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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및 답변

빠른 생일 문제는 왜 생겨났을까?

무량수won 2014. 9. 27. 03:03


인터넷을 떠돌다가 빠른 생일인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글을 보았다. 빠른 생일이란 것이 무엇이냐면, 지금은 바뀌었지만 예전에 학교에 입학할 때 1월 생과 2월 생의 경우 앞년도 생과 같이 학교를 다니게 했던 제도다. 그래서 종종 TV에서 나이 어린데 관계가 애매해져서 족보가 꼬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연예인들이 하는데 보통 그렇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빠른 년생들의 관계 때문이다.


여하튼 그 사람이 쓴 애환의 핵심은 어떻게 말하든 빠른 년생들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제 나이대로 말하면 사람들이 어려보이고 싶냐면서 욕하고, 학교다닌 친구들과 같은 나이로 말하면 그렇게 나이든 척을 하고 싶냐고 욕한다는 것이다. 빠른 년생이라는 상황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관계가 어정쩡해지고 사람들의 반응이 언제나 비난의 연속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면, 어물쩡 넘어간다고 또 욕을 먹는 뭐 그런 구조랄까?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이 애환에 대한 것보다 오히려 이 제도가 시행된 이유와 그 과정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썼는데 24~25살로 써놓았다. 20대 중반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 것이다. 아는 것이 많다는 것, 특히 나이가 많아서 당연히 알고 있다는 것이 왠지 서글퍼졌다.


그 글쓴이는 이 제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 부모가 자녀의 발육상태 등을 고려하여, 매년 1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출생한 아동을 지난해 출생한 아동들과 함께 입학시킬 수 있도록 선택하게 하는 것. "


아마 가장 마지막에 이 제도가 시행되는 이유를 정부 기관에서 적은 것을 그대로 따온 것 같은데, 사실 이 제도가 시행된 원래 이유는 이것이 아니다. 위에 설명된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실질적으로는 한국에서 양력보다 음력이 대중들에게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시책을 음력으로 할 수 없다보니 자연스레 2월말로 그 제한을 끊어낸 것이다. 그래서 원래 이 제도에 따라 아동의 발육 상태와는 상관없이 2월생 까지는 전년도 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또한 빠르게 입학하면 남들보다 1년 빠르게 내 아이가 성장한다는 부모님들의 인식까지 더해져서 꽤 열심히 보낸 것도 있고... 뭐 그렇다. 왜 이것을 2월로 끊어내는 이유도 바로 음력이 보통 2월까지 전년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근데 사회가 점차 양력에 익숙해지자 문제가 발생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은 음력으로 나이를 따지니까 별 상관 없는데, 새롭게 양력에 익숙한 세대들은 나이의 경계가 애매해진 것이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분쟁도 일어나고 큰일 아니라고 대충 다들 넘어가긴 했지만, 이 때문에 분란을 겪어본 양력에 익숙한 세대들이 학부모가 되면서 이 문제가 정책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이다. 이 차이를 어떻게 구분짓느냐고 물어본다면 간단하다. 보통 처음 나이를 물어 볼 때 나이와 년도 수 정도만 이야기 하면 양력에 익숙한 세대고, 나이에 띠로 대답하거나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음력에 익숙한 세대라고 판단하면 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나긴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지만 1990년대 말로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제(?)적으로 2월 생까지 학교를 보내야 했던 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주게 된 것이다. 부모가 판단하기에 다소 발육이 좋은 아이는 예전처럼 일찍 보내고 아예 1년 혹은 2년 정도 늦춰서 보내도 괜찮다고 허용해 준 것이다. 이것을 왜 정부가 정하느냐면,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찼는데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부모는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요즘은 법이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몇몇 부모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아이를 조금 늦춰서 보냈지만, 또 상황에 따라 어떤 부모들은 7살도 아닌 6살에 1학년으로 보내는가 하면, 또 어떤 부모는 아예 1년 늦춰서 9살에 1학년으로 보내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논의 된 것은 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상황에도 해결이 되지 않자 결국은 이 제도를 폐지하게 만든 것이다.



빠른 생일 문제가 벌어진 이유는 이것인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 나이 한살 차이라고 해봐야 보통은 12개월 안쪽의 차이기 때문에 그리 큰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는 것일까? 그건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나이에 대한 권위의식 때문이다. 이것을 사자성어로 장유유서라고 하는데, 원래 의미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존중하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아랫사람을 돌봐주자는 의미로 강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든 것을 좋게만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특징(?)이다보니 이것도 꽤 많이 악용이 되었다.


특히나 나이 먹은 것을 마치 엄청난 감투라도 되는 듯이 사람들이 사용했다. 물론 이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 때문에 기껏해야 한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나이에 대한 걸맞는 대우를 하네 못하네 가지고 싸우다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본 뉴스는 50대 아저씨들 끼리 나이 문제로 다투다 칼부림하다가 살인한 사건이 있었다. ㅡㅡ;;


어른들이 이정도인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빠른 생일에 대한 문제로 아이들을 놀려대거나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이런 반목이 사회적인 갈등이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뭐 오래된 친구라면 별 상관없지만 첫 대면하게 되는 사이에선 이것이 꽤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이를 무시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다. 친하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반말하지 않고, 나이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그런데 한국 사회라는 것이 그것을 용납하는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꼭 필요한 자리를 제외하고 나이를 밝히지 않아봤는데. 언제나 이런 행동에 대해 돌아오는 것은 집요한 질문이나 나에 대한 비난이었다. 물론 이것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비난보다는 이해해주는 쪽으로 바뀌어 갔지만 말이다. 비난 대신 집요한 질문이 꽤 많아졌다. ㅡㅡ;;


개인적으로 꼭 반말을 해서 친해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반말을 해야만 친해지는 관계라면 그다지 좋은 관계란 생각도 안들기도 했다. 뭐 되게 거창한 듯이 말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이런 저런 것에 대해 굉장히 삐딱한 시선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법도 바뀌었고 세상 사람들도 나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서 20~30년쯤 지난다면 나이 때문에 생기는 분쟁이 꽤 많이 줄어들 것 같다. 특히나 인터넷에서 나이를 벼슬삼아서 깽판 부리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나이에 대한 대우나 나이를 챙겨 묻는 문화가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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