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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생존 방식과 블로그의 생존 방식, 그리고 고민해야 할 미래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블로그란

언론의 생존 방식과 블로그의 생존 방식, 그리고 고민해야 할 미래

무량수won 2011. 6. 19. 08:55



변두리 언론계에 발을 내딧다.

흔히 말하는 메이져가 아닌 변두리 언론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는 곳도 변두리, 블로그도 변두리, 직장도 변두리, 변두리 인생인건가 ㅡㅡ??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이쪽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답답한 것은 내 이름 달고 나오는 기사 중에 정말 내 이름을 달 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저기에서 태클이 들어오고 수정보고 하면 기사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윗분들이 쓴 것으로 재탄생이 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자료를 모아서 뼈대를 만들었지만 내 이름을 달기엔 너무나 부끄러울 뿐이다.

거기에다 표현 방법은 손대지 않는다면서 표현 하나하나에 손을 대는 센쓰는 뭐라 할 말도 없다. ㅜㅜ 처음에는 기사답지 않은 표현들을 고치는 것이라 믿었고 또 그랬었는데, 점점 알게 된 사실은 그냥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었다는 것. 특히나 옛스러운 표현들과 한자어와 쓸데없는 외국어의 남발은 내가 피해 왔던 방식인지라 적응하기가 좀 어려웠다.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의 기사들. 과연 몇명이나 그 기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긴 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그들의 생존 방식.

물론 메이져가 아닌 변두리 언론이라 그들은 좀 다를 수 있지만 기본 뼈대는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주고 광고 받기는 메이져에서 멀어져 갈수록 심해지겠지만, 빠질 수 없는 일이라 본다. 블로거들의 상당수가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리뷰글을 써주고 돈을 받는 것이나 언론이 하는 일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먹고 살려니 어쩔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거 참...

블로거 무량수는 하지 않을 일이지만 실제 내 이름을 달고는 해야 한다. 참 슬픈일이다. 그래서 나는 현실의 나와 무량수 사이에 높은 장벽을 쌓으려고 한다. 현실속의 논리가 무량수에게는 미치지 않도록. 무량수 만큼은 깨끗하고 정직해질 수 있도록. 현실속의 나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논리에 무릎 꿇을지언정.

또한 영세한 업체일수록, 모든 기사가 짜집기 된다는 사실. 아 이건 메이져도 하는 일이구나. 여하튼 직접 발로 뛰는 기사는 사실상 많이 죽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글 자체는 기사답지 않아도 진짜 기사는 블로거들이 전하고 있다 보면 된다. 몇몇 상당수는 이런 짜집기 해서 엄청난 양의 글을 쏟아내고 있지만서도. 뭐 그냥 퍼오는 것보단 낫지만 그래도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에는 직접 발로 뛰거나 일일이 전화해서 정보를 얻어냈어야 했다. 그래서 사람도 많이 필요했고, 좀 더 효율적으로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 해야 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이런 구조를 싹 바꿔서 인터넷 클릭만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것이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른 기사들의 짜집기가 된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렇게 짜집기 하지 않으면, 고용주가 원하는 기사의 양을 채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기사를 만들어 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양질을. 그러나 실상은 고용주들이 원하는 기자들 수로는 그렇게 양질의 기사를 쓸 수가 없다. 일단 고용주가 원하는 기사의 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양질의 기사를 쓰기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인원이기에, 짜집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양질의 글이 나오려면 하루에 2~3꼭지 이상의 글이 나올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실 여부도 직접 전화를 하든 찾아가든 확인을 해야하고, 전문 용어가 남발 되는 것은 직접 기자가 다른 서적들 혹은 글을 통해서 습득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이 미쳐 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혹은 의구심이 드는 부분에 대한 취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하루에 1꼭지가 적당하다. 많으면 2꼭지. 그러나 이렇게 쓰기를 원하는 고용주는 없다. 아니 고용주의 문제라기 보다 언론사의 생존의 문제다. 그러니 한 사람이 하루에 4~5꼭지를 다뤄야만 한다. 그나마 비슷한 류의 기사라면 괜찮지만 전혀 다른 분야라면... ㅜㅜ 시간이 항상 많은 것도 아니니 결국은 다른 이들의 기사를 짜집기 하게 된다.

이런 실정이니 기자들의 글의 질이 떨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 언론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속도 전쟁이기 때문에 일단 쓰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니 기자들은 차고 넘쳐도 기사의 질이 높아 질수는 없다. 짜집기 하기 위해서 열심히 다른 사람들의 기사를 읽다보면, 느껴지는 짜집기의 냄새가 아주 구수하다. 그나마 다른 색을 내려고 좀 다른 곳의 이야기를 끌고 오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감히 말하면, 블로거의 글이 기존 언론 보다 정직할 수 있고, 글의 질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생존을 위해 블로그를 하게 되면 그 장점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다. 더불어 그런 식의 생존은 블로그를 방문하던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블로거는 살아 남기 위해서 좀 더 상업적으로 변하고, 그렇게 변하다보면 어느새 기존 언론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


블로그는 어떠한가?

현재 언론계에서 보여지는 문제점은 블로거들의 미래 이야기면서 현재 이야기다. 누군가는 1인 미디어라면서 블로그를 높게 쳐줬지만, 상당수 블로거들이 생계 유지라는 목적으로 기존 언론들 처럼 변했다. 그리고 변하고 있다.

그럼 블로그는 어디로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블로거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 블로그는 누군가의 취미로 밖에 남을 수 없는 것일까? 특히 한글을 쓰고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블로그는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영어 블로그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로 하자. 일단 영어를 쓰는 사람과 한국어를 쓰는 사람의 수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게다가 영어는 거의 세계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덩치의 차이가 있다.

몇몇 유명 블로거들은 연대를 통해서 덩치를 키우고 있긴 한데, 과연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또 생계란 이름의 무엇이 개입하게 될 것이고, 그들도 어쩔수 없이 하는 것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블로거들은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를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블로그는 취미 이상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


이것은 내가 요즘 느끼는 것과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의문에 대한 이야기다. 짧게 푸념식의 잡답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글이 길어졌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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