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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거닐다 - 일곱번째 이야기 본문

헤매다.

서울을 거닐다 - 일곱번째 이야기

무량수won 2011. 8. 1. 09:21


장대비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쳐나갔다.

그렇게 공덕에서 시작된 여정은 합정을 지나 월드컵공원까지 이어졌다.

이런 헤매임은 내 속의 공허함이 커질때 시작된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못한 상황. 무엇 하나 자랑스레 내보일 수 없는 나에 대한 책망과 원망이 뒤엉켜 나를 괴롭히고 있을 때. 헤매임은 시작된다. 이번 헤매임도 그랬다. 나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결론은 없는 발걸음이었다.

서울을 돌아다님 일곱번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잠깐만요. 멈춰주세요."


나에게 외치는 듯한 저 표지판과 신호등. 길을 지나는 차들은 이런 표지판을 무시하고 달렸다. 그저 길을 걷는 행인인 나는 이 표지판을 보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를 향한 외침 같아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펴보고, 나를 살펴본다.


아무 이상이 없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데 막막하다.





당신은 어떤 속도로 걷고 있는가?

나는 어떤 속도로 걷고 있는가?

걸음걸이가 아니다. 인생의 속도다. 혹여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진 않나?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은 너무 느리게 산다고 뭐라한다. 너무 해놓은것도 없이 시간만 보낸다고 뭐라한다. 그리고 빠르게 남들보다 빠르게 가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친다. 그것이 성공이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며...

모두가 같을 필요는 없다면서 빠른 것만 칭찬하고 빠른 것만 선호하는 사회. 정말 올바른가? 정말 제대로 된 사회인가?

당신의 현재 속도는 어떤가? 그리고 옆사람의 속도는 어떤가?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상황에서도 빨리가기를 외치는 그들이 내는 속도는 어떤가?

빨리가려고 옆 친구를 즈려밟는 그의 발길을 보고, 따라오는 친구의 머리를 짖누르는 그의 손길을 보라. 늦더라도 친구의 발걸음에 발맞춰주고, 친구의 손을 붙잡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환영받는 다는 사실.


누군가가 환영해준 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도 어디에서나 또는 누군가에게 환영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환영받을 수 있을까?





쏟아지는 비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어떻게 생각되고 있는 것일까?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이 모여 어떤 쓸모를 만들어내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것들이 모여 별볼일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사람의 힘이고 함께한다는 것의 힘이진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아름다움만을 기억하려한다.


그러나 가끔은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 것도 아름다울 수가 있고, 또 다른 날을 위해서 잠시 기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


해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해를 만들라 주문하는 것보단 해가 언젠가 꼭 떠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좀더 낫지 않나? 그리고 그 해를 가리고 있는 구름을 치워주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은 아닐까? 왜 자꾸 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구름을 치우고 해를 만들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오늘도 해바라기는 축 처져 있을뿐이다.





믿을 수가 없다. 믿기 싫다.


언제부터였나? 내 마음 속에도 저런 철조망이 한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를 믿지 못하는 것입니까?





고인 물을 버린다.


고인 물이 누군가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마치 누군가의 오물을 버려주는 듯한.


마치 누군가의 잘못을 몰래 버려주는 듯한.


내가 삐딱한 것인가? 세상이 삐딱한 것인가?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물 처럼. 


나도 그런 흔한 사람이기에...





폭포수 같은 비 속에서서 우두커니 무언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폭우 속 공원.





잠시 비가 줄어들었지만. 그저 쉬어가는 것 뿐이었다.





폭우를 맞으며 돌 위로 올라가 쉴수 밖에 없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세상은 참 불공평 하게도 폭우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폭우를 즐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뭐든지 벌금을 매기고, 통제해야 하는...

무엇 하나도 여유롭게 나눠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




아름다움이 소멸해가는 현실.

그 속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정처 없이 떠돌았던 폭우 쏟아지는 여름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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