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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품 사용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한국에 정품 사용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무량수won 2012. 11. 1. 17:17

게임과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 종종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게임은 1억을 주고 만들든 10억을 주고 만들든 100억을 주고 만들든 모두 똑같다. 케릭터 만들면 무한 반복 사냥하는 퀘스트로 뺑뺑이 돌면 끝이다.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아서 한두번 해보면 더이상 한국 게임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우리도 거대 외국 게임 회사들이 만드는 패키지 게임 같이 나오면 좋겠다.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패키지 시장을 불법공유로 한국 유저들이 다 죽여놓은 것 아니냐. 당신들이 이렇게 변하게 만들어 놓고 우리들에게 뭐라고 하는 건 게임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기운 빠진다.



뭐 이런 식의 논쟁이다. 언제나 이런 논쟁이 오가게 되면 보통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어 정품을 꼬박꼬박 구입하는 유저와 개발자가 한팀이 되고, 불법 복제품을 종종사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편이 되는 광경이 연출된다. 물론 불법복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숫자가 많다고 이런 논쟁에서 숫자적으로 유리하지는 않다. 대다수가 사용하지만 불법은 불법이고 그로인해 패키지 시장이 죽어버린 것도 사실이기에 논리적으로나 당당함에 있어서도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그동안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오간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몇번 나왔던 이야기지만 일반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 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 처럼 오갔을 뿐이었는데, 마침 누군가의 도발(?)로 인해서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약간의 진도가 진행 되어 꽤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게임이야기를 게임계 쪽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와 결부시켜서 이야기가 진행된 모습이 꽤 인상깊었다는 뜻이다.



일단은 어떤 이야기가 이 논쟁(?)에 불을 지폈는지와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 날 것의 의견들을 보고 내 의견을 조금 덧붙이도록 하겠다.






아래는 위 이야기에 주제에 맞춰 한국과 미국 및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시급을 비교해 문화생활을 위한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이 달아 놓은 댓글이다.





아래는 패키지 게임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사람들의 인식의 차원에 핵심을 두고 이야기된 댓글들 이다.





이 긴 댓글들을 보고 당신은 아마 여러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래! 맞아 백날 임금이 높아지면 뭐해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꽝인걸"이라며 한탄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식이 이렇게 된건 역시 사람들이 받는 임금이 적어서 그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좀 더 나아가서 "아니 돈도 있고, 인식이 바뀌면뭐해? 결국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는걸? 얼마 하지도 못하는 게임 때문에 그 돈을 쓰는게 아까운건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더 넓게 바라볼 수도 있고 좁지만 깊게 바라볼 수도 있고...



이건 비단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 만큼이나 영화, 음악등의 문화생활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모두 불법복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그로인해 상당수는 어렵다 아우성을 치고 있고 또한 게임의 패키지 시장처럼 시장가치가 소멸된 곳도 있다. 물론 각각의 문화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음악의 경우는 상당수 수익을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보다 중간에서 돈을 걷어들이는 통신사들의 횡포라든지, 영화쪽의 경우는 다양한 영화를 볼수 없도록 만들어버려 덩치만 비대해진 대형 극장들의 문제라든지...


이런 분야마다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와 삶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인식의 변화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삶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 삶의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5인 이상 고용된 사업장은 1주일당 40시간 이상은 일을 못시키지만 어디 그게 그런가? 임금으로 이런 저런 장난쳐놓으면서 더 일하게 만들고, 거기에 의리니 뭐니 어쩌고 저쩌고 하면 한국이란 나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그건 다른 나라 이야기겠지하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법의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호소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란 나라의 현실인데 삶의 여유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이들에게 문화 생활이란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급하니까 마시고 보자는 마음인데 문화생활에 지불하는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가격이 따지고 보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도 문제고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정말 핵심적인 문제는 사람들의 삶에 여유을 가질 수 없는 사회 환경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삶의 여유가 없으니 그런 여유생활에 지불되는 돈도 아깝고, 돈이 아까우니 자연스레 공짜에 더 탐닉하고 별거 아니라는 듯한 대중적 인식이 심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그리고 문화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가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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