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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환상을 깨부수는 중간 이야기 본문

헤매다./전국일주

전국일주. 환상을 깨부수는 중간 이야기

무량수won 2011. 10. 23. 10:11



솔직히 말하자.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땐 엄청난 환상이 있었다. 더불어 카메라를 들고 렌즈를 사고 여러가지를 꾸리고 2~3일 까지는 기분도 좋고 괜찮았다. 더불어 간간히 시내도 나왔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4~5일쯤 되자 처음 먹었던 기분은 어느새 바람결에 실려 날아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자책만이 남았다. 더불어 무엇을 위한 여행이었는지 무엇이 목적인지 등등에 대한 회의가 들어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만큼 걸었다. 점점 걷는 거리가 늘었다. 꼭 이 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몸으로 전해오는 통증으로 처음 생각했던 환상이 깨진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으리라.

이글을 쓰는 2011년 10월 23일 일요일은 전날의 고된 걸음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서 잠시 쉬는 날로 정했다. 겸사겸사 그동안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도 백업시켜두고 카메라 메모리도 싹 비웠다. 오늘이 지나면 전국여행을 한지 일주일이 된다.

일주일... 길 수도 있는 시간이고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주구장창 걷는 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무슨 성지순례가느냐고. 왜 그런 고생을 사서하느냐고. 맞다. 고생을 사서하는 중이다. 할 필요 없는 고생을 하고 있다. 정말 여행의 의미를 담는다면, 차라리 버스를 타고 주요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맞다.

지금의 나는 걷느라 다른 것을 거들떠 볼 여력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전국일주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절대 걷는 것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그런 고통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단 하나다. 버스를 타고, 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걷는 곳 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걷는 속도가 주는 시야는 그것들의 시야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늘 쉬는 동안 매일매일 기록한 것을 좀 정리할까 고민을 했는데, 체계적인 정리는 찍어 둔 사진을 정리하면서 한꺼번에 하기로 했다. 아직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니고 혹시나 불의의 사건 혹은 사고에 의해서 미완이 될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괜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말고 부여를 어슬렁 거려봐야겠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뭐 나같은 백수에겐 일요일이나 주중이나 매 한가지지만.. ㅡㅡ;;;

아래는 내가 카메라로 찍은 것들 중에서 그냥 골라 놓은 사진이다. 의미는 없다. ㅡㅡ;; 뭔가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리한 사진을 공개하려고 했는데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어제 여행에 대한 기록도 남겨야 하는데... 그건 오늘 저녁에 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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