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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 - 손홍규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이슬람 정육점 - 손홍규

무량수won 2013. 1. 18. 19:28

'소설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낳게한 책이다. 


이슬람 정육점이 가지고 있던 소재는 참신했다.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이 책을 누군가 추천했을 때, 좀 무서웠다. 소재도 괜찮은데 글까지 좋을까봐서 무서웠다. 두번다시 너 같은 녀석은 글 쓸 생각하지말라고 이야기 할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피하긴 했지만 소재가 던져주는 그런 무서움 때문에 피했던 점도 있었다.


허나 책을 구입하고 몇장 넘기고 나서 그건 괜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려움은 커녕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모아놓은 집합소 같은 소설이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쓰레기통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사실상 비판이 아닌 비난을 끄적일 것이므로 이 책을 괜찮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나와의 차이는 그저 관심과 취향의 차이일테니까.



이야기 소재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늙은 터키인이 한국인 고아를 입양한다. 그들이 사는 동네는 서울의 한 산동네(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고, 터키인은 이슬람을 믿으면서도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슬람 율법에 돼지는 먹으면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많은 것이 모순된 삶을 사는 핵심 인물과 더불어 사는 모순덩어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터키인에게 입양된 고아의 눈으로 펼쳐진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을 금치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이 소재가 가진 신선함과 모순으로 뒤범벅되어있는 상황하나 만으로도 흥미를 돋구었다. 


하지만 이 좋은 소재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너무 이상하게 풀어내 도통 무슨소리하는지 알수 없게 만들었다. 이 소설을 읽는내내 '재미없다'라는 생각과 '이상하게 짜증난다'라는 생각이 뱅뱅 머리 주변을 돌게 만들었다. 만약 독서토론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면, 일찍 책을 덮어버리고 다른 책에 집중했을 것이다. 가끔 이런 책이 걸릴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기도 한다. 꼭 누군가의 선택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고른 책도 내가 짜증나서 투덜 거리기 때문이다. ㅡㅡ;;;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이 소설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이는 입양된 아이다. 정확하게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예닐곱살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풀어내는 단어나 상황을 보는 시선이 어린아이의 시선이 아니었다. 만약 이 소설이 성인이 된 이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식의 이야기였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없다. 어린아이가 말하는 상황이지만, 생각하는 것 그가 보는 시선 모두 어른이었다. 그것도 중년의 아저씨 느낌이 물신 풍겨나왔다. 주인공 뿐만 아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로 설정된 아이들 모두 죄다 어린이라는 탈을 쓴 중년의 아저씨들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아이다운 시선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린아이를 왜 이야기를 하는 화자로 설정한 것일까??


다음으로는 이야기 내내 마치 잔소리하듯 혹은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 작가 자신의 생각을 끼워 맞추려는 흔적이 자꾸만 느껴졌다. 내 선입견이 자꾸 못마땅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좋은 말과 생각을 소설속에서 모두 쏟아내려고 하는 느낌이 강했다. 내가 아이답지 않은 시선이라고 느꼈던 부분 중에 이런 것도 크게 한 몫했다. 입양된 주인공을 통해서, 주인공과 어울리는 아이들의 입과 눈을 통해서 어른들의 생각과 세상 좀 살아본 중년 남자의 정리된 인생이 쏟아져 나왔다.


만약 이 소설이 웃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 옷을 입은 2~30대 개그맨들의 개그 처럼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러기에는 너무 진지하다. 그래서 어린이 분장을 한 40대 정도된 아저씨가 자신은 어린아이라고 우기면서 인생의 씁쓸함을 풀어놓고 있는 모놀로그 같은 기분이었다. 목소리라도 어린아이인척 할수도 있으련만, 이 아저씨 그조차도 하지 않는다. 굵게 나오는 그대로 분장만 어린아이 분장일 뿐 영락없는 40을 훌쩍 넘긴 아저씨다. 이런 상황을 연출하는 소설을 내가 어떻게 좋게 읽을 수가 있을 것인가?


앞서도 말했지만 자신이 주어들은 혹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이 소설안에서 모두 풀어내려고 하다보니 온갖 좋은 소리는 다 들어갔지만, 영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한다. 작가가 마치 학교에서 책으로만 삶을 배워서 온듯한 느낌이었다.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 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고 나는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고, 사랑 때문에 상처받으면서 사랑을 알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컴퓨터에 인간의 삶을 적어 놓고 "이것이 사람의 삶이야"라고 뽑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저런 소설을 읽으며, 그 이런 저런 소설들이 내뿜어대는 이야기와 생각을 자신의 틀에 맞춰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인간을 닮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형상의 소설이었다. 



어쩌면 위에 쏟아낸 이야기는 내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해서 표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선입견이 개입이 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작가로 데뷔한 이들에 대한 질투와 한국 작가들에 대한 오래 전에 겪은 실망감이 있을 테니까. 분명 나와는 다른게 정말 좋게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를 휩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조차 나는 심하게 비난했었으니까. 물론 그뒤에 그의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비난 일색이긴 했지만.... 그래서 단순히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 이런 소리를 늘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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