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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한 아키에이지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본문

문화 컨텐츠 연구

시끌시끌한 아키에이지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무량수won 2012. 12. 12. 19:53

저는 아키에이지 5차 테스트에 참여했었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제가 실망하게 된 것들 때문에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베타 소식이 들떠있는 상황에 마치 고춧가루 뿌리듯이 실망했다고 하는 분들이 저와 비슷한 기대를 했었던 것 같아서 그냥 좀 끄적거려 보려구요. 


우선 송재경이 XL게임즈를 만들어 놓고 몇개 게임을 신나게 말아드시고 나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추진했던 것이 바로 아키에이지라는 것은 많이들 아실 것입니다. 



그 당시 송재경이 내세웠던 것이 바로 "극한의 자유도" 였지요. 이것이 대충 무슨 이야기였느냐면, 이제 공식처럼 변해버린 한국형 MMORPG 게임들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과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기에 나왔던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게임에선 사냥의 비중과 퀘스트의 비중보다 생산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비중이 꽤 높았었고, 또 그런 게임을 만들겠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고 다녔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아... 송재경이 일을 내겠구나. 한국게임에 새로운 장을 열어서 혁신을 몰고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그의 명성과 이름이면, 투자도 괜찮게 받아 해낼수 있겠구나 했었지요. 아마 저와 같은 올드게이머(스타크래프트 이전부터 게임을 즐겨오던 게이머)들의 상당수와 한국형 MMORPG에 지쳐서 외국게임만 전전하던 하드코어(?) 유저들은 이런식의 출발을 보이던 아키에이지를 꽤 기대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개되는 베타테스트란 베타테스트는 다 신청했지만 다 떨어지고 결국 5차 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 본 아키에이지는 처음 송재경이 제 머리속에 그려줬던 그런 게임이 아니었어요. 배를 만들고 농작물을 기르고 간간히 사냥도 하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루한 반복퀘스트 없고 레벨따위 없는 그런 게임이 아니었어요. 


언제 어디부터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전형적인 한국형 MMORPG게임이었지요. 핵심 스토리는 추가되지 않아서 퀘스트의 내용은 둘째 치고서라도, 게임을 즐겨야하는 방식이 그냥 다른 한국형 MMORPG랑 다를 것이 없었지요. 그저 한국형 MMORPG에 요즘 사람들이 농작물 키우는 걸 좋아한다더라 하니까 끼워넣고 재료모아 아이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더라 하니까 끼워 넣은 그런 게임이었지요. 


정말 이것이 송재경이 그렇게 자랑하던 아키에이지였나 싶었습니다. 



아마도...


투자자들에 의해서 혹은 극성스런 국내 유저들에 의해서 휘둘렸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좀 더 안정적인 좀 더 확실한 폐인을 낳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수 없지만, 결국 흔히 쏟아지는 한국산 MMORPG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어요. 다만 집을 짓고, 배를 만들고 농작물을 기른다는 것 외에는요. 


이렇게 추측하게 된 이유는 5차 전까지는 없었던 레벨제한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뀐 아키에이지를 이렇게 저렇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길드에 들어가서 무역선도 만들어보고 적대적인 지역의 유저들과 전투도 벌이고 길드 사람들과 집도 만들고 또 농작물을 정성스레 길러보기도 했구요. 그리고 제가 플레이 하던 서버에서 가장 거대한 길드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몰두해 싸우기도 해봤지요. 


그렇게 5차 테스트가 끝냈습니다. 



재미없었느냐구요? 재미는 있었지요.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시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신나게 뺑뺑이 돌다가 끝난 느낌이랄까? 한국형 MMORPG의 전형에 질려버린 저였기에 아키에이지는 이대로 반짝 하다가 사라지겠구나 싶었거든요. 아마 리니지 처럼 장수하는 게임이 될지도 모르지요. 혹은 한국에서 실패해도 외국에서 호평을 받아서 송재경이 또 다른 신작을 만들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전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는 송재경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게임을 통해 그리고 XL게임즈라는 회사이름으로 나오는 게임에게서 "획기적인" 혹은 "신선한" 같은 단어는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XL게임즈가 성공한다면 또 다른 넥슨과 엔씨라고 생각할 뿐 그 이상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형 MMORPG를 좋아하신다면 나쁘진 않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통해 게임계의 혁신과 신선함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결코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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