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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컨텐츠 연구

국썅은 무엇인가

무량수won 2017. 6. 2. 08:54


인터넷에서 한 번쯤은 본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욕설이지만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자주 쓰이지는 않는 단어기에 많이 쓰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하다보면 가끔 보게 된다. 만약 이 단어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거나 정치 이야기가 활발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방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썅이란 단어를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국민적인 썅년이라고 할 수 있다. 순화해서 설명하면 온국민이 싫어할만한 우리나라 최고의 나쁜 여자로 설명된다. 맞다. 여성에 대한 비하적 의미가 쓰인 "~녀"의 최악의 버전이다. 욕설이기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이 단어를 하나씩 분석을 좀 해보자. 단어 앞에 붙은 국민은 원래 호의적인 의미에서 많이 수식되었던 단어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많이 붙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조용필과 문근영, 그리고 김연아 쯤이 해당된다고 본다. 연예인들에 대한 수식어가 남발되던 시절 더 이상 수식할게 없어지자 "국민"이 새롭게 접두어로 등장해 이들을 수식한 것이다. 조용필에 대한 칭송의 마지막으로 사용되었던 "국민가수"는 2000년대 초 문근영이 드라마 가을동화의 아역 출연하면서 국민여동생이란 호칭으로 바뀌게 된다다. 그리고 문근영이 나이를 먹고 대학 학업에 전념해 대중에게 조금 멀어지면서, 이 타이틀은 김연아라는 스포츠 스타에게 옮아가게 된다.


이렇게 호의적인 접두어인 "국민"이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단어로 변신하게 된 것은 국회의원들 때문이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현재 이 단어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다. 하지만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당으로 옮기는 배신의 정치를 몸소 보여주기 전까진 국썅의 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이었다. 물론 아직까진 국썅의 대표를 뽑으라고 한다면, 이언주 의원보다는 나경원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에 오랜 시간 국썅의 대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언주 의원은 아직 나경원 의원이 해왔던 짓꺼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밖에 안된다.




이 단어는 왜 대중적으로 쓰이게 되었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가 있던 시절로 되돌아 가야 한다. 자칭 타칭 미모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판사출신의 나경원 의원과 노안의 아이콘이며 시민 운동을 하던 변호사 출신의 박원순의 대결 이었던 서울 시장 선거에서 이 욕설 단어는 대중적인 언어가 되어버렸다.


당시 선거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전임 시장이었던 오세훈의 유아틱한 내기(?)로 인해서 만들어진 보궐 선거였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후임을 노리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는 박근혜 의원(현재는 수감번호 503,2017년기준)의 인지도와 지지도를 꺽기 위해 이슈가 필요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는 보수층 표심모으기용으로 초중등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무상급식을 막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였다.


결과는 뭐 다들 알다싶이 오세훈의 처참한 패배였다. 그리고 치뤄진 보궐선거였는데, 이 때 정치인들은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었다. 대중들은 정치권 밖에서 참신한 사람에 목말라 했고, 대중들이 찾아낸 사람이 V3를 만들었던 안철수였다. 안철수와 무릎팍 도사란 예능은 떼어놓고 말할 수가 없는데, 이 예능 덕에 안철수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던 안철수는 지지율 2%밖에 안되는 박원순과의 한차례 회동 후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게 되는데, 이 아름다운 양보 덕분에 대선 후보로까지 올라서게 된다. 안철수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스토리와 박원순의 소탈한 이미지가 서울시장 선거를 거의 다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안철수를 지지했던 젊은 층이 모두 박원순에게 옮아감으로써 인터넷 여론은 박원순에 대한 호평일색이었던 상황이었다.


한편 나경원에게 악재들이 속속 인터넷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국썅이란 단어가 붙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누가 뭐라해도 자위대 행사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자위대란 일본의 국방부 행사로 스스로 국방 안보를 책임지는 군대란 뜻으로 불려지는 일본군부의 명칭이다.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이기에 국제법상이나 일본 국내 법상으로 군대를 가질수 없는 상황이었던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는 조건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허락되어 만들어진 자치기구다.


단순히 일본 방위를 위한 자치기구 행사 참석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행사가 일본의 군국주의 자들이 패망한 일본 제국주의를 칭송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리라는 것이다. 이런 행사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 만으로도 한국에선 여론이 안좋았었는데, 그 자리에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나경원이 참석했었던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버린 것이었다.


나경원측은 당시 초선 의원이었기에 잘 몰라서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위대가 한국에서 하는 행사 때문에 시민 단체의 반발은 심했었고, 뉴스에서 시끌 벅적하게 이에 대해서 보도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잘 몰랐다고 하는 해명은 대중들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는 그런 것도 모를 만큼 무식한 사람도 아니었다. 나경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를 했던 사람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사람의 행동이었기에 더 욕을 많이 먹었더랬다.


만약 이 사건 하나로 국썅의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라면, 동정여론이란 것이 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에 대한 괴담은 계속 터져 나오게 된다. 나경원 의원의 딸이 장애가 있다는 것은 유명하다. 나경원 의원은 이 딸에 대한 모성애를 강조해 표심을 많이 샀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서 선거운동 겸해서 장애 아이들 돌보는 것을 언론사들이 찍게 한다.


아이들을 목욕시키면서 문제가 터졌다. 이 목욕 장면을 언론사들 모두가 찍게 만 것이다. 장애아동이든 아니든 간에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아이가 발가벗겨졌다고 생각해보자. 이건 인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할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쩍 늘게 마련인데도 불구하고 행해진 행동이기에 그동안 미화되어왔던 나경원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덧붙여 불거진 1억원짜리 피부관리실 문제까지 얹어지면서 나경원 의원은 사실상 당시 한나라당(지금의 자유당)의 아성이 높았던 서울시장 자리까지 민주당에 내주게 된다.


이런 여러 악재들의 종합으로 인터넷에선 국민적인 썅년이란 단어의 줄임말인 국썅이 항상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단어가 연예인들에겐 잘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의적인 의미로 쓰일땐 연예인들에게 붙어다녔지만, 부정적인 의미가 담길 땐 정치인들에게 쓰인다는 것이 좀 특이해 보이지 않는가?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대중이 국회와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쉽게 유행이 떴다가 사라지는 인터넷에서 수년동안 끊임없이 쓰이는 단어라는 건 그만큼 젊은세대에게 정치권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왜 이번에 탄핵 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국썅이란 단어가 잘 안떠오르게 되는 것일까? 자격 요건만 본다면 최적의 조건이다. 하지만 이미 그에겐 박근혜 한명의 잘못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죄까지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국썅으로도 욕하기 힘든 수준이라 인식된 탓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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