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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읽기) 청부살인의 원인보다 조선족인지가 더 중요한 뉴스

무량수won 2014. 10. 17. 11:27

청부살인의 원인보다 조선족인지가 더 중요한 뉴스


가끔 나를 고민에 빠트리는 기사들이 종종 있다. 그게 무엇이냐면, 특별히 흠잡기는 좀 애매하지만 굉장히 기괴한 뉴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굉장히 이쁜 연예인들의 얼굴 부분을 가지고 모았는데, 완성된 얼굴은 이상한 얼굴인 뭐 그런... ㅡㅡ;; 분명 욕을 먹어야 할 기사인데, 욕을 하기가 굉장히 난감함 그런 기사 말이다.




이 뉴스가 딱 그런 형태의 뉴스다. 제목이나 기사 마지막에 똑같이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라는 단어를 반복해 이 기사가 조선족이 살해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하나씩 뜯어보고 분석해보면, 또 그렇게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 MBN 보도 >


일단 기사 클릭해서 보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사건을 요약해야겠다. 건설업체 사장하나가 2006년도에 수원에 아파트 하나 지으려고 하다가 틀어진 일이 있었다. 땅값만 해도 70억원짜리 였다. 이 땅매입을 건설업체가 직접하지 않고 용역을 줬다. 용역받은 이가 이 일을 완수하지 못하자 아파트를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된다. 이에 격분한 건설사 사장은 민사소송을 걸었고 용역받은 이와 감정은 더 나빠지게 된다. 그러자 용역받은 이를 죽이기로 하고 2014년에 청부살인을 의뢰했고, 의뢰를 받은 브로커는 한국에서 자리못잡고 있던 조선족을 시켜 용역받은 이를 죽이게 했다.


흠... 기사를 요약해보니까 왜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알겠다. ㅡㅡ;; 우선 이 사건의 핵심은 분쟁을 일으킨 건설사 사장과 땅 매입하던 용역업체 대표다. 그런데 기사는 그 이야기보다 조선족 살인자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다시 말해 사건의 원인보다 사건의 경과와 결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는 원인과 결과가 주어졌을 때,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매체가 아니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속보일 뿐이고, 그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파해치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본래 뉴스가 하는 일이다. 왜냐면 뉴스가 이 원인들을 이야기 함으로써 좋은 결과는 더욱 좋게, 나쁜 결과는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뉴스가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 다시 사건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사건의 원인은 조선족 살인자가 아니다. 조선족을 고용한 중간에 있던 청부살해 브로커와 건설사 사장이다. 이 둘이 아니었다면, 조선족 살인자는 살인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청부살해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없었다면, 더욱 더. ㅡㅡ;; 그렇다면 뉴스가 파고들어야 하는 지점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건설사 사장과 조선족을 고용한 청부살해 브로커다.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조선족이 아니라 말이다.





이쯤되면, 가난한 조선족, 범죄자 조선족이 더 문제라면서 흥분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맞다. 그들도 문제가 있다. 그들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선 그 문제의 비중이 살인한 조선족이 아니라 살인을 의뢰한 한국인들에게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찝어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야 된다는 것이다. 누가 조선족이고 누가 조선족이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또한 똑같은 의뢰를 조선족이 아닌 한국인이 받았다면, 과연 거절했을까? 해당 조선족과 비슷한 경제사정과 가정사정에서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기사는 그런 점을 염두하지 않았다.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하는 척 하지만 초점은 "살인자 조선족"에게 맞춰져있다. 제목부터 그렇게 뽑았다. 그러니 살인 청부 문제에 있어서도 건설사 사장이 브로커에거 건낸 돈은 나오지 않고 조선족이 건네 받은 돈만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법정에서 소송중이라고 해도 2006년도에 벌어진 이 사건이 어떻게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는지 그 연결고리가 제대로 설명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설명이 없다. 이 기사는 그 연결고리보다 마치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이 주인공인 것처럼 초점을 맞춰서 써놓고 있다. 이건 뉴스지 영화가 아닌데 말이다. ㅡㅡ;;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분노는 살인자 조선족에게 향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안써도 요즘 인터넷 분위기에선 무조건 가난한 외국인 때려잡자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조선족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발끈 하지만 말이다. 거기다 뉴스는 검색을 위해 "조선족 시켜 청부 살해"라는 단어를 반복해 마지막에 넣어두고 있다. ㅡㅡ;; 뭐 어짜피 종편(MBN) 찌끄레기 기사들 수준이 다 그런 것이라 이해는 한다만... 이거 참...



결론을 맺어보자. 이 기사는 기괴한 기사다. 왜냐면, 사건의 핵심이 아닌 주변부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사건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무엇이 중요하게 다뤄져야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기사엔 그런 판단이 능력이 없어보인다. 그냥 윗사람(보통 데스크라 부른다)이 "이렇게 써야 사람들이 많이 자극되고, 욕하고 흥분할 꺼야. 그러니 이렇게 써!"라고 지시받아서 끄적거린 것이다. 스스로 했다면, 그건 더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건 말 그대로 "순수한 정품 기레기"니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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