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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숫자를 맹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드는 생각

무량수won 2011. 6. 19. 12:22


수치에 대한 맹신.

사람들은 숫자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경제관련 지표에서 두드러지는데, 그 모든 지표가 미래를 말하고 현재를 말한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나는 이런 믿음이 종교에 대한 맹신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본다.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부동산 정책과 각종 지표상의 숫자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미 엄청난 수의 집들이 있으니 더 지을 필요없다는 주장이었고, 상대는 지표상에서 수치가 좋지 않으니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상대의 주장은 수치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미래에 대한 계산이 들어간 주장이었다. 상대는 비록 하우스 푸어라고 말하긴 하지만 집을 소유한 사람이었고, 나는 집은 커녕 모아둔 돈도 없어 부모님께 의탁해 생존하는 신세다.

첫째는 이런 입장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었고, 둘째는 수치에 대한 맹신에서 오는 차이가 있었다. 나는 숫자를 믿지 않는 편이다. 물론 그 숫자들이 주관적인 평이 빠진 사실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아무리 숫자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도 주관적인 것이 안들어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선 주제에 관련된 것을 이야기 하면, 앞으로 필요한 주택의 숫자랄까? 뭐 그런 것들.
상대의 주장은 앞으로 필요한 주택의 숫자가 수치로 나왔고, 앞으로 그렇게 필요하게 될 것이라 믿었다. 미래를 예측한 숫자였는데, 나는 그보다 그 숫자들에 대해서 의심을 했다. 뭐 타당한 근거일 수도 있지만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집값의 신화가 무너져가고 있으며, 미래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 숫자가 얼마나 타당할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 숫자는 30년 이상되는 건물이 생기는 숫자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내가 이 숫자를 시덥지않은 수치로 바라본 이유는 건물이 30년 이상 되었다고 꼭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30년 이상의 수명을 계산하지 않고 만든 집들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부수고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런저런 보수공사로 수명을 늘릴 수도 있는 것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새집보다는 낡은 집에 들어갈 수 박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꼭 모든 오래된 집을 새로 지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게다가 중산층들은 무너져 저소득층으로 계속 편입되어 그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상대는 그 수치는 타당하다고 말했고, 그럼으로 인해서 부동산 정책이 잘못된 것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노무현은 나쁜 놈이다라는 결론이 났다. ㅡㅡ;; 왜 자꾸 그런쪽으로 가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가지만.


숫자에 대한 맹신은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과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생각을 안하게 만든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한다. 기본적으로 의심없이 숫자를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예를 들면, 설문조사를 통한 통계에서는 보통 오차범위 +-5%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되지 못해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3%였었나?? 아무튼 그래서 사실상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모든 수치는 실질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것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론 조사를 맹신하는 편이다.

하다 못해 특정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 중 소수가 응답한 설문 조사를 가지고 그 부류 사람들의 의견인듯 말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흔하다. 사람들은 나온 수치에 집중 할 뿐이지 설문 조사를 응하게 된 사람들에 대한 것이나 질문이 어떤식으로 이루어 졌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직자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구직자 사이트를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설문에 응하게 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아마 대부분 직장을 구하고 싶어 여기 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 중의 상당수는 중소기업이든 뭐든 얼른 취직하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몇몇 대기업에 취직 할 준비를 하고 거기에 맞춤 스펙을 쌓고 있다면, 이런 사이트에서 하는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을까? 혹은 직장을 찾고 있지만 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이런 저런 준비를 해가면서 괜찮은 곳 하나 둘 이력서를 넣는 사람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을까? 이런 점을 감안하고 구직자 설문 사이트에서 나온 수치를 보면 뭐 이런 설문조사가 있나 싶을 것이다.

중복응답 포함해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도 취직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나왔다. 당연한 결과다. 그런 사이트에서 설문조사에 응할 정도로 적극적인 사람 중에 중소기업 생각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을 데리고 한 설문 조사 결과는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며 믿는다. 그저 애석할 뿐이다.


이것 만이 아니라 세상에 알려지는 많은 숫자들이 이런 문제가 있다. 물론 숫자 자체는 거짓이 아닐 지라도, 그 숫자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수집이 되었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숫자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그것보다 나온 결과가 중요하다는 식이다.

특히 경제 관련 공부한 친구들 중에 이런 맹신자들이 많다. 덕분에 공부 좀 했다는 친구들 만나면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들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미래를 그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예측한 것과 달라지는 미래 수치들은 어찌 하란 말인가 싶다. 그렇게 틀려놓고도 그들은 결과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에휴.


나는 그들을 큰 그림을 볼줄 모르는 이들이라 말한다. 당장 눈앞의 숫자들에 현혹되어 넓게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은..." 이란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내가 보기엔 수치로 세상을 판단하는 그들이 더 현실을 모르는 것 같은 데 말이다.

이렇게 써놓고 이런 숫자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고 앉아있으니 이 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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