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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이야기

아이와 엄마

무량수won 2014. 2. 5. 11:14

아이는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저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점점 소리가 커졌다. 커지는 소리에 분노가 섞이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아이는 잠깐 뒤 돌아 보지만 이내 모니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려운 감이 생겼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기엔 너무나 아까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이가 바라보는 모니터에는 이런 저런 그림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뒤에서 아이가 바라보는 모니터를 같이 바라봤다. 엄마는 아이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분노를 넘어선 차분함으로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엄마의 낮은 목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고 말았다. 더 이상 모니터 화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쿵닥쿵닥 거리는 소리가 갑작스레 커졌다. 춥지도 않은 여름인데 아이는 오한에 시달리는 것처럼 벌벌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몰입하던 눈의 초점은 그 방향을 잃고 말았다. 화면 안에서 아이와 이야기를 주고 받던 사람들이 아이에게 뭐라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연신 미안하다는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올렸다. 누군가는 아이를 향해 욕을 했고, 누군가는 위로했으며, 누군가는 비꼬았다.

 

엄마는 마지막 경고성으로 아이의 이름을 부른 후에도 아이가 모니터를 바라보자 기가 막혔다. 더 이상 엄마로써의 권위가 아이에게 먹혀 들지 않는다고 느꼈다. 엄마는 부엌에서 긴 자루가 달린 빗자루 하나를 들고 아이의 방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한 손으로 붙잡고 한 손에 든 빗자루의 긴 부분으로 아이의 종아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이의 잘못을 하나씩 따져가며 때렸다. 아이의 버릇을 단단히 고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는 마음이 급했다. 빠르게 서두른다고 했지만 이미 엄마는 빗자루를 들고 방에 돌아왔다. 아이는 컴퓨터가 야속했다. ‘조금 더 좋은 컴퓨터였다면, 매는 맞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는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의 경고를 듣고 분명히 게임을 마쳤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엄마의 지적이 아이는 이해 가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의 경고의 말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억울했다.

 

엄마는 슬펐다. 분노를 못 이기고 때린 내 아이의 종아리에 시뻘건 줄이 생겼고, 붉은 줄은 이내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그래도 내 새끼인데라는 생각에 엄마의 분노는 수그러들었다. 아이의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하지만 아이의 다리에 피멍이 드는 모습은 참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앉혀놓고 잘못한 점을 하나씩 따져가며 알려주기로 했다. 엄마는 아이가 진심이 아닌 억지로 짜내는 라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다시 때릴 수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는 아이 앞에서 엄마는 자신의 무능력함에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엄마는 가슴을 두드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도 엄마의 영문 모를 울음에 그쳤던 울음을 다시 쏟아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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