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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열풍에 대한 생각 본문

잡담 및 답변/시사잡담

안녕하십니까 열풍에 대한 생각

무량수won 2013. 12. 16. 11:09

안녕하십니까라는 대자보 열풍을 보고...


사실 나는 그 글을 다 읽지 않았다. 그리고 열풍처럼 번저 나가는 대자보가 인터넷에 소식으로 올라올 때마다 그들의 글을 읽지 않았다. 뭔가 엄청난 이유 때문은 아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혹은 앞장 선 사람이 아닌 것에 질투가 조금 났고, 더불어 그냥 그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언제나 어떤 사건을 혹은 유행을 바라보는 내 입장은 이런 것 같다. 그들 사이에 끼기보다 그들 밖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관찰자 말이다. 



혹시나 이 이야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해야겠다. 이 글은 지금(2013.12.16) 글 쓰는 시간에만 사람들이 보는 것이 아니라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ㅡㅡ;;


고려대에서 어떤 학생이 철도 파업(철도 민영화를 막기위한) 문제 때문에 대자보를 하나 붙이는 데서 시작이 된다.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붙은 이 대자보는 철도 파업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며 현재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서 한탄(?)혹은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을 게시하게 된다. 이 글이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각종 SNS 및 인터넷 공간 곳곳으로 퍼졌고 그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추천과 비슷한 기능인 좋아요 버튼을 눌렀으며, 각 대학에서 그에 답하는 대자보를 마치 릴레이처럼 붙이면서 산불이 번지듯 퍼져나간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닌 보수(?)라고 자처하는 성향의 일간베스트 사이트의 회원들은 남들이 보지않는 시간에 몰래 대자보를 찢음으로써 반대의사를 밝히는 소심하고 쪼잔한 짓을 여기저기서 벌이게 된다. ㅡㅡ;;; 더불어 이후 자발적인 반발 대자보가 그들 사이에서 나오지 않자 보수 단체에서 나서서 자신들의 이름으로 대표 글을 쓰고 관심있는 사람들은 몇 줄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라는 식으로 대자보 붙이기 운동을 인터넷에서 외쳤다. 그에 대한 반응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뭔가 불쌍해 보였다. (결국 단체 홍보용으로 사람들을 전락시키는... 모습이라서다.)  


뭐 대충 이런 상황이다.   



이 흐름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한국에서는 소위 이름이 잘 알려진 명문대 학생들의 행동이나 글이 아니면 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지에 대한 아쉬움이컸다. 그나마 이렇게 나서는 사람들이 있고 동조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한 다행스러움이 교차되었다. 이 열풍 전에 비슷한 일이 한번 있었다. 무엇이냐면 아마 그 때도 고려대 생이었던 듯 한데, 한 대학생이 자퇴를 하면서 그 이유를 대자보로 붙여놓았었다. 뭔가 개인적인 기구한 운명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고 사회적인 부조리 속에 있는 자신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부조리의 껍질인 대학생이란 신분을 떨쳐내기로 했다는 글이었다. 


이 자퇴 이야기도 열풍이 되었다.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속 나왔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아니 지식인입네 하는 어른들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걱정스런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대학 문제를 잠깐이나마 떠들었다. 이 때도 그랬다. 유명대학의 학생이 한 말이었기에 파급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당시 사람들도 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었다. 


사실 대학생들의 자퇴 문제는 대자보가 문제가 아니라 대학등록금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튕겨져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대학생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한숨 쉬고 있는 현실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의 학생이 썼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었을까? 어쩌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그렇게 나선 친구보다 먼저 시도했던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생각해보자. 만약 그 대자보가 고려대가 아니라 지방에 이름없는 대학에 붙어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해주었을까? 요즘 같은 시기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냥 소리없이 뭍혀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당신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수 많은 친구들이 이런 저런 비슷한 글을 남겼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하고 일이기도 하다. 


수 많은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노력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았는데, 고대생의 대자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면서도 씁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의 글이 대중의 가슴을 움직일 정도로 좋았던 탓 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개체가 제한적이고 무언가 자격이 필요한 느낌이 들어 아쉽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게 귀 기울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열풍이기에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그 문제를 남 이야기처럼 넘기고 싶었다면, 아무리 고대생이었다 하더라도 지나가는 고대생 몇몇만 알고 넘어가는 일이 되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 열풍의 밑바탕에는 억눌린 대중의 함성이 숨어있다고 본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풍선 터지듯 터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신 나선 사람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에서 명문대 생이 나서야 파급력이 커지는 이유는 그 대표성을 때문이라고 본다. 대표자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을 그와 종종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그가 좀 잘났으면 하는 바람에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국회의원 후보는 굉장한 학력의 소유자들만 나오는 판이 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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