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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라마 선덕여왕에 빠지게 된 이유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드라마와 애니 감상기록

내가 드라마 선덕여왕에 빠지게 된 이유

무량수won 2009. 6. 28. 08:31

나는 드라마를 본다.

얼마나 보아왔었던 것일까? 시간으로 치면 유년기부터 해야하고, 양으로 치면... 흠... 가늠하기가 어렵군.

가장 인상에 남았던 드라마는 질투와 파일럿이다. 당시 청춘 스타였던 최수종, 최진실, 이재룡, 채시라등이 나왔었다. 당시에는 이 드라마들은 당시 젊은이의 생각과 고뇌 등을 담아낸 드라마로써 후에 '트랜디 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뭐 영어로 어렵게 트랜디 드라마라고 하지만, 실은 젊은 층을 위한, 젊은 층의 생각을 담은 드라마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뭐 이렇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내 인생에 있어서 꽤 많은 부분과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아마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드라마에 대한 추억하나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드라마는 한국에서 꽤 영향력 있는 문화이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드라마나 전문적인 직업을 다루는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직업에 대한 인식이나 어떤 사실에 대한 혹은 어떤 기록에 대한 것을 알게 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오늘 역사를 주제로 삼고 가는 사극을 잠깐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역사와 선덕여왕>

사극의 정의나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것은 전문가들이 정의 내려 줄테니 그런건 생략을 하겠다. 내가 주목하는 사극과 그 사극을 주목하는 이유를 한 번 이야기 하려고 한다.

최근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사극은 선덕여왕이다. 드라마의 내용이나 완성도 보다 일단 고현정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있었기에 첫회를 봤다. 고현정의 연기에 감탄했지만 한때 가수였던 수진의 어색한 연기로 실망하면서 그렇게 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3~4회쯤 가서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감탄해 버렸다. 중간 중간 '꽤 재미있다. 아이디어가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긴했지만 선덕여왕이 아기시절에 소화라는 궁녀에 의해 머나먼 사막까지 달아나는 설정이라니!!!! 한편으로는 '뭐 저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해' 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대단한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실제 역사상 신라시대에 대한 아니 삼국이라는 국가를 언급해주는 자료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 시기를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료인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를 보더라도 열전으로 따로 언급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삼국사기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알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그 정보의 양이 매우 적다.
단 적인 예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광개토대왕'의 경우에도 한자로 몇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왕에 대한 기록은 특이한 일 위주로 기록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일도 기록이 되어 있다. 이런 실정에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소설을 한편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전혀 다른 문제이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현재 중앙 아시아라고 불리우는 사막지역, 한 때 오아시스 국가들이 있었고, 실크가 주요 무역 물품이라 실크로드라 불린 그 지역에 신라에서 도망친 사람이 살고 있었다라는 설정은 꽤 괜찮았다. 사실 당시에 현재 한국이란 나라가 위치한 곳에서 현재의 중국의 서쪽 끝부분까지 도망을 쳤다는 것. 그리고 로마에서 상인이 중국까지 왔다라는 설정이 꽤 파격적이면서도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더불어 풀어낸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던 것이 다소 헛된 소리라 할수 있는 이야기를 '그럴듯 해'라고 하면서 넘어갈 줄 정도로 괜찮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라는 것>

보통 역사란 학문의 시작을 이야기하면, 역사학 이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19세기에 들어와서이다. 그렇지만 그전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사람들에게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역사라는 관심에서 시작된 책이 고대 그리스에서 historia라는 이름으로 쓰여져서 현재 영어단어의 history란 단어를 만들어내게 했었다. 이 당시에 쓰여진 역사라는 것은 그저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증명해가면서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역사는 문학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하나의 장르였을 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역사가 19세기에 들어가며,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굳혀지고 역사학이 된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이상한 영어를 써가면서 현대를 넘어선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하게 된다. 모든 분야에서 이야기된 개념이지만 역사에서는 객관적인 시각을 무너뜨리는 시도로써 사용이 된다. 역사 사실에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를 붙여버리고, 소설같은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역사는 주류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위해 하는 시도중에 하나'로 보면 좋을 듯하다. 이런 시점에서 보자면... 선덕여왕이란 드라마도 포스트 모더니즘 역사에 한발을 살짝 걸친 것이 될수도있지 않을까?

굳이 이런 다소 어려운 역사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하고 싶은 말은, 나도 어쩌면 이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련된 생각을 지닌 사람일지도 몰라서이다. 뭐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이런 부류입네하고 말할 처지도 아니지만서도 ^^;;;



<선덕여왕을 보는 이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는 선덕여왕이란 드라마를 칭찬해 주고 싶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어린시절 선덕여왕이 중앙 아시아의 실크로드까지 나아가 살았다는 설정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다소 답답함을 하나 벗겨내는 듯 했다. 어쩌면 한국 역사학계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일지도 모르는 우리의 역사는 우리 땅에서만 이루어졌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말이다. 뭐 이전에 다른 국가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역사를 우리 땅 중심으로만 이야기 하는 것에 있어서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이것을 타파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드라마를 통해서 이 땅에 살던 사람이 저 멀리에 갔을 수도 있고, 저 멀리에 살던 사람이 우리가 살던 근처에 왔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드라마라는 문화 매체를 통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런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썼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ㅡㅡa

이렇게 진행되어 나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이 드라마는 아직 진행중이다.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끝나고 성인 연기자들이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도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니던 시기에서 신라로 돌아와 신라에서 정착해 사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고질 병이라도 된 것처럼 자꾸 눈에 거슬리는 러브라인이 부각 되고 있다. 쩝..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드라마에 집중 할 수있게하고,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가지고 볼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실'이란 인물을 단순한 러브라인 중심이 아닌, 인물의 야망에 그 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했기에 그녀를 보좌하던 인물이나 남편이 있지만 그것은 그저 부차적인 것이었기에 더 멋있어 보였다고 할까? 신선했다고 할까? 이런 느낌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러나 점점 주인공 선덕여왕과 김유신, 천명공주 사이의 러브라인이 부각되면서 왠지 모르게 껄끄러워 지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 갈지 모르나 그들의 사랑이기가 이야기의 핵심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랑이야기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버리면,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냥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자그마하게라도 외치고 싶다.

앞으로 기대가 되는 것은 선덕여왕이 왕이 된 이후이다. 왕이 되고 끝나는 설정은 아닐 터이니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더불어 김춘추라는 외교의 귀재라는 케릭터를 어떻게 살리느냐도 이 드라마가 단순 러브라인에 빠진 그저 그런 한국드라마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새로운 방향을 일으킨 드라마로 성장하느냐가 결정된다. 선덕여왕의 일화 중에는 외국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몇개 있으니 잘 녹여내서 멋진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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