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읽기) 탑승자 동의 없이 이뤄졌던 택시 속 인터넷 방송, 의도가 나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탑승자 동의 없이 이뤄졌던 택시 속 인터넷 방송, 의도가 나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기사로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볼 때면 가끔 드는 생각은 이들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혹은 알고 기사로 옮기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나 제목이 자극적이면 자극적 일수록, 기사에 뭔가 허전한 느낌이 많이 들면 들수록 엉성한 기사라고 느껴진다. 거기다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쓰여진 기사의 경우 사실은 맞지만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쏙 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보도 >

자기 택시에 카메라를 달고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인터넷TV방송을 하던 이가 있었다. 사람들의 이런 저런 고민을 들어주던 그 택시에 한 때 아이유가 우연치 않게 그 택시에 탑승해 공중파TV에도 출연했었다. 택시라는 케이블TV가 연예인 대상으로 이야기를 듣는다면, 해당 택시는 택시를 실제로 타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송에 나오는 승객들 모두가 택시에 탔다고 방송되는 것을 동의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내 일상의 일부분이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관찰된다면 기분 나쁜 것이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 되었든 일반인이든 말이다. 그렇다고 택시를 운전하는 이 기사가 매번 탑승하는 손님에게 물어보고 방송을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왜냐면 택시도 택시지만 인터넷TV 방송을 하기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기다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하면서 인터넷TV 방송하는데, 녹화 된 것을 편집할 여유까지는 이 택시 기사에게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해 택시기사는 꽤 좋은 의도로 택시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그와는 다른게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곳에 노출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 노출에 대한 결정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탑승자들에게 꽤 큰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문제다.

이 문제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냐 아니면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냐에 따라서 그 판결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1차 판결에서 징역 6월짜리를 선고 받고 집행유예 2년에 자격정지 6월을 선고되었다가 다른 판사가 맡은 2차 판결에서 굳이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문제라고 무죄 판결이 난 것이 그 증거다. 판결의 주요 이유는 대화 당사자의 한명인 택시 기사가 그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이기 때문에 통신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요즘 인터넷방송을 통해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종 생활을 엽기적으로 혹은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매니아들 사이에서 스타가되어가고 그 덕에 일정 정도의 수입까지 올리는 신종 직업이 나타난 것이다. 이 택시 기사의 인터넷TV도 그런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택시기사의 시도와 의도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행동으로 택시 탑승자의 동의 없이 방송이 이뤄지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택시기사의 잘못은 자신의 인터넷TV 방송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해 졌다고 해도 그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택시운전인데 그 선후가 바뀐 탓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사만 보면 마치 택시에 몰카를 설치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는 않고, 그 보다 방송에 대한 욕심이 불러온 실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시도한 일이 굉장히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택시기사가 이번 소송을 통해서 승객들에게 언제나 방송에 대한 동의를 얻는 절차를 항상 거치면서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는 그런 기회를 통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는 문제니 말이다.

일단은 본인의 택시에 그가 운행하는 택시가 인터넷TV를 통한 방송을 하고 있음을 탑승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택시 외관을 꾸며야 한다. 그 다음에 탑승한 사람들에게 간단한 동의 절차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방송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방송을 잠시 포기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