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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기준. 서기란? 본문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잡담 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내 입장이다. 왜냐면 우선 나 자신이 역사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척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놈의 쓸데없는 자부심이 이런 저런 자료를 들고와서 "자 봐봐! 내가 이런 저런 근거로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라고 꼭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까짓 잡담 정도는 그딴거 없이 내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기다려도 되는데도 말이다. 혹여 내가 잘못 된 사실을 혹은 어긋난 주장을 보고 글을 적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고치거나 덧붙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블로그가 가진 장점인데도 3년 넘게 사용하면서 썩 역사부분에 관련되서는 유용하게 활용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은근히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도 있다. 뭔가 완성된 것 만을 내어 놓고 싶어하는 성향 말이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서도 비난이나 비판을 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랄까? 블로그라는 것을 하면서 그런 경계는 상당히 깨졌지만, 역사 부분에서는 스스로 망치로 두드려 금을 내었다가도 나중에 와서 그 금을 매꾸는 짓을 반복했었다. 덕분에 역사 관련된 잡담을 하기 위해 만든 이 블로그에서 역사 이야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내 사정이야 그렇다고 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면, 서기(西紀)를 말하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을 나는 2012.05.02 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표시되는 '2012'라는 숫자는 서기라고 하는데 그 기준이 예수라는 성인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다. 서기라는 단어는 한자어로 서양에서 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와는 다르게 단기(檀紀)라는 단어를 한국에서는 사용하는데, 이것은 단군이라는 건국시조의 탄생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의 달력을 보면 단기와 서기 모두 표기는 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서기를 주로 사용하고 서기를 중심으로 시간을 이해하고 있다. 예수와 관련된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꽤 기분 나쁜일이 될수도 있다. 한때 내가 그랬다. 왜 단기가 있는데 굳이 서기를 써야하는지. 왜 서양의 기준에 의해서 내가 살아야하는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꽤나 심했다. 지금도 반감이 있긴 하지만...
게다가 지금보다 더 민족주의(우리 민족만 최고)를 강조하던 시대에 어린시절을 보내던 나에게 있어서는 어른들의 모순이 좀 처럼 이해되지 않았었다. 뭐 당시에는 민족주의에 대한 개념으로써의 이해보다는 학교교육과 TV를 통해 비춰지는 대한민국이란 자부심에 의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흔히 역사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년들은 민족주의에 쉽게 빠지는 이유도 민족주의에 대한 의미보다 나와 나를 감싸는 사람들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으리라 본다. 나도 한때는 그런 무리 중 하나였다. ㅡㅡ;;
여하튼 그런데 교과서도 그러하고, TV도 그러하고 서기를 주로 쓰지 단기를 중심으로 쓰는 일은 없었다. 가끔 병행해서 말하고 표기하기는 했지만. 더불어 설날(새해를 시작하는 의미)의 기준점도 정부 정책에 의해서 꽤 여러번 바뀌었었다.
이에 대한 의문(?)이 해결된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배우는 역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전문가들도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였다. 이쯤 되어서야 민족주의가 무엇인지 그 개념을 확실히 알게 되었던듯 싶다.
내가 알게 된 서기를 전세계 공통으로 쓰는 이유는 제국주의 시대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그 기준이 서양을 중심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즉 예수라는 인물을 중요시하는 종교를 믿는 이들에 의해 세계가 이끌어졌기에 그리 된 것이었다. 그럼 나혼자라도 혹은 한국 만이라도 단기를 고집스레 강조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듯이 세계도 국가 하나만 존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미 서양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기준을 잡아버린 상황에서는 그 기준점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바꾸고 싶다면, 혼자서 누구도 찾지 않는 오지로 들어가거나 혹은 국가가 고립된 생활을 하면된다. 한가지 다른 방법이 있긴하다. 흔히 남자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처럼 전세계를 정복해버리면 된다. ㅡㅡ;;
그런 시간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이 하나있다. <은하영웅전설>이란 일본 소설인데, 이 소설은 미래에 사람들이 우주 곳곳으로 퍼져살게 되는 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년도에 대한 기준인데, 제국력과 혁명력 같은 명칭이다. 우주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점. 누군가에 의해서 통일 된 제국으로 선포된 시점. 제국에서 벗어나 독립된 국가를 세운 시점. 등등으로 시간 기준이 바뀔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바뀌려면 꽤 어려운 일이겠지만...
다시말해 지금 2012년이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세계적인 주도권이 서양인들 특히나 그 뿌리에 예수와 관련된 종교가 있는 사람들 손에 쥐어져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 이 시간 기준에 익숙해져 바꾸기에는 엄청난 사건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커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처음 의미가 완전히 퇴색된 것은 아니다.
그럼 그 예수라는 인물이 태어나던 시기에 세상은 어찌 돌아고 있었던 것일까? 지중해를 중심으로는 로마가 제국으로 성장한 상황이었다. 영어로 황제를 뜻하는 단어들의 어원을 만들게 한 장 본인인 줄리어스 시저가 죽고, 그의 조가 옥타비아누스가 위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당시 동아시아의 맹주였던 중국 대륙에서는 한나라가 혼란에 빠져있었다. 흔히 한나라는 전한과 후한으로 나누는데, 이 시기에 전한에서 후한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왜냐면 중간에 왕망이라는 인물이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국가를 잠시 세웠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한나라로 복귀 시킨 것을 후한이라고 하는데 이런 교체기였다.
이건 불편한 진실인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역사의 경우는 과거 고조선 땅의 상당 부분이 한나라에 의해서 점령된 상황에 고구려, 신라, 백제가 태동하려는 시기였다. ㅡㅡ;; 많은 한국 사람들은 상상하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당시에 힘 좀 쓰려고 했던 국가는 고구려와 백제 정도였다.
결론은.... 서기를 단기로 바꾸든 새로운 무엇으로 바꾸든 간에 이 기준을 바꾸려면 세계정복이 필요하다. 아니면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서 세계 질서가 갑작스레 무너진다던지... 혹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게 되면 바뀔 수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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