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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객관과 주관에 관하여

무량수won 2011. 5. 2. 02:05



객관이란 단어.

사람들은 주장을 하면 그에 걸맞는 증거를 내민다. 그에 대한 증거가 충분 할 수록 사람들의 공감을 사게 된다. 사람들의 공감을 사면 자신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이 되며, 이 여론은 다시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는 증거가 다른 사람들에게 검증되고 또 이미 많은 공감을 산 것일 수록 사람들은 쉽게 호응을 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좀 더 전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나 전문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을 하게된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객관이란 단어를 마구잡이로 붙인다는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상황을 말하려는지 봐주면 좋겠다.

A와 B는 대화를 하고 있다. A가 자신이 최근에 한 테라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칭송한다. 이에 B는 어떻게 그딴 것이 최고의 게임이 될 수가 있느냐며 자신은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B는 각종 게임 뉴스 칼럼에 게임 기자라는 사람들이 테라를 평가한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를 한다. 게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기자들이 테라를 쓰레기라고 평가했으니 "객관적"으로 그 게임은 쓰레기다. 라면서 주장을 했다.

A는 가만히 듣고있다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생겼다. 왜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평가한 것이 "객관적"일수가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게임을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전문가의 의견이 그렇다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그것이 "객관"인 것과는 별개라고 봤다.

그래서 A와 B는 이 "객관"에 대한 기준 때문에 대판 싸우게 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면, 내가 자주가는 블로그에서 벌어진 논쟁 때문이었다. 블로그에 가수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이란 프로그램의 탈락자 선정에서 심사위원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글에서 논쟁이 붙었다. 그 블로그 주인장의 글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은 이은미의 심사가 객관성이 없었기에 대중의 선택은 옳다는 주장을 했다. 객관성이 없다는 근거로 이은미가 감정에 치우쳐 평가점수를 준다고 한다.

이에 블로그의 주인장은 그건 애초에 객관성이 있을 수 없는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반박을 했다. 더불어 심사위원이 된 사람이니 그 사람의 평가는 평가대로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이상한 논쟁이 이어졌다.


나는 객관이란 단어는 함부로 남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전문가의 의견을 끌어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객관"이란 단어로 힘주어 말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보통 객관적이란 단어를 공정한 것의 의미로 사용한다. 더불어 객관을 사실과 다름없음이란 의미로도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객관에 힘주어 이야기 하게 되는데, 정말 그들이 의미하는 대로 객관이 공정하고 사실과 다름 없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떤 일이든지 자신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숫자로 그리고 개량화된 단위로 표시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들이 의미하는 절대적인 객관 다시말해 자로 잰듯한 공정한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인간이기에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본다고 해도,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법을 집행하는 판사들은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 서있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고, 그 기준을 선배 판사들의 판단과 법문에 쓰여진 글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법은 사소한 일 하나 하나까지 모두 기준을 두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악용하는 사례들이 차고 넘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객관이라는 것을 위해서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그 단어가 공정과 사실과 다름 없음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객관이란 단어가 무서운 이유는 객관이란 것으로 규정지어 놓고 나면, 주관적인 의견도 하나의 사실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예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하나 해보도록 하자.

A가 역사적인 자료를 들춰보다가 왕을 평가해 놓은 것을 봤다. 이 왕을 평가한 글은 왕을 곁에서 항상 따라다니며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적은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바라보고 관찰하던 왕에게 이렇게 묘사를 했다고 한다.

"지금의 왕은 상당히 굉장히 게으르고 나쁜 왕이다. 왕비에게 후손이 생기지 않은지 2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그 죄를 물어 왕비를 내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왕의 가장 중요한 의무중에 하나인 후손을 남기는 일은 국가적인 일이다. 이 문제를 사사로운 감정에 의지하여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있다. 왕의 자질이 없다."


이 글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예시로써 만든 글임을 염두해두자. 자 글을 잘 보았는가? 이 글을 쓴 사람이 왕을 하루종일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이고 한걸음 떨어져서 본 사람이니까 그가 말한 대로 왕은 나쁜 왕인 것일까? 한 발짝 떨어진 사람이 그리고 왕을 하루종일 지켜보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의 말이 "객관적"이 되는 것일까?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 평가를 했다고 해도, 그건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객관에 담견 뜻처럼 공정하고 사실과 다름이 없음이 아니다. 그냥 그의 의견일 뿐인 것이다. 이런 객관이라는 것이 사실이란 옷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요즘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폭군들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과 20년 전의 드라마에서 광해군과 연산군은 그저 나쁜 왕이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에서 광해군과 연산군이 그저 나쁜 왕으로만 그려지는가? 아니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에 의해서 잘못 알려졌다고 말하고있다. 기록한 이들이 생각한 대로 나쁜 왕일 수도 있지만 절대적인 사실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성향이 포함 된 것이긴 하지만...

만약 애초에 기록을 남긴 사람이 자신의 성향같은 것을 밝히고 의견임을 말했다면, 나중에 그 글을 본 사람이 해당 인물에 대해서 좀 더 쉽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지는 않았을까?





객관은 무서운 단어다. 특히 이런 객관적인 의견이라 하는 것을 끌어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 있다. 무엇인가 하면 자신은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주장을 하기 때문에 너는 틀리고 나는 맞다 라고 결론을 쉽게 내버린다는 것이다.

아니 그냥 전문가의 의견일 뿐인데, 그것도 개량화된 치수같은 것이 아닌 의견일 뿐인데 그것을 가지고 내가 맞으니 니가 틀리다라면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식의 주장을 하려면 상대방을 "니가 틀렸으니 니 생각을 고쳐야되!!" 라고 말하기 보다 "나는 반대의견을 내고 싶습니다. 이유는 전문가 아무개와 아무개 그리고 대중들의 의견이 이렇기 때문에 그런 생각보다는 이런 생각이 괜찮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라는 식으로 하면 된다고 본다.

물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수 있는 범죄의 경우라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을 고치라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이르렀을 때는 그에 대한 징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외의 일에서 이런 식의 판단과 생각의 강요 같은 일을 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을 객관이란 이름을 들먹이면서 자신이 무조건 옳다는 식의 주장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객관이란 단어로 자신의 주장을 무장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면 인간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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