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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 박완서 본문

독서 토론 모임

친절한 복희씨 - 박완서

무량수won 2012. 2. 19. 02:40




언제였지? 이제는 몇년 쯤 지난 시간이 된 것 같다. 친절한 복희씨라는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 말이다. 내겐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내가 끌릴 때만 읽는다. 끌릴 때는 밤을 새서라도 읽지만 끌리지 않는다면 재미나게 읽더라도 당장에 방 한 구석으로 치워버린다.

그럼 친절한 복희씨는 재미가 없었기에 다 읽는데 오래 걸렸던 것일까?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이유에서 나를 끌리게 하지 못했다.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나는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해서 연방 감탄사를 내놓았다.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예술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처음 이 책을 접해서 안에 있는 단편 하나를 두번 정도 읽고 책을 덮어버렸다.

우선은 부끄러웠고, 다음으로는 질투가 났다. 나에게 있어서 이 책에 나오는 문장은 완벽했다. 그래서 질투가 났다. 왜 이사람은 이렇게 잘 쓰는 것일까? 나는 왜 그처럼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나도 사람이고 그도 사람인데 사람이 쓰는 것인데 나는 왜 그처럼 하지 못할까? 소설을 읽어나갈 때마다 자꾸만 나를 채찍질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서 덮었다. 작가가 미웠고 내가 미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작가의 고별소식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 육신이 지구라는 땅 어디로 사라졌다. 그의 혼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사라졌다. 슬프다 표현하지 않고 슬프다 눈물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 속에서는 슬픔이라는 녀석이 울고 있었다. 그녀의 책은 다 읽지도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또 무심한 시간은 흘러갔다. 가슴 속에 담아둔 숙제 같은 책이었다. 친절한 복희씨라는 책은 읽고 싶지만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언젠가는 읽어야 할 책이었다. 나 스스로 읽는 것을 못한다면 강제로라도 읽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독서토론 카페에 이 책을 독서토론 하고 싶다고 올려두었다.


독서토론 책으로 올린건 단지 책에 대한 숙제를 풀기위한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몇달간 독서토론 한다면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돌아와야 했던 내 쓸쓸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책이라면, 그리고 박완서라는 작가의 명성이라면 누군가 나와서 나와 떠들어줄 수 있으리란 욕심도 있었다.


결국 나는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너무 편한 어른들의 이야기." 이 한 문장 정도가 딱 적당할 듯 싶다.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세대간의 격차를 이 책에서 느끼고 있었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60을 넘기거나 60에 가까운 노인들이었다. 혹은 중년이거나. 그에 비해 나는 너무 어렸다. 내가 접하지 못한 세대의 이야기였다.


현대의 이야기였는데 온통 나이든 사람들 중심의 시선으로 쓰여졌다. 젊은 사람들의 시선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가가 풀어내는 성적인 이야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니 어색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낫다. 나도 모르게 이해하고 말았다. 어찌 생각하면 굉장히 이기적이고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데도 공감해버렸고 이해해 버렸다. 그런 책이다. 친절한 복희씨는.


오래된 숙제를 풀어냈다. 마음에 남은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책 내용은 이야기 하지 않으련다. 왠지 이번에는 각각 단편의 줄거리조차 이야기 하면 안될 것 같다. 아니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왜냐고? 나는 당신이 이글을 읽는 당신이 그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 때문이다. 평생 내가 그런 글을 쓰지는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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