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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는 암덩어리인가? 본문
전체적으로 중앙,동유럽 국민들은 실망스런 과거를 지닌, 아마 더 실망스러운 현재를 지닌,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지닌 나라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패와 불안정을 탓할 누군가를 찾게 된다. 적어도 현세대에서는 개혁을 통해 1989년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이나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분위기 덕을 보지 못한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외국인을 혐오하는 민족주의나 관용을 베풀지 않은 움직임일 것 같다. 낯선 이방인을 비난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손쉬운 일이다.
... 역사는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나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 또는 근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
만약 적당한 과거가 없으면, 그러한 과거는 언제든 발명될 수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들이 정당화 하려는 현상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이나 영원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딱 들어맞는 과거는 대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
이데올로기들의 현대판인 종교적 근본주의와 현대 민족주의 모두 해당된다.
역사의 밖과 안에서
역사론 - 에릭홉스봄. 강성호 옮김. 민음사 2002
요즘(2012.04)은 유난히도 외국 노동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것 같다. 뭐 그들이 유입되던 시기부터 있어왔었지만 지금처럼 언론에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거나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비방에 대해 뭐라뭐라면서 떠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 노동자에 대해 반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수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이후로 그 반감이 불안감을 넘어선 과격함으로 번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상에서 외국 노동자들의 범죄현황이라면서 들이밀고 그들이 '외국인'이라서 더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외국인'이 몰려있기에 동네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특히나 조선족에 관해서는 조선족이 우리 민족이니 아니니 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되서 뜬금없이 옛 소련의 영토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은 그나마 좀 낫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들먹이는 것은 언제나 역사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으로 시작되는 이런 이야기는 역사가 어떻게 사람들을 호도하고 선동하는데 쓰이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있다.
설사 그들이 말하는 '역사적으로 그들은...'이 모두 사실을 근거로 하고, 학자들의 논문을 기초로 한다고 해도 그들의 인간성을 그렇게 규정짓는 것이 정말 올바른 유추일까? 10~20년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100년에 가까운 이야기를 끌고들어와서 하는 이야기가 말이다.
에릭 홈스 봄의 글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안감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그들의 논리를 차근차근 풀어가보면 앞뒤가 맞는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것도 에릭 홉스 봄의 글에서 나타나 듯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끼워넣다보니 생기는 현상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요즘 크게 문제되고 있는 것은 청년층 혹은 다른 소외계층의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범죄율이다. 이는 간단하게 반박이 가능하다. 일자리 문제는 어느 정도 곂칠 수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자면, 좀 더 싼 임금을 주고 더 많이 부려먹으려는 사업자들의 문제다. 왜냐면 같은 돈이라도 한국에서 평생을 살기에 부족한 돈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오는 국가에서는 꽤 큰 돈이된다. 그럼 자연스레 한국 사람들은 그런(저임금의 고된)일을 하기 어렵게(돈을 모으기 위해서 숨만 쉬어야하는 상황)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한국인들이 그런 일을 하려고 자청을 하겠는가?
이 덕분에 사회전체가 임금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외국노동자를 들여오는 정책 탓도 있을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어떻게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조금 주고 일을 시키려는 사업자 탓이 더 큰 것은 아닐까? 이렇게 사회를 만든 사람들 탓을 하지 않고, 그에 순응했던 힘 없는 사람들(외국인 노동자)을 탓하는 것은 비난의 화살이 잘못 겨눠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범죄율이다. 이건 우선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사회망(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좁기에 힘센(범죄집단에 가까운)사람들과의 유대가 늘고 협력이 늘어난 상황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한국이라는 사회가 그들을 잘 받아주는 사회였다면 그들끼리 뭉치면서 연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생겼다 하더라도 연대는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든 어떤 다툼이 일어나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의지할 사람.)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외국에 나가서 고생한 한국인으로 바꿔서 보면 외국인 노동자 전부를 싸잡아 욕할 일이 아님 알 수 있다. 돈을 벌기위해 선진국으로 일하러 나가던 한국인들과 그곳에서 받았던 차별을 보여주던 국내 방송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해당 국가의 극우주의자들에게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자. 또한 이민을 갔던 사람들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자. 물론 지금은 예전 만큼 나쁜 모습으로만 나오지는 않지만... 과거 일하러 나갔던 한국인과 지금 한국에 들어와 일하는 노동자들과 어떤 차별이 있는 것일까? 한국인 노동자들은 착해서 가만히 있는데 외국인들이 핍박했고, 한국으로 들어온 노동자들은 나빠서 핍박해도 싼 것일까?
이 문제의 본질거인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무조건 임금을 깎으려고만 하는 사업주의 탓(사실상 대기업의 횡포 문제가 근본원인 이지만)과 일단 사후 대책 없이 무조건 들여오고 보자는 식으로 정책을 남발했던 국가의 탓이 가장 크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외국인들이 벌이는 범죄 행위는 범죄자로써 처벌을 받을 일이지 그와 같은 국가 출신 혹은 같은 인종이라고 해서 싸잡아서 비난하고 거기에 '역사적으로...'라는 식으로 역사를 끌어들여서 민족성이 어쩌고 저쩌고 할 것은 아니다.
요즘 TV언론에서 예전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외국인 노동자들 문제를 다루는 것이 왠지 누군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우인 것일까? 게다가 점점 외국의 극우주의자들(한국 유학생을 공격하던)과 비슷한 모습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만 같은 것도 나만의 기우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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