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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01 - 박노자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변했는가?) 본문

독서 토론 모임

당신들의 대한민국 01 - 박노자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변했는가?)

무량수won 2012. 6. 17. 10:20




대한민국이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린시절 나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이란 절대적으로 사랑해야하고 아껴야하는 우리나라였다. 그런데 성장할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누군가의 나라라는 생각이 짙어져만 갔다.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직인 지존파가 인질을 잡고 외쳤던 한마디가 사람들의 공감을 샀던적이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 물론 폭력을 일상으로 살아왔던 그들 입에서 나올 단어는 아니었지만, 이 단어는 대한민국을 정의하는 단어였고, 나는 지금도 이 단어가 대한민국을 정의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희망의 빛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돕고 싶어 모여드는 사람들과 작은 미소로 나보다 남에게 양보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볼때마다 그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존재가 나라는 인간이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써 그리고 인간으로써 살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 책은 어떻게 생각하면 지독한 대한민국 비판서다.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병폐를 낱낱이 파헤치고 꼬집는다. 박노자의 그 비판에 나는 아팠고, 슬펐다. 2001년에 쓰여진 이 책에서 말한 비판이 10년이 넘은 오늘에도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가 봤던 몽골인 '바트자갈'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우리라 말하는 한국 사람들의 상당수는 '바트자갈'을 '외노(외국노동자)'라고 줄여 부르며 무시하고 쫒아내야 한다며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인터넷 곳곳을 휘젓고 있다.


군대문화에서 비롯된 각종 직접적인 폭력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군대문화는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폭력을 형성하던 주먹이 있던 자리를 다만 돈이 대체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문화의 발상지인 군대 안에서도 주먹으로 대표되던 폭력은 줄었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 욕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요소가 자리를 잡았을 뿐, 그들의 근본 문화는 바뀌지 않았다.


상아탑으로 대표되는 대학은 10년전에 비해 오히려 퇴보되어 더욱 철저하게 직업교육학원으로 바뀌었다.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학과는 없애버리고, 한국인 입학정원이 줄어든 대학은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학생이 줄었다는 이유로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이야기는 무시한채 무조건 부실대학딱지를 붙여 없애버리고 있다.


뿐만아니라 비어있는 입학정원을 채우기 위해, 아니 학교기금을 이유로 누군가의 배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일수록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 수업을 듣기위한 한국어 능력이 받쳐지지 않아 학교자체적으로도 문제시 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외국 대학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했고, 한국의 대학은 학생이 주는 정기적인 수입이 필요했기에 벌어진 촌극이다.


또한 박노자가 지적한 진보라는 껍질을 뒤집쓴 괴물들은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7~80년대 운동권 문화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책을 읽는 상당수 '한민족'들은 불편해하며 박노자를 욕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은 우리나라이면서 순수한 혈통을 자랑하고, 우수하고 선량한 민족성을 지닌 유전자를 지닌 위대한 사람들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순진한 사람들이 보지않고 무시했던 한국이란 나라의 가면을 박노자는 과감하게 벗겨내버린다.


또한 그들은 박노자의 출신을 두고, 외국에서 태어나고 외국 부모에게 자란 그보다 내가 더 잘알기 때문에 엉터리 책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박노자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한국인 부모를 둔 그 어떤 한국인보다 더 잘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당신들의 대한민국 1권을 보면서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나 또한 수 많은 '한민족'들 처럼 한국역사에서 말하는 전쟁의 관점을 '진짜 역사'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신적인 충격은 다시 한 번 박노자를 향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오래된 책이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이미 10년전에 쓰여진 글이고 박노자가 들었던 예시는 10년전에 시끄러웠던 이야기다. 그래서 2012년인 오늘 이 책을 읽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써놓은 이 글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끌어당기고 있어서 더 가치있다고 판단한다.



내가 줄 수 있는 이 책의 추천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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