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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을 공개한 손석희는 잘못한 것이 맞다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녹음파일을 공개한 손석희는 잘못한 것이 맞다

무량수won 2015. 4. 16. 23:17

손석희는 잘못을 했는가?


나는 그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오늘(2015.04.16)방송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하길 바랬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입수한 자료가 이미 공공재가 되었다는 말로 스스로를 옹호했다.


나는 왜 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언론으로서 서로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도 아닌 손석희가 이끄는 방송이다. 보도국 전체를 책임지는 그는 속보 보다는 정론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지금까지 꽤 그 길을 열심히 잘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곳곳에서 그들의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 잘 해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번 경향신문의 보도를 경향신문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향과 상의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송한 것을 알권리로 포장할 수 있나?


손석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알권리라고 포장했다. 정말 알권리라고 주장하려면 경향이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해당 자료를 왜곡하는 만행을 부리고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경향이 그런 짓을 하고 있었나? 아니다. 경향은 이미 전문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부터 밝혔었다. 경향은 그 보도를 단순히 인터뷰 내용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라는 지면의 특성 때문에 성완종 회장의 주장과 연계되는 추가적인 보도와 함께 보도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이 해당 자료를 왜곡하고 은폐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개된 전문과 녹음파일의 내용을 비교해 봐도 경향이 그 인터뷰를 왜곡하고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손석희 측이 이 파일을 미리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확인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은 결코 알권리의 충족에 어울리는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손석희가 본인의 입으로 직접 밝힌 것이 있다. 글자로 보는 것과 육성으로 들리는 것은 다를 수가 있다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육성 인터뷰에 새로운 이야기가 없음도 이야기 했다. 그렇다. 육성과 활자가 아무리 같은 것을 말하고 있어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면, 경향이 활자화 된 보도를 내보낸 후에 공개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란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굳이 알권리를 위해 경향과 속보 경쟁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는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입수경로의 불법성은 어떻게 봐야 하나


입수경로의 불법성은 언론이라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되도록이면 불법적이지 않아야 하지만, 사회고발을 하는 언론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불법은 용인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언론의 특성상 옳고 그름은 취재 과정 보다 취재한 결과를 독자나 시청자에게 공개할 때 상당부분이 결정이 되기에 그런 것도 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해서는 안될 일(특히 인권침해)로 취재를 한다면, 그건 취재 결과물로 공개 되지 않았어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취재를 하는 사람도 취재를 당하는 사람도 결국 모두 사람이니 말이다.



종종 인터넷에서 범죄자의 증언을 공개하는 것은 알권리 충족이라면서 유가족의 입장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 앞서 알권리의 충족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이미 끄적거렸으니 다시 반복을 하지 않겠다. 그리고 아무리 범죄자의 증언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인 만큼 유가족의 이야기가 우선되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더불어 이 문제의 경우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감춰지거나 은폐될 여지가 있던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런 주장은 손석희를 감싸기엔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본다.



누군가는 사과는 당사자에게 하는 것이지 왜 방송으로 하느냐고 말한다. 맞다. 사과는 당사자에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방송으로 불거졌고, 방송 때문에 생긴 일이다. 자신이 잘못했음을 밝히고 사과를 하려면 당사자에게도 해야겠지만 방송을 통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음을 알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인터넷의 어떤 커뮤니티에서 분쟁이 나고 이에 대한 수습차원에서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할때 그 사과문을 1:1로 직접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보통 그 해당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게시하듯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석희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방송을 통해서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일 때문에 손석희가 이끌고 있는 JTBC의 뉴스룸을 신뢰하지 않겠다느니 손석희에게 실망했으니 그는 나쁜사람이라며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손석희가 내가 생각하는 언론 윤리와 많이 다르다고 해도 여전히 가장 믿을 만한 뉴스 방송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번의 실수로 외면할 것이라면 이미 오래 전에 나는 그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해서 손석희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이에 대한 잘못을 깨닫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끄적거린다고 그가 내 글을 봐줄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더불어 손석희를 옹호하는 사람들게 하고 싶은 말은 손석희를 무조건 믿지말고, 손석희도 의심하면서 봐줬으면 한다. 그것이 뉴스를 제대로 보는 방법이고 올바른 시선을 유지하는 방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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