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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왜"를 상실한 16억에 관한 기사 본문
이혼 소송하던 시각장애인 부부가 30년동안 재산을 16억을 모았다. 문제는 이들이 모은 돈은 노동의 댓가가 아닌 구걸을 통해 얻었다는 것이다. 뉴스는 여기서 초점을 구걸로 16억을 모았단 사실에 맞췄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부인은 59세고 남편은 68세인데 30년동안 구걸을 생계 수단으로 삼았다고 한다. 기사가 정확하게 짚어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심각한 시각장애를 가진 것은 부인 뿐인듯 싶다. 59세의 부인이 구걸을 30년 전부터 해왔다면, 못해도 29살 때부터 구걸로 살아왔다는 말이된다. 30년 전의 29세와 요즘 29세는 대중이 느끼기에 느낌이 좀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왜 부인은 젊은 나이에 구걸을 생계로 살아왔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기사에 다뤄진 면을 봤을때 남편이 폭행을 통해 구걸을 강요했을 것이란 예상은 되지만,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아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안타까웠다. 기사가 "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구걸하는 사람은 알고보면 부자다"라는 잘못된 일반론을 대중들에게 심어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은 약자에 대해서 도와줄 필요없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밖에 없고, 그러면 기사는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당장에 링크에 달린 추천 많이 받은 댓글들만 봐도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구걸이란 행위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기부하는 행위는 하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노동'이 없는 수익에 대해선 그것이 '구걸'이든 '협박'을 통한 뜯어내기든 모두 같은 범주에 넣어두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행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왜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란 의문을 가져야하고, 그들의 행위가 옳지 않다면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다른 대안'을 사회가 마련하도록 힘써야 되지 않을까싶다. 뭐 개인에게 그런 행정적 구조적 변화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그런 의문과 이야기가 어디선가는 오가야 된다고 본다.
다시 기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단신으로 작성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바쁜 세상이고, 개인이 기사를 폭격기에서 폭탄을 쏟아내듯 팡팡 터트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기자가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있어서 제대로 초점을 맞췄다면, 이 기사는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콕 찝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가족이 30년 동안 모아 놓은 돈이 아니라 1급 시각장애를 가진 부인이 "왜" 구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왜" 그렇게 맞아가면서도 오랜시간 남편과 살 수 밖에 없었는지, 단순히 구걸을 통한 수입이 좋아서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게 된 것인지 등을 찾아봤다면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만약 더 수준 낮은 종편이라면, 이 사건을 '어떻게 구걸로 16억이 모이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나는 기자라면, 이 이야기에서 "구걸"을 통해서 16억을 모았단 사실보다, 왜 그 부부가 "노동"이 아닌 "구걸"을 생계수단으로 삼아야만 했는지, 부인은 어떤 이유로 남편에게 맞아가면서 같이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등이 궁금해야 된다고 본다. 더불어 기자가 사건관련 기록만 읽을 것이 아니라 직접 취재했다면 쉽게 알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눈에 보이는 것만 기계처럼 끄적거릴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가지고 "왜?"라는 질문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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