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뒤 왜 지식인들이 북으로 향했나?

이 이야기를 시사쪽으로 해야 할 지 아니면 역사쪽으로 해야할지 개인적으로 갈피가 잘 안잡히지만, 이미 오래된 사실을 다루고 있기에 그냥 역사 잡담이라 평하려고 한다.

위에 고종석이 언급한 월북한 지식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풀어서 써보려고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왜 조선(남북한)의 지식인들이 북한으로 건너갔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 마련인데, 그건 공산주의가 지향했던 낙원 때문이었다.

공산주의가 유럽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전 세계를 휩쓰는 이론이 되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지향했던 낙원 때문이다. 이 낙원이 생겨난 이유는 17~18세기 유럽이 급격한 도시화와 자본주의가 부의 집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폐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도시의 노동자 였는데, 이들이 숫자는 많지만 부당함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공산주의는 이런 이들을 대변하는 사상이었다. 레닌과 앵겔스에 의해 성립이 되었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가장 대표적인 폐해는 어린 아이들에게 까지 노동이 당연시 되고 최소 생계비 조차 손에 쥐기 힘든 월급 등이었다.

다시 낙원 이야기로 돌아와 왜 공산주의 세상이 낙원이었냐하면, 그 고생하던 노동자들의 세상을 만들자고 했던 것이고 세상 사람 모두가 차별없이 사는 곳이라는 이상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로 과거 소련(소비에트연방)의 국기는 낫과 망치였다. 이런 이유로 나름 깨어있는 지식인들은 공산주의의 매력에 푹빠지게 된 것이다.

이건 조선시대 천주교가 아름아름 지식인들에게 퍼졌던 것과 비슷하다. 계급체계 사회에 있어서 천주교는 혁명이었다. 태생적인 계급이 없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종교는 새로웠고 또 계급적 한계에 답답함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워주었다. 실학의 대가라 불리는 정약용과 그의 가족들이 천주학을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왜 지식인들이 월북을 했을까? 나는 북한에서 내세웠던 낙원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당시만 하더라도 북한은 김일성이 대표기는 했지만 김일성 왕국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김일성에게 힘이 실어졌던 것은 그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공산주의국가를 세운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일성은 그와 대립할 수 있는 자들을 숙청했고, 그 위에 있던 혹은 좀 더 북쪽에 위치해 있던 소련 또한 비슷한 숙청으로 스탈린이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어 사실상 낙원의 꿈은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이후 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가치를 높이사게 된다. 그건 이론상의 위대함 보다 결국 권력을 손에 쥐는 이들에 의해서 망가질 것이라면, 그나마 견제가 가능한 민주주의쪽이 낫다의 생각이 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소련의 강압적인 통치체계가 확립되는 모습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소련 뿐만 아니라 북한과 더불어 중국에서도 비스한 일이 벌어졌기에 공산주의는 폭력과 억압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건 내가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국가에서 그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사실이 무시 못할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여하튼 소련이나 중국은 그나마 인구가 많아서인지 혹은 땅이 커서인지 왕조가 되어버리지 않았지만, 권력 집중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폐해를 겪은 북한은 결국 3대 세습이라는 사실상 왕조국가가 되어 버렸다.

문득 이쯤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은 70~80년대 대학가에서 퍼진 공산주의 문제인데, 이것도 과거 지식인들의 월북과 같은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직접 북한으로 건너가려고 하거나 혹은 칭송하려고 했던 이유는 북한에 대한 정보 통제가 불러온 상상의 산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공산주의에 대한 갈망외에 통일에 대한 당연성이 자리잡고 있었던 탓도 있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왜 지식인들이 북한으로 월북했느냐 하는 것은 그들이 환상을 꿈꿨고, 그 환상이 당시에는 그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고 있었기에 단체 환각 상태였기에 이뤄졌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