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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빙신은 왜 5꼭지나 드루킹을 이야기 했나 본문
어제(2018.04.18) 엠비시 뉴스 데스크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이건 대놓고 드루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엮으려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드루킹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넷에서나 김어준이 방송하는 뉴스공장을 통해 내용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댓글로 여론 조작을 지시했나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시청할 때는 다른 일을 하면서 뉴스를 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뉴스를 하나 하나 살펴봤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이건 취재 시작부터 악의적으로 접근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것 보다 해당 뉴스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났다. 아래는 어제 뉴스데스크에서 드루킹과 민주당에 관한 뉴스다. 시작을 누르면 드루킹 뉴스 시작 점 부터 나온다. 일단 이 뉴스를 보고 아래 글을 읽어봐주길 바란다.
위 영상 뉴스를 꼭지별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2. 드루킹 '옥중 서신' 입수 "구속은 정치적 보복"
4. 드루킹 주도한 오프라인 모임 '경인선' 의혹 부상
5. 댓글 전쟁터 된 네이버...'공감-비공감' 집착 이유는?
이렇게 다섯 꼭지나 된다.
우선 뉴스 제목들을 살펴보자. 제목만 봐도 뭔가 느낌이 오지 않는가? 드루킹이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여론 조작에 참여했고, 마치 전직 대통령들 처럼 감옥에서 감옥 밖의 사람들에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는 엄청난 사람인 듯한 느낌도 들고, 민주당은 드루킹 알았으면서 별거 아닌 것처럼 발뺌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이며, 드루킹이 만든 경인선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세과시를 할 정도로 엄청난 조직이라는 느낌을 팍팍 주고 있다. 거기다 마지막에 네이버 이야기를 끼워 넣어서 드루킹이 그동안 불거졌던 모든 인터넷 여론 조작의 수괴인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악의가 느껴지지 않나? 제목과 뉴스 배열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취재 단계에서 데스크가 취재 방향 자체를 '드루킹은 문재인 정부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만들어보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와있는 정황으로는 드루킹은 단순 지지자며, 그 지지자가 세과시 하면서 문재인정부에 자기 사람 앉히려고 수 쓰다가 문재인정부가 물리 쳤다는 정도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 지지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욕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메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정도가 일반적인 정황이다.
제대로 보도 한다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는 이 정황과 이런 저런 소문이 실제 발로 뛰어 취재한 결과와 잘 들어 맞는지 정도를 확인 하면 될 일이었다. 만약 기자들이 보기에 그 문제가 심각하고 정부의 위법 행위가 맞다는 증거가 있었다면, 어제 처럼 보도 해도 된다. 그런데 뉴스 내내 그런 증거 나온게 하나라도 있었나? 그나마 민주당이 드루킹을 각종 고소 고발에서 빼내줬다는 식의 보도가 그 이유에 가장 가까운데, 사실상 바른미래당(예전 국민의당, 안철수당)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해당 기사에서 민주당이 반박하는 것도 보여주긴 했지만 이미 제목으로 민주당이 드루킹을 알았고, 드루킹을 보호하기 위해 빼줬다는 식으로 제목을 내버렸다. 마치 확정 된 것처럼 말이다.
최소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면, 제목에서 그런 말을 바른미래당이 주장했음을 알렸어야 했다. 그런데 없다. 제목엔 그저 "민주당이 알고 있었데"라고 말하며 끝날 뿐이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이자, 수 많은 사람들이 가장 열받았던 것은 4번째 꼭지로 다뤄진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뉴스였다. 여기서 뉴스데스크는 김정숙 여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다니는 모습을 넣는다.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해당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의혹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도 없다. 그냥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드루킹이 지지하는 인원들을 많이 모았다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굳이 제목에 "의혹"이란 단어를 붙였다. 이건 사실상 결정타(?)에 가까운 것으로 굳이 필요도 없는 뉴스를 만들어서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을 알고 있었음을, 혹은 관련이 있음을 끼워 맞추려고 넣은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이딴걸 뉴스라고 내놓았다. 이딴걸 방송국의 얼굴이라고 하는 메인 뉴스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이런 뉴스를 데스크에서 거르지 않았다. 데스크가 뉴스 기획회의 할 때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뉴스 데스크는 저 뉴스가 정말 뉴스의 가치가 있었다고 말 할 수 있나?
드루킹 뉴스의 마무리로 네이버의 댓글 논란을 끼워 넣으면서, 사실상 네이버에서 벌어진 댓글 논란의 책임을 드루킹에게 씌워버린다. 물론 해당 기사에서는 드루킹이 했다고 나오진 않는다. 그런데 뉴스 배치를 잘 살펴보자 4꼭지 내내 드루킹 이야기 하다가 드루킹 사태의 원인이 된 네이버 댓글을 이야기 한다. 어느 누가 드루킹과 네이버 댓글 뉴스를 다른 뉴스라고 생각할까? 단순히 생각하면 답이 쉽게 나오는 것이다.
자. 정리를 하자. 글이 길어졌는데, 드루킹에 대한 공방은 어제도 있었고, 3일 전, 4일 전에도 있었다. 그 때마다 뉴스데스크는 모든 공방을 오늘 처럼 다 중계를 해주었나? 단순히 논란이 있었다는 이유로 5꼭지나 드루킹 관련 뉴스를 배치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딴 말도 안되는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때문에 이건 뉴스데스크가 기획해서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는 말이 된다. 그들이 실제 집중 취재를 했다면, 이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경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다. 그걸 알고도 이렇게 방송 할 수 있을까?
또한 이 뉴스가 굳이 5꼭지나 보도할 만큼의 보도 가치가 있었나?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다. 각종 의혹을 야당 국회의원들이 소설을 이리 저리 써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발표 된 것만 봐도 뉴스데스크가 제시한 것과는 굉장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기자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이런데 굳이 5꼭지나 배치해서 보도했다.
나는 뉴스데스크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비판, 혹은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뉴스를 만드는 이가, 그리고 뉴스를 기획하는 이가,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을 뉴스로 만들어 보도했고(특히 4번째 꼭지), 그 뉴스의 배열이 어떤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비판 혹은 비난을 하는 것이다.
기자가 의혹을 제기 할 수는 있다. 그것이 드러난 정황과 어떤 물증들에 확신이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어제 드루킹 보도에서 그런 것들이 있었나? 어제 보도는 드루킹을 어떤 거대한 악의 화신으로 만들고 그 악의 화신과 문재인 정부 사이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보도가 아니었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을지도 모른다"는 식말이다.
이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할지 안할지 모르겠지만, 엠비시 뉴스데스크는 이 점을 확실히 해명해야 한다. 뉴스를 걸러야 하는 데스크가 뉴스를 여과하는데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저 5개 꼭지가 정말 뉴스로서 가치가 있었는지. 앞으로 재발 방지 책이란 것이 있는지 등등 말이다.
JTBC에 실망한 탓도 있었지만, 최근 MBC의 뉴스는 정말 눈에 띌 정도로 괜찮게 바뀌고 있었다. 뉴스 배치며, 뉴스 꼭지들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충분히 박수쳐 줄만큼 열심히 잘해왔다. 그것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어제 보도는 내가 전에 비난했던 딱 그 수준의 보도였다. 기사의 기본이 실종된 보도였다.
2018/01/02 -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 엠비시 뉴스데스크, 기본 부터 새로 배워라
사람들이 엠비시 뉴스를 보고 다시 엠빙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를 향한 의혹 제기 때문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건 뉴스를 보도하는 이들이 그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서라고 본다. JTBC에서 사람들이 MBC로 건너올 때도 똑같은 문제 때문이었다. 아직 희망이 있는 보도국이라면, 사람들의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과 방송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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