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 본문

상상 속 이야기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

무량수won 2011. 3. 28. 01:00


그가 동경했던 아니 동경하고 있는 집이란 곳의 이미지는 내가 어떤 실수를 하고 와도, 모든 것을 다 잃고 오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사는 집이라는 곳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가 그렇게 선을 그어놓고 집은 도망갈수 없는 곳이라 정의를 내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그렇다. 매일 매일이 불안 하고, 매일 매일이 전쟁터와 같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무기로 자신을 무장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혹여 이런 무기를 손에 쥐려고 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패배자"라는 꼬리표를 붙여주고 무능력자로 몰아가거나 이상만 찾아 떠돌아다니는 정신병자로 몰아가기 일쑤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종 다양한 무기를 든 사람들을 자신들의 일원이라 칭하길 원하고, 그들에게는 또 다른 무기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내어준다.




그리고 단체라는 것은 그 공간만큼이나 무서운 세계다. 단체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위해 잠시 싸워주면 그를 위한 지원금을 내어주리라 약속을 하는 곳이다. 단체에 무기를 들고 들어가지만 막상 하는 일은 무기를 별로 안들고 가도 상관 없는 단체와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그 단체에 속해서 수 많은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만족해하며 과시를 한다. 이러한 것을 위해서 사람들은 단체라는 곳에 소속이 되려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룬다.

이 단체라는 것은 철저하게 명령과 복종이라는 규칙을 따른다. 위에서는 명령을 내리고 아래서는 따라가야만 하는 구조를 택하고 그들은 그것을 효율성이라 말한다. 아래에 위치해 있을 수록 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향한 분노는 끝이 없지만 결국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내일 벌어질 전투에 대비할 지원금을 그들이 나에게 주고있고, 나는 그 지원금을 가지고 내 무기를 마련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장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서 내가 이 지원금을 놓치면, 나 하나만 전투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전투에서 지게 된다. 전투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지원금은 위에 있는 이들의 고유 권한다.

단체에 들어갔다고 안심 할 수도 없다. 이 전투에서 승승장구 하기 위해서는 점점 줄어만 가는 단체라는 곳의 윗 자리 쟁탈전에서 같은 편이라 믿었던 이들의 크고작은 전투를 치뤄야만 한다. 단체에 들어가기 위해 치뤘던 전투 단체를 팀이라 믿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전투와 단체를 위한 전투등 수없이 많은 전투들을 겪어야만 하는 곳이 이 공간이다.



오로지 살아남고 승리하는 자만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계. 한 번이라도 전투에서 밀려나면, 패배자의 세계로 혹은 위로는 절대 승천 할 수 없는 이무기가 된다. 이무기가 되어서도 계속 하늘로 올라가려 하지만 정해진 길로 갈 수있는 숫자는 매우 적고 점점 좁아지기만 할 뿐이고 또 다른 이무기들이 자꾸 그들을 밀쳐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이무기 조차 되기를 포기한 많은 이들. 무시당하고 뭐가 내 것인지도 모르는 채 속박당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이런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그 자리는 변하지 않음을 알고,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다. 누군가는 술의 힘을 빌리고,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것이 약이라며 무지(無知)라는 연못에 자신을 빠뜨린다.



이 공간에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안전한 집에서 조금 더 머무르기를 원하고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시작하기를 바란다. 이 시작점 조차 하나의 전투라는 것을 그들은 알기에 그리고 잘못된 선택은 자신들의 부모가 그들에게 해준 것 보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해줄 수 없음을 알기에 자꾸만 망설이고 만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쟁터는 치열해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수는 줄어만 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늘어간다. 강자는 약자를 패배자라고 비웃고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자랑하고 약을 올린다.



이 공간은 그래서 실패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만 간다. 누군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지만 그 곳에서는 실패는 영원한 패배라 말한다.

오늘도 그는 망설인다. 저 치열한 전쟁터에 발을 휩쓸려 볼 것인가. 아니면 전쟁터를 벗어난 삶을 살 것인가. 시간은 그를 기다려 주지 않지만 전쟁터밖의 공포는 그를 자꾸만 일단 전쟁을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쟁터 밖에서 누군가 그 공포는 허상이라 말하지만 그를 둘러싼 또 다른 목소리에서는 고통의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다.

그를 망설이게 만드는 공포는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속삭인다. 너의 집은 너의 발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사라질 것이라고....


 
이 글은 소설입니다.

'상상 속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과 장작  (0) 2011.04.16
선택  (0) 2011.04.07
돈은 참...  (0) 2011.03.20
헤매다  (0) 2011.03.03
터널  (0) 2011.01.2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