶어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TV에서 흘러나오는 결과를 지켜봤다. 확실하단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당선이 확실하단다. 실망했고,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지지해 대통령을 만든 그들이 괜히 미웠다. 괜히 싸우고 싶기도 했다. 짜증도 났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끝난 일인 것을.

내가 지지하던 이는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20일 새벽이 되어있었다. 인터넷에서 나와 같은 뜻을 품었던 사람들은 탄식했고 힘들어했다. 인터넷과 TV에서는 이번 결과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결과를 가지고 짜맞추는 놀이다. 


내가 이번 대선을 보고 할수 있는 생각은 하나 뿐이었다. 화가나고 짜증나고 열이 나지만, 대한민국의 대중이 선택한 사람이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인정을 해야한다. 



다만 이번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두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좀 더 부지런하게, 좀 더 제대로 바라보고 듣고,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의 실망스러운 결과는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부분에서 정치라는 것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짜증이 난다면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결과는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또 그렇게 열심히 외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망 속에서 절망을 볼 것이 아니라 희망을 보아야 한다. 누군가와 싸우고 물어 뜯는 것을 하기보다는 좀 더 상대를 이해하고 감싸안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한국이란 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내 뒤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나라를 주려면 그렇게 조금이나마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투표로 이미 결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두손놓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희망을 보고 희망을 가진다면, 내가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변화는 분명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투표가 끝나고 난 뒤 어떤 이가 쓴 끄적거림...


희망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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