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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4회까지 시청 소감 본문
나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인기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고 본다. 역시 가장 큰 것은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이고, 그 다음은 세상을 그려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뭐 연기자에 대한 칭찬은 여기저기서 하고 있으니 굳이 나까지 할 필요는 없는 노릇이고, 세상을 그려내는 이야기에 방향을 맞춰가보도록한다.
그동안 세종대왕은 드라마에서 근엄하지만 백성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임금으로 그려져 왔다. 근엄에 대한 것은 확인할 바가 없지만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가있다.
한글의 탄생 사실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어찌되었든 세종 시절에 한글이라는 것이 배포된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한자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배포된 것 또한 사실이기에 세종이 백성을 위한 정치와 제도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 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백성에 대한 사랑은 남겨둔채 근엄한 왕을 다소 가벼운 왕으로 그렸다. 이는 다른 방송국에서 이용되어 큰 인기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도 가져와서 사용한 듯 싶다.
사회적 문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드라마는 현실을 어쩔수 없이 반영하게 된다. 시대의 흐름과 시대가 원하는 인물 상을 투영하게 되는데, 이 드라마에서 세종대왕은 시대가 원하는 인물상의 정점에 서있다고 본다.
그리고 당혹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이렇게 시대의 영웅상을 그리는데 있어서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대왕은 SBS가 가지고 있던 철학들(?)과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SBS는 상업 방송의 대표주자라는 성향 때문에 보수적 색채가 매우 강하다. MBC나 KBS가 시대극에서 간간히 환호 받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영웅을 그려내고 있을 때, SBS는 그보다는 기득권을 위한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트랜드 드라마의 뒤를 따라가기에 바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뭐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큰 흐름이지만, 이 곳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그것도 주인공이 쏟아내는 멘트가 현실을 강조하는 인간들을 악당처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태종의 경우 세종의 아버지이면서도 드라마 속에서 가장 악한 인물로 보여진다. 태종은 현실은 어쩔수 없다는 논리로 힘이 있어야 하고 주변에 힘이 있는 자는 모두 제거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힘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극에서는 그래도 현실성 있고, 아들을 위해 칼을 뽑아든 아비로 그려졌었는데, 태종을 이렇게 나쁘게 그려 넣은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태종이 중요시하는 현실과 힘은 현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돈이라는 논리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언제나 사람들이 듣게 되는 흔한 말은 이것이다. "더롭고 치사해도, 옳지 않지만 현실은.... 그리고 돈이 있어야 한다. 돈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것이다. 즉 태종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정의를 실현하려 할때 마딱들이는 높은 산과 같은 존재다. 그것이 세종 앞에서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악당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세종은 앞으로 지속해서 이런 무리들과 싸워 나가며,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이상적인 세상을 향해 그리고 합리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합리에 도전하는 모습이 보이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환호하는 두번째 이유는 이 때문이다.
SBS에서 방영되는 것이 불안한 이유는, 예전에 SBS가 대물이란 드라마로 그런 점을 꼬집어 줬지만 작가가 바뀌고 감독의 불화등으로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것을 본적이 있어서 나는 이것 또한 그렇게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상 높은 분들이 굉장히 불편할 만한 논리로써 이 드라마는 세종을 그리고 주인공을 우뚝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만점을 주고 싶다. 요즘 드라마에 대한 평을 쓰지 않다가 다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게 만든 이야기인 만큼 마지막까지 처음시작한 느낌 그대로 이어가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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