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작은outsider의 생각누리

일상의 단편 1. 본문

잡담 및 답변

일상의 단편 1.

무량수won 2014. 9. 27. 20:53

장면 하나.


조금 넓은 대로변에서 큰 소리가 난다. 50대로 추정되는 아주머니와 50~6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와의 말싸움이다. 둘 사이에는 유치한 욕설이 오가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달라는 듯이 큰 소리로 서로에게 욕을 퍼붓는다.  그 둘 옆에는 주황색 택시 한대가 놓여있다. 지나가는 차들을 모두 방해해가며 그들은 욕설을 주고 받는다. 그 욕설 사이에 들리는 단어 하나. 승차거부. 아주머니 입에서 승차거부란 단어가 나온다. 구체적인 장면을 목격하지 않아서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택시기사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아주머니의 승차를 거부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마땅히 누려야할(?) 택시 탑승의 권리를 택시기사 아저씨가 거부했다. 이 단편적인 사실만 보면 택시기사의 잘못이다. 하지만 욕설이 오가는 싸움이 과연 그 때문일까|?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리라.


다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했다. 택시를 몰고 있는 사람이나 택시를 타려는 사람 모두 서민인데 이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아둥바둥 싸우는 것일까? 서로 돕고 살고 미소짓고 살아도 팍팍한 요즘에 말이다. 그렇게 싸울 힘을 저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 보는 이들을 향해 내뿜는 다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 기사의 승차거부가 나쁜 일이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그런 그의 행위도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사 택시라면 날마다 회사에 바쳐야하는 일정 금액의 사납금이 필요할 테고, 기름 값을 따져보면서 이득이 되지 않는 곳은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자고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월급제로 바꾸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막혔다. 그래서 그 기괴한 이유를 피하고자 다른 대책을 내놓았지만 버스기사와 택시기사 사이의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일까?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로 샜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조금만 상대를 이해해주고 보듬을 줄 아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본질을 놓치고 자꾸 딴데로 이야기를 끌고가는 이 기괴한 습관을 좀 버려야겠다.



장면 둘.


젊은 남여가 전통시장이라고 불리는 입구에서 여자 옷가지들을 좌판에 펼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시장과 그 입구에서 장사하는 젊은 남여다. 여자는 20대 중반이 채 안되어 보일 정도로 앳되어 보였고 남자도 30살 전 후쯤으로 보였다. 그들이 자리잡은 그 자리는 보통 50~60대의 나이든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자리였는데 말이다. 그들은 왜 좌판을 벌였을까?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내가 그들의 옷 하나라도 사줄 것도 아닌데 굳이 물어 볼 필요가 있겠는가. 다만 추측컨데, 이들은 같이 혹은 여자가 인터넷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다 망한 것 같다. 그래서 본전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전통시장 입구까지 나와서 옷가지를 팔고 있던 것 같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수 많은 옷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그것도 전통시장 앞에서 옷을 팔겠는가? 누구나 소자본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두고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그곳에서 말이다.


보기 힘든 광경이라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아직은 어린 그들이 대부분 낯 부끄럽다고 시도하지 않을 일을 하고 있기에 왠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 그들의 장사는 잘 되었으려나? 정말 하던 쇼핑몰이 망해서 그렇게 좌판을 연 것이라면 본전이라도 건졌기를 바래본다.




Comments