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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향한 소녀의 반말, 잘못되었다고 해야만 할까?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할머니를 향한 소녀의 반말, 잘못되었다고 해야만 할까?

무량수won 2010. 10. 4. 14:52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이 놈의 나라는 왜 이리도 나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양 강조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싸움이든 나이가 많은 사람과 아닌 사람과의 싸움이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이를 먼저 물어본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나이 때문에 그런다고 대입을 시켜버린다.



오늘 꽤 당황스러운 동영상이 유투브에서 화제가 되었다.

어떤 할머니와 소녀의 싸움. 뭐 저 동영상을 찍은 사람은 싸움이 붉어진 다음부터 찍었기에 정확한 원인은 파악을 할수 없이 그저 어린아이가 버릇없이 비춰지기만 한다. 응당 동영상만 보고 있으면, 할머니에게 누구든지 손을 들어줄 듯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영상을 보는 내내 주위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아이에게 뭐라한다기보다 오히려 할머니에게 뭐라하는 반응이다.

왜 그럴까? 저 동영상을 보고 바로 기사를 작성한 인터넷 신문은 그저 싸가지 없는 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가 누리꾼들에게 잘못된 것이라 질타를 받았다.

거기에 달려있는 댓글의 반응들이 뭐였는가 하면, 2호선에서 사람들을 막대하기로 유명한 할머니가 그냥 넘어갈수도 있는 일을 괜시리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할머니를 옹호하기 보다 오히려 애를 옹호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런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었다. 할머니의 행동이 너무 했었기에 대드는 아이에게도 선뜻 뭐라못하고 할머니가 참아야 한다고 연신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댓글로 남겨진 반응중에 저렇게 싸우는데 말리는 사람 하나 없이 왜 다들 소리만 내고 있을까? 라는 반응이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과연 저 상황에 내가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저 사람들을 말리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모르쇠하고 있었을까? 아마 나도 저 지하철의 많은 사람들처럼 그냥 모르쇠로 수수방관했을 것이다. 뒤에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낄낄대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했었겠지...

문득 소설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어쩌면 영화의 한 장면이 스친 것일수도 있지만, 가네시로 가즈키의 Go에서 주인공 스기하라의 친구가 죽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떤 여학생을 위해서 맞서다 칼에 맞아 쓰러져가는 정일에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장면, 그런 정일이 칼에 맞아 피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 장면에 대해서 세린져님은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해주셨었다.



제가 주목한 주변 인물이라...글쎄요..역에서 정일의 도움을 받은 조선학교 여학생일까요..
일본인이 말만 걸어도 공포에 떨던 모습도 생각나고,..정일이 일본학생의 칼에 맞아서 쓰러지자 주변의 일본인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들리지않는 소리로 외치던 모습도 생각나구요..그런데 주변에 있던 일본사람들은 마치 벌레라도 죽은냥 누구하나 도움을 주지 않고 유유히 전철을 타고 사라지자나요...이 일련의 정경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와서 그런지 그녀가 생각나네요...

정일이 죽었을 때 그녀가 흘린 눈물은 단순히 앞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가고 있는 사람 때문에 흘리는 눈물만은 아닐거예요..자신들은 이 일본이라는 곳에서 정말 버림받은 인간들이다라는 괴로움같은 것도 섞이고, 분노도 섞이고..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이었을것 같네요.. 그녀의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하는 외침도 그것이 들리는 외침이었다 한들 정일이 주변의 도움을 못받고 죽은 것은 똑같았겠죠.항상 이런 불신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그녀라서(재일조선인)이라서 더욱더 말이 입밖으로 안나왔을것 같네요...




타국에 살지 않아도 내일이 아니니까 하고 그저 스쳐지나갈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소설에서 만큼의 위급한 상황이라면, 사람들의 반응도 달랐겠지만 그냥 문득 겹쳐졌다.



아무리 할머니가 과도하게 반응한다 하더라도, 저 소녀의 막말은 잘못된 것이다. 그건 어쩌면 한국이란 나라가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 따위는 사라져버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어른들이 자랑스럽지 못한 모습만 그들에게 보여주고 있기에 그들에게 어른들이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어진 것일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이라면, 그러한 반감이 심할 것이다. 또한 저 소녀의 생각에 이런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굳이 내가 어른이라 대우해줄 필요가 있나 싶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감정이 격앙된 상황이라면, 저 소녀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싶다.

내가 당사자였다면, 존중해주는 척하면서 할머니를 더 열받게 했겠지만 ㅡㅡ;;;; 그래 난 원래 좀 사악하다.



자 앞서 시작할 때 했던 이야기처럼 정말 나이가 많다는 이유하나로 사람들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상대와의 대화에서 그 나이가 꼭 중요한 것일까?

나는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존경해야 할 사람이라면, 나이가 어려도 존경해 맞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존경할 가치가 없다면, 그가 아무리 나이가 많다한들 존중해줄 이유따위는 없다 생각한다. 전통적인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이라면, 그냥 한국인이 아닌가보다 하고 치부해버리시라.

그렇다고 나이가 있는 어른들을 싸그리 무시하자는 식의 말은 아니다. 정말 대우를 받고 싶다면, 나이많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나는 나이가 많으니 나이어린 니가 무조건 양보해야한다는 식의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래 링크는 나이많은 어떤 어른의 횡포에 대한 동영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나이가 많으니 어린 니녀석들은 까불지 말라는 식으로 일관한다. 자신의 잘못은 절대 인정하지 않은채. 자신은 나이가 많으니 상관 없다는 식이고, 욕만 바가지로 해댈뿐이다. 클릭해서 넘어가면 바로 재생되니 마음에 준비하기길...

> 무대포식의 어른 <




눈쌀이 찌푸려지는 이런 동영상을 보여주고 링크하는 것은, 좀 더 한국 사회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반성해보자는 의미다. 보기 싫다고 외면해 버리면 어느 것이든 해결되는 것은 없다. 곪았으면 터트려야하고, 잘못되었으면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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