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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가정된 두 문장의 차이

무량수won 2014. 10. 19. 22:00

가정된 두 문장의 차이


인터넷에 길게 댓글을 적었는데, 써놓고 보니 그냥 뭍어놓기에는 아까운 것 같아서 제가 쓴 댓글을 가져와 봅니다. 댓글을 쓴 이유는 어떤 분이 "박정희가 없었으면, 경제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라는 문장과 "스티브 잡스가 없었으면 스마트폰이 없었을 것이다." 라는 문장을 비교하시면서 별차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올리셔서 쓴 댓글입니다. 






수학적으로 문장을 분석하면 말씀하신대로 두 문장에 논리 차이는 없어요. 그런데 글자와 문장은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안되죠. 글자와 문장은 사람의 생각과 이전에 제공된 정보들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역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문장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문장이라도 그 문장이 어떤 시대에 어떤 이유로 쓰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마치 같은 문장의 말을 다른 사람이 말함으로써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문제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박정희가 없었으면 경제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이 문장의 문제는 경제 발전을 어떤 수준으로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단순히 수출량이 늘어나는 것인지 개별적인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인지, 노동인권이 상승하는지 등등 수 많은 요소들이 있지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가 없었어도 경제발전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이유는 수 많은 경제적 수치가 박정희 집권 전에 이미 가파르게 상승 중이었고, 또한 박정희 집권 중에 오히려 상승폭이 줄어든 경제적 수치들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박정희가 집권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최소한 박정희가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하기에는 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문장이지요.

다음 문장은 스티브 잡스가 없었으면, 스마트폰이 없다는 문장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면 당연히 이상한 말이 됩니다. 왜냐면 이 문장이 사용되는 주요 이유는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되었겠느냐하는 점이거든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스마트폰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중화 되었겠느냐하는 질문에는 수 많은 의문이 생기게 되죠. 아이폰이 이룩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저 개인적인 생각엔 2014년에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특히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폰이 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에요.


그에 대한 근거는 아이폰 출시 전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너무 협소했다는 것에 있어요. 그 이유는 다들 잘 알겠지만 스마트폰 요금 때문이었죠. 데이터 사용량 만큼 내는 과금이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었고, 스마트폰 자체도 2G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비쌌구요. 게다가 인터넷은 굳이 돌아다니면서 사용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에 잘 깔려 있었으니까요. 근데 아이폰이 나오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비싼 스마트폰이 효율적이지 않아도 이쁘다는 이유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요금제도 월 정액으로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어갔죠. 그것이 한국 시장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변화가 생겼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스마트폰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과거 PDA가 반짝하고 망했듯이 스마트폰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도 모르구요.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지만요.

여하튼 말씀하신 두 문장이 수학적 논리로 별반 차이가 없어보임에도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논리의 타당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두 문장이 수학처럼 숫자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사람들의 말과 글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전에 수많은 정보를 이어 받아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어떤 주장을 할때 그 근거를 보충해주고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를 설득하거나 자신의 말을 타당하게 보이게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법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하신 두 문장은 수학적으로는 동일한 논리를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말과 글로써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기계적으로 논리 기술'만' 얻어 들은 사람과 말의 이유와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배운 사람의 차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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